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개고기 대접과 설날 파티
2010-05-14   안상은


캄보디아는 길도 좋고 차도 거의 없다.

국경을 넘는다.
4년 전 태국에서 캄보디아로 넘을 땐 앞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못된 놈이 있었는데, 이곳은 깔끔하게 원래 비자 가격 20달러만 받고 통과 된다.
캄보디아 길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길도 좋고 차도 거의 없어 달리기 좋다. 다만 차가 너무 없어 가끔 나타나는 차가 엄청난 속도로 질주한다. 아우토반이 따로 없다.

현지인만 있는 곳이니 원래 가격을 알기 좋다. 언제나 새로운 나라에 들어서면 초반에 소비가 많다. 정확한 가격을 알아야 그런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다시 달린다. 캄보디아 역시 모든 아이들이 헬로우를 외친다. 해도 저물 때라 시원하고, 길도 좋고, 새로운 나라에 들어왔고, 사람들이 인사해 주고… 즐겁다.

국경도시를 지나치고 현지인만 있는 노점 식당 군에서
바게트 샌드위치와 사탕수수 즙, 닭죽을 먹는다.

이제 텐트 칠 곳을 물색할 때 속도를 줄이고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한 친구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자기네 집에서 자라고 한다. 그 많은 헬로 무리 중에 한 친구였는데 우릴 보고 따라 온 거다. 그 친구는 이미 이 길을 지나는 한국, 일본 자전거 여행자를 몇 잡아서 재웠나 보다. 집에 가니 가족들이 모두 환영해 주고 밥을 준다며 고기를 굽는다. 맛난 밥이다. 고기 맛이 왠지 개고기 맛이어서 무슨 고기냐 물어도 얼렁뚱땅 넘어가려 한다.

첫날부터 이런 대접을 받다니, 앞으로의 캄보디아 여행이 기대 된다. 우리를 부른 친구는 영어를 잘한다. 캄보디아는 거의 최빈국 수준인데, 대학에 다니는 친구니 나름 지식층이다. 안타까운 건 전공이 IT라고 하는데 보는 책이 제본된 윈도우 98과 오피스 2003이다. 컴퓨터도 없다. 집이 가난해 살 수 없다 한다. 일본에 공부하러 가고 싶다고 하는데 그것도 불가능하다. 부에 대해 동경을 하는 것 같은데 그것도 베트남이 모던한 나라라고 하는 수준이다. 차이가 너무 심하다. 우리나라에서 저 사양 중고 컴퓨터 10만원이면 살 수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사주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가 대접받는 오늘 만찬이 이들 가족에 폐가 안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고기라 하는데 뼈와 껍데기가 절대 소가 아니다.

아이들 소리에 잠이 깬다.
일어나 보니 텐트 친 곳이 유치원으로 쓰이는 공간이었다. 따로 건물이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간단히 가르치는 시스템이다.

아침에 학교에 간다던, 어제 우리를 데리고 온 포스는 학교에 가지 않았나 보다.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와 포스와 커피를 한 잔 마신다.

아침에 아이들 소리에 잠이 깬다.

출발하기 전 포스에게 묻는다. "어제 먹은 거 개고기 맞지?" 포스는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개고기 식용에 대해 세상의 많은 지탄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때문일거다. "그런 것 같더라. 근데 열라 맛있었다." 포스는 그냥 웃고 만다. 우린 너무 보양식 개념으로 요리를 해서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선 다른 고기와 마찬가지로 다루니 맛있다. 우리도 개고기를 삼겹살처럼 구워먹을 필요가 있다. 복날 같은 날씨에 개고기도 먹었으니 좀 나아지려나.

날이 더워 쉬는 곳에서 음료를 먹으며 씻곤 했는데 캄보디아는 관계시설이 열악한지 수도 시설을 보기 힘들다. 어제 머문 집에서도 전동 펌프 시스템이었고, 일반 가게는 그냥 큰 항아리에 물을 받아놓고 바가지로 퍼 쓴다. 그래서 물을 맘대로 쓰기 힘들어 잘 씻을 수 없어 곤욕스럽다.

