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64, 멜번에서 자전거 선수 라이언을 만나다.
에디터 : 강수정

2004년 8월 26일(목)

현재위치 : 멜번(Melbourne)
이동거리 : 97.60km
누적거리 : 4,543km
평균속도 : 17.3km/h
최고속도 : 49km/h
숙박장소 : 라이언의 집


모닝턴(Mornington) 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멜번(Melbourne)에 왔다. 타운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고 왼쪽으로는 계속해서 해변이 이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조깅과 사이클링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크고 작은 공원 덕택에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았다.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인 멜번이다.
오늘 맞바람이 유난히도 심했지만 꿋꿋하게 달린 이유...
오늘이 지나면 우린 버스로 브리즈번(Brisbane)에 가서 바다에 가서 수영을 할거니까...
지긋지긋했던 비와 추위도 이젠 안녕이라고 하며 유난히도 잘 되어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로 여유있게 달려서 멜번의 유명한 건축물 중의 하나인 플린더스(Flinders)역 길 건너에 있는 여행자 안내 센터에 가려고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탄 호주인이 옆에 와서는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라이언(Ryan)이었다.

일본에서 이태리까지 1년이 넘게 자전거 여행을 했던 라이언을 만났다.

그는 사이클을 타고 있었는데 우리가 어디서 오는 길인지, 어느나라에서 왔는지도 궁금해 했다. 한국이라고 했더니 한국 어디서 왔냐고 했다.
'외국인들이 서울 외에 다른 도시를 알던가?'하며 용인에 살고 있다고 했더니 그곳에서 잠시 살아던 적이 있다고 했고 여자 친구가 한국인이라고 했다. 우리로서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한참을 길가에서 얘기를 하다가 자신의 집에 가자고 했다. 몇일 머물러도 괜찮다고..

라이언의 방에 들어서고 받은 첫 느낌. "정말 정말 사이클에 푹빠져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아무리 사이클 선수라고 하지만 그의 방은 감동 그 자체였다. 책장에는 사이클에 관련된 에너지바로 가득차 있었고 책은 사이클 잡지와 트레이닝에 관한책, 방바닥에는 사이클을 위한 음료 몇박스, 자전거 3대, 자전거 트레이너, 가지고 있는 옷은 사이클복, 사이클과 관련 없는 것은 침대와 컴퓨터 뿐이었다.
우린 그가 몇년 전에 일본, 한국, 중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이태리까지 거의 실크로드를 따라 혼자 자전거 여행을 했던 얘기를 들으며 사진을 봤고 우리의 자전거를 보며 조언도 해 주었다.
저녁에는 셋이 자전거를 타고 라이언의 안내에 따라 멜번을 구경했다. 그를 따라다니며 자전거 타는 것이 무척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시내 관광을 마치고 라이언의 형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그의 형이 직접 만든 쵸코렛을 먹었는데, 누군가가 손으로 직접 만든 쵸코렛은 특별한 느낌이었다. 흔히 사먹는 쵸코렛과 너무 다른 느낌..

멜번의 야경

라이언이 자신도 한국말 조금 아는데 단어 3개를 안다고 한다.
"아줌마, 빨리빨리, 소주"
소주를 얘기하면서 얼굴의 표정이 말이 아니다. 너희들도 그거 먹니..? 하며 묻는 건 끔찍하다는 뜻이겠지...
그럼 여자 친구가 영어를 잘 하겠구나 했더니 여자친구는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데이트 하는걸까?

라이언이 한국에서 자전거 여행하던 얘기를 해줬는데, 난 내가 태어나 자란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그가 알고 있는 것보다 적다는 사실에 반성을 했다.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라이언. 아시아를 좋아하는 라이언의 형..

라이언은 브리즈번까지 버스로 가지말고 시드니까지라도 자전거를 더 타고 가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괜찮다면 자신이 주경계선까지 동행을 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호주에 관한 얘기, 호주를 여행하는 자전거 여행자들에 관한 얘기, 자전거 얘기에 새벽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고, 우린 라이언의 침대옆 방바닥에서 푹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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