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전거 산업에 행운일까 악재일까?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몇 번의 팬데믹 사태가 있었다. 의학이 크게 발달되지 않았던 시대의 유행병부터 20세기 후반에 전세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던 천연두와 같은 사건이 있었지만, 인간의 진화와 의학 발달로 인해 인류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은 COVID-19이라는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강렬한 기억으로 시작되었다. 금방 손에 잡힐 것 같았던 이 바이러스는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를 유지시키며 인류와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바이러스의 전파력만큼이나 빠른 정보의 전파력이 합세하며 우리에게 공포를 심어주었고,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현상까지 만들어냈다. 그래서, COVID-19 이후의 인류를 '포스트 코로나'라는 이름의 시대로 불리게 될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사태는 자전거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산업적으로 성장한 것과 함께 치명타를 입은 부분들도 적지 않다. 이와같은 자전거 산업의 변화에 대해 (주)스포츠온55의 기명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명호 대표는 1996년부터 자전거 유통을 시작하며, 스캇, 스페셜라이즈드에 이어 BMC까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은 자전거 브랜드를 다루었고, BMC서울 스토어를 통해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소통까지 진행하고 있다.
유통부터 리테일까지 자전거 산업을 다각도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기명호 대표로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자전거 산업에 대해 들어보았다.


21세기, 로드와 퍼포먼스 라이더의 성장

우리나라 21세기 자전거 산업에 영향을 준 사건을 생각하면, 4대강 개발을 통한 자전거 도로에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자전거 이용자의 99%가 MTB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단일 카테고리로 발달되었던 산업이었죠.

2007년 정도였는데, 스캇을 유통하면서 도심형 자전거였던 SUB 시리즈를 컬러별로 출시했던 적이 있습니다. 도심 속에서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타는 커뮤팅 자전거가 따로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라이프 스타일 자전거가 확대되어야 자전거가 성장한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도전했습니다. 그때는 MTB를 타고 도심과 산과 모든 라이딩을 했던 시기였으니까요.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커뮤팅 자전거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한강 등의 자전거도로가 발달되는 것과 맞물리며 미니벨로의 인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더 빠르게 달리고 싶었던 라이더들에 의해 로드바이크로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전거가 다양성이 부족했던 시기에서 그나마 변화를 가져왔던 시기였습니다.

자전거도로의 개발은 자전거의 다양성과 로드바이크의 스피드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2011년 스페셜라이즈드 초대 지사장을 하면서 하이엔드 자전거의 유통과 흐름에 대해 더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의 하이엔드 로드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고, 더 빠르게 달리고 싶어했던 라이더들의 욕망을 해소해 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자이언트, 트렉, 스캇 등이 지사로 설립되며 더욱 경쟁이 강화된 시기이기도 했죠.

하지만, 여전히 자전거의 다양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에서 문화적인 한계가 온 것도 사실입니다. 21세기에 가장 큰 변화는 로드바이크의 성장이고, 그런 것에 비해 단일 카테고리에 대한 경쟁이 심해지면서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 문제가 발생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전거 공급

코로나19 전인 작년까지 자전거의 수요는 완전히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자전거의 유통 기간은 거의 5~6개월이 걸립니다. 수입사에서 주문하고 그 자전거를 받는 시간이 보통 6개월 정도이며, 그 자전거는 타이완, 중국, 일본, 이탈리아 등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프레임과 부품이 생산되어 조립되는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변수도 참 많습니다.
지난 해는 매출이 워낙 적었기 때문에 유통사들도 주문을 적게 넣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니까 그것을 감당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 것이죠.
6개월이 걸리는 일반적인 유통 시간을 줄여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고, 생산에 대한 차질까지 만들어지며 수요를 맞추기 위한 공급은 아직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자전거는 6개월 앞을 내다보며 유통을 준비하는 시장이다.
그래서, 갑작스런 코로나19 사태의 수요급증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수요를 당해내지 못할 만큼 판매하는 것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안정적으로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은 산업 기반으로는 불안한 요소입니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지만 빌딩을 높게 지려면 기반작업을 단단하게 하듯이 지금처럼 갑작스런 호황의 요소는 위기가 될 가능성도 있게 마련입니다.
열심히 타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이 자전거가 없어서 그냥 돌아가시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와같은 공급 지연 문제는 아마도 내년까지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국내의 큰 자전거 업체들의 창고가 대부분 비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재고 부족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상황입니다.

