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대륙 자전거 횡단을 앞두고
에디터 : 이호선

세계 지도에 6대륙 횡단 루트를 그리며 계획을 세웠다.

요지부동이던 창문을 힘겹게 밀어 올려 밖을 내다보니 그것은 이미 봄.
정말 길고 긴 겨울이었어.

무거운 코트와 부츠로 일관하며 봄을 기다린 긴 인내의 시간동안 우리는 '아 자!'와 함께 창공을 찢는 강력한 어퍼컷과 하이-파이브를 연발하며 가슴 터지는 승리와 성취의 기쁨을 누렸는가하면 비탄과 분노의 바닥 모를 암흑의 심해(深海)속을 헤매기도 했지.
하지만 나는 어금니를 악물고 말하고 싶어.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솟구쳐 올라도 우리의 삶은 계속 되어야하고 우리의 꿈과 도전 또한 계속되어야 해.'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출정식을 가진 이호선씨

이제 봄의 문이 활짝 열렸어. 입이 찢어질 만큼 제대로 한 번 하품을 했으면, 이젠 온몸 구석구석 최후의 실핏줄까지 힘찬 봄의 박동이 전해질만큼 한껏 기지개를 켜봐.
자, 이제 온 몸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스텝을 밟는 거야.
그리고는 잽을 날려봐. 잽, 잽,...... O. K! Good, good, very good! 원 투,........원투에 이은 컴비네이션!!

2년에 걸쳐 세계 6대주를 빠짐없이 달릴 이번 여행을 위해 내가 준비할 것은 한 마디로 잘라 말해서 '없어!'
짊어 질 배낭을 터질 만큼 채우기 위해 부질없는 진땀을 흘리기보다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목숨에의 집착마저도 비장하게 가위로 잘라 버리고 '완벽한 무소유'의 실천자가 되어야만 나는 비로소 떠날 수 있고, 또한 정상적인 박동 수의 호흡을 하면서 나의 땅, 나의 나라, 대한민국으로 다시 돌아 올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첫 번째 북반구 세계 일주를 통해 통쾌하게 깨닫게 되었지.
그래서 '나', '이호선'을 제외한 모든 것을 순순히 대지위에 내려 놓기로 했어. 그저 '이 호선' 하나 만으로 충분한, 완벽하게 솔직한 '나'가 되어 '세계'라는 명경(明鏡)앞에 나 자신을 주저 없이 내 던지고 한 점 부끄럼 없이 비추어 보며, 나 자신과의 심각한 대화를 계속 할 것이야.
그래도 '여권(Passport)' 하나만은 집어 들어야겠지. 그것만큼은 나의 앞길에 아주 심각한 현실이 되어 이 여행의 최후까지 나와 함께 할 것이기에.

비록 거센 비바람, 사막의 모래바람, 불타는 태양, 공포의 말라리아 모기 등의 더블, 트리플, 쿠아드러플(Quadruple)의 소나기 펀치가 나의 전신을 두들기는가 하면 미친 인간 하이에나들이 흉측한 이빨을 번뜩이고 발톱 날을 세운 채 나에게 달려들고 절대 고독이 나의 그림자가 되어 필사적으로 나를 쫓겠지만, 그것들은 '꿈과 자유'에의 쇠심줄같이 끈질긴 나의 탐욕에 대해 내가 지불해야만 할 지극히 당연한 대가이겠지.

'완벽한 무소유'이고 싶지만 현실을 가득 싣고 떠나는 자전거

'Freedom is never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야!)'
자유는 카드나 외상도 아닌, 1원의 디스카운트도 없는 현금박치기로만 결제가 가능해.

나의 온 몸엔 어느덧 High Voltage(고전압)의 전기가 흐르고 스파크가 튀기 시작한다.
거친 세상으로 여행을 막 떠나려고 할 때처럼, 그리고 이역(異域)의 낯선 마을, 낯선 자연 속에서 아침에 홀로 눈을 떴을 때처럼 짜릿하게 흥분되고 즐거운 기분이 되는 순간이 이 세상에 또 있더냐!!
그야말로 나는 '야성의 엘자'가 되어 'Born free!'를 이 세상을 향해 부르짖는 것이지.
나는 그저 자연의 아들, 그리고 바람이 되어 세계를 질주하는 것이야.
이젠 뒤돌아 볼 필요도 없어. 그저 앞만 보고 달리면 되는 거야.
죽고 사는 일일랑, 거창하게 삶과 죽음의 미학을 논할 것도 없이, 그저 속편하게 하늘에 맡기자꾸나.

자, 심장이 터질 만큼 숨을 들이쉬고 제대로 심호흡을 했으면 이제 의젓하게 자전거에 올라타고 힘차게 페달을 밟는 거야. 그리고 창공을 바라보며 나의 몸을 곧게 세우고 단호하고 위풍당당하게 나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달려드는 바람을 박살내며 자유의 지평선을 넘고 넘는 것뿐.

2 년 동안 세계 육대주, 40여 개국을 뚫고 지나가는 '이호선의 전격(電擊)세계 원정기'는 'Prestissimo(아주 빠르게)'의 지구행진곡이 될 것이다.
쉰 세대, 구 인류(舊 人類)인 59년생 청춘, 천하의 산돼지 한 마리가 미친 척하며 백호(白虎)의 용맹함과 몽골 기마 군단의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로 아득히 먼 저 지평선을 넘고 넘어, 세계를 돌고 돌며 거침없는 무한질주를 감행할 것이야.
나는 나 자신과의 심각하고 치열한 벼랑 끝 협상을 벌인 끝에 고비, 사하라를 포함하는 대륙별 고난이도(高難易度)의 구간을 정면 돌파하기로 합의서에 손도장을 찍었다.

Now I'm free, I'm free, and I'm free!
가가 울랄라,
람마 람 맘마,
랄라 우와와!!

떠도는 구름이었던 나는,
이제 바람이 되었고
또 다른 바람에 맞서 싸우는 윈드파이터(Windfighter)가 되었다.



세계일주 출발(2010년, 5월 7일)을 앞두고, 바람과 싸우는者(Wind fighter), 이 호선

2010년 5월 7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인천항을 향해 여행 첫 페달을 밟았다.

중국으로 떠나는 인천항에 마중나온 친구들과 함께

인천항을 떠나 중국 칭따오로 출발하는 배에 승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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