밥을 먹는다. 고기 반찬에 밥을 주는데 먹을 만하다. 베트남에서 만난 유학생이 캄보디아 음식은 진짜 먹기 힘들다고, 삭힌 홍어도 먹는데 캄보디아 음식은 도저히 먹기 힘들었다고 해서 좀 걱정을 했는데 아직까지는 베트남 음식과 별 다를 게 없이 입에 잘 맞는다. 두 공기나 먹고 다시 출발.

도로상의 표시된 프놈펜까지의 거리와 GPS상의 거리가 차이가 크다. 이유는 프놈펜까지 가는 길에 강을 두번 건너야 하는데 GPS는 길만 찾기 때문에 돌아가게 알려준다. 100km 정도 차이가 나는데 선착장의 인부에게 다리는 없냐고 물으니 다리는 없고 지금 배가 떠나니 빨리 가서 타라 한다. 공짜로 태워주겠단 얘기. 지체 없이 탄다. 이렇게 첫 번째 강 도하.


좀 달리니 날이 어두워진다. 역시 어느 집에 가 허락을 받는다.
이틀 뿐이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이 친절로는 최곤 것 같다. 사회주의 국가도 자본주의를 택하는 세상이다. 가난한 나라일 수록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일어나니 동네 아이들이 모여 우리를 구경하고 있다. 여행객이 제 발로 찾아오는 곳이 아니니 마냥 신기한가 보다.


오늘도 태양이 작렬한다. 뫼르쏘가 이곳에 있다면 기관총을 들고 난사했을지 모른다. 프놈뺀까지 남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달린다. 1시경 프놈뺀에 도착. 냉면이 너무 먹고 싶어 한국식당을 찾지만 설날이라 거의 다 문을 닫았다. 문이 열려있는 '압살라 식당'을 찾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물냉면이 없다. 비빔냉면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친구분과 바둑에 열중이신 사장님께 물냉면은 안 되냐 물으니 지금은 안 되는데 설이니 떡국 한 그릇 먹고 가라 하신다. 공짜 떡국 앞에서 물냉면의 욕망은 바로 사라진다. 오랜만에 김치를 먹으니 맛있다.

공짜 떡국 앞에서 물냉면의 욕망은 바로 사라진다.

인사를 하고 나와 Wi-Fi가 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연락해 둔 카우치 서핑 친구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연락을 취한다. 호스트를 해주기로 했는데 한참을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도 연락이 없길래 투덜거리며 게스트 하우스를 알아보려고 움직이려는 순간 전화가 온다.

주소를 물어보고 찾아가고 있는 중에 그 친구가 오토바이를 끌고 마중 나온다. 독일 친구인데 이름은 세바스티안이다. 인상도 밝아 보이는 게 맘에 든다. 집에 데려가 우리에게 방을 하나 내 주는데 작지만 화장실까지 따로 있는 방에 침대도 있다. 웬만한 게스트 하우스 부럽지 않은 훌륭한 방에 넓은 거실과 테라스까지.. 최고다.


흐뭇해하며 짐을 챙기고 있는데 오늘 저녁 디너파티가 있는데 같이 가자 한다. 좋아라 따라 나선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주인만 이곳 사람이고 나머지는 서양인들이다. 세바스티안은 나의 플랜 티셔츠를 알아봤는데 물어보니 독일의 NGO 단체를 통해 이곳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 친구였다.



디너파티에 모인 사람들도 그와 비슷한 일을 하거나 우리처럼 엮여 온 사람들인데 서로 잘 아는 사이 같지는 않다. 어쨌든 모두 모여 주인 아저씨, 아줌마가 구워주는 근사한 음식을 먹는다. 정말 맛있다.
조니워커 2병과 처음보는 위스키 한 병과 준비된 음식이 모두 비워진다. 세바스티안이 수잔나라는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서 옆에서 부추겨 주고 2차로 펍에 간다.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고 포켓볼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정말 이럴 때마다 짧은 영어가 아쉽다.
여자 친구들을 데려다 주고 세바스티안과 우리만 다시 집 앞에 있는 클럽으로 간다. 이런 델 그리 좋아하는 친구 같지 않는데 우릴 위해 데리고 온 것 같다. 이 친구 정말 맘에 든다. 집에 들어와 뻗는다. 멋진 설을 보냈다.



** 더 많은 이야기는 리얼로드무비 블로그를 통해 볼 수 있다.
- 리얼로드무비 블로그 : http://realroadmovie.tistory.com/ 
- 안상은 블로그 : http://rrmbyinwh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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