또, 지금 수입사에서 주문한 것들이 내년 봄에 동시에 입고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모든 업체들이 한번에 공급될 경우 자칫 공급과잉이 일시적으로 발생하면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험이 많은 업체들은 어느정도 피해갈 수 있겠지만, 최근에 새롭게 시작한 유통사들은 위기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같은 자전거 공급문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그 후에 안정적인 모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족 단위의 고객 성장, 자전거 산업 다양성의 기회

최근에는 가족 단위의 손님이 크게 늘어난 것도 큰 변화 중에 하나입니다. 건강을 위한 운동과 근거리 교통수단을 모두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자전거이기 때문이죠.
자전거는 앞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출퇴근과 근거리 이동을 위한 커뮤팅 자전거 시장은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분들이 자전거에 대한 경험을 높였습니다.
서울 공공자전거를 예로 들면, 지난 해 2억 시간대에서 3억 시간대로 사용 시간이 60% 정도 향상되었습니다.
이처럼 사용이 급증하는 시기에 안전에 관한 캠페인과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론을 만들어야 할 시기이기도 합니다. 유통사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적절한 대안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교통수단으로의 자전거는 서울공공자전거의 이용율이 60% 이상 성장할 만큼 커졌고, 가족 단위의 건강을 위한 자전거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산업과 문화의 균형

우리나라는 자전거 산업의 성장과 문화의 성장 균형이 잘 맞지 않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아직 자전거 사이즈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만큼, 제대로 된 자전거 문화를 전달하는 방법이 부족합니다.
지금은 자전거 대리점에서 소비자에게 자전거를 판매하면서 이와같은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고 봅니다. 자전거를 구매할 때 제대로 선택하고 안전하고 즐겁게 타는 방법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자전거 유통을 시작한 지 25년이 넘었지만, 고객분들에게 자전거를 탄 후에 정말 건강해지고 즐거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경험을 최근 입문하시는 분들도 체험한다면 정말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같은 경험을 위해서는 안전과 문화가 어쨌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안전하지 못한 스포츠는 절대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대리점에서 고객분들에게 제대로 된 자전거를 추천하고 헬멧이나 안전 라이딩에 대한 설명을 잘 해준다면, 앞으로 자전거 문화를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까지 만족시키는 자전거

자전거는 단순한 교통수단에서 건강을 지켜주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건강해지면 자신 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도 정말 좋습니다. 건강한 가장이 더 건강한 가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건강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면서 자전거와 건강에 대한 생각을 더 하는 것 같습니다.
퍼포먼스 위주의 자전거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번 코로나 사태가 자전거에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자전거가 건강에 정말 좋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 홈 트레이닝 시장도 코로나19 사태와 겨울 시즌이 겹쳐지며 커지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전거를 탄 후에 정말 건강해지고 즐거워졌다'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전기자전거의 가능성을 봐야 할 시기

유럽이나 선진국은 이미 커뮤팅을 위한 전기자전거가 크게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전기자전거의 커뮤팅 시장은 우리나라에도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힘이 없어서 전기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전기자전거로 경험하게 되는 또다른 장점들 때문에 전기자전거를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가족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어려운 코스에서도 재미있게 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덜 힘들고 적절하게 운동도 되는 성능으로 인해 출퇴근을 위한 커뮤팅 전기자전거는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를 잘 즐기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자전거로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에 따른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편견이 없어지길 바랍니다.

현재는 전기자전거의 가격이 큰 벽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디지털 장비들의 발전을 생각해본다면 전기자전거의 발전도 정말 빠르게 변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까지 전기자전거는 이동할 수 있는 거리와 무게에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곧 10kg 초반대에 100~2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자전거가 출시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를 즐기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자전거의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아이템이다.

전기자전거는 땀을 적게 흘리며 편한 독립적인 교통수단이자, 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언덕길도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경험을 전하는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기자전거가 출퇴근 등에 잘 사용되기 위해서는 주차시설과 같은 인프라도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방치된 무료 주차시설보다, 관리되는 유료 주차시설이 있다면 더욱 편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같은 인프라 투자가 정부 차원에서 적절하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자전거에 대한 경험이 높아진 시기

입문 라이더가 늘어나는 것에 따라서 적합한 자전거를 선택하고 잘 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전거로 인해 '더 좋은 삶'을 만들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방법으로 자전거를 타게 될 것입니다.
건강부터 즐거움까지 줄 수 있는 자전거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산업과 문화의 균형잡힌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자전거를 타고 건강해지고 정말 행복해졌다는 분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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