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에서 바이크아카데미 미케닉강사로..이상훈강사
에디터 : 바이크매거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가 스패너를 집어 들고 자전거 정비 강사가 되었다.
바이크아카데미 이상훈 강사를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미국 정통정비교육 커리큘럼인 BBI(Barnett Bicycle Institute)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이를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하여 바이크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실전을 위주로 한 자전거 정비교육을 하고 있는 이상훈(38)이라고 합니다.

바이크아카데미 이상훈 강사(38)

자전거 정비를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사회 첫 발은 말 그대로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출발이었습니다. IT쪽에서 네트워크 디자이너로 일을 했습니다.
금융, 보험, 증권사 쪽에서 백본설계를 하다가 벤처로 옮기면서 마케팅도 하고 소프트웨어개발, 기술영업도 했습니다.
외국인회사에서는 해외벤더 업무, 바로 전에는 인터넷서비스 사업도 했습니다.
사무실이 마포인 회사로 가면서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볼까 생각했지요.
물론 자전거야 어렸을 때부터 접하고 탔었는데 자출을 하면서 자전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타면 탈수록 빠져드는 게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것 없이 좋더군요.
그 때만해도 비즈니스로 할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중학교 동창 친구를 만나 그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다 보니 자전거 도로도 보이고 자전거 브랜드도 알게 되고, 주위 대형 샵들도 보이고 하더군요. 우리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게 샵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둘이 의기투합하여 바이크루즈라는 자전거샵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처음 샵을 차려놓고 있었는데 자전거를 사 가신 분들이 수리를 요청해 오는 겁니다.
그때는 어찌나 당황했었는지...
BBI에서 수업중 Barnett(왼쪽)과 함께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할 만큼 준비 없이 샵을 차린거지요.
그래서 첨에는 나도 배우는 입장이고 하여 맡겨오는 수리는 무료로 해드렸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나가다가 한계에 부딛혀 정식으로 배워야 겠다 싶었죠.
정보를 좀 조사해 보니 미국 BBI 과정이 가장 유명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교육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작년(2007년)에 정비교육을 정식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가서 교육을 받고 나름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알겠고, 돌이켜보니 내가 얼마나 무모했었나 싶은 것이 나와 같은 사례가 있으면 안되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하여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수업은 어땠나요?
수업은 80시간 짜리 교육과 서스펜션, 피팅을 포함해서 28시간 총 100시간이 넘었는데 아시아 사람은 나 혼자였습니다.
한국인 중에서는 여덟 번째 수강생이라고 하더군요.
문화적인 차이에서 알고 있듯이 정비도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매뉴얼 대로 하더군요.
뭐든지 매뉴얼에 입각하여 하는데 조금 놀랐습니다. 과학정비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목격한 거지요. 사실 우리네는 그냥 감으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정비도 마찬가지구요.
교육을 받으면서 필요 없다 싶을 정도로 하나하나 매뉴얼 데로 하는데 이해가 안 갔었는데요,
지금 제가 교육을 하다 보니 그렇게 하는게 맞더군요.
사실 메뉴얼은 그 제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만든거잖아요. 제조사의 권장값들을 철저하게 지키면 별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뭐 하나 빠지지 않고 다 할 수 도 있구요.
개인의 감으로 하면 결과에 차이도 있고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요.

BBI 수업중 함께 라이딩하는 시간

한국과 미국의 자전거 정비문화 어떤 점이 다른가요?

한국은 미국에 비해 아직까지 공임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지 않습니다.
미국은 철저하게 어떤 수리든 소요된 시간에 대한 공임이 추가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지요, 샵마다 가격기준이 다르기도 하구요.
예를 들어 바퀴에 바람이 빠져 가져왔을 때 사실 바람이 빠진 건지 펑크가 난 건지 알 수가 없지요. 그래서 타이어를 풀러서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이때 펑크가 난 게 아니라도 소요된 시간만큼 수리비를 받습니다.
용품을 하나 구입한다고 해도 용품 대금이나 장착을 원할 때는 장착 비용도 당연히 받게 되지요,
사실 한 사람의 미케닉이 처리할 수 있는 수리 양은 한정돼 있는데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게 한국 현실입니다.
또 다른 큰 차이는 정비 이력을 관리한다는 겁니다. 고객의 자전거 정비 이력을 데이터화해서 언제든지 내역을 확인하고 관리한다는 점이 다르죠.
언제 판매된 제품이며, 어느 시기에 어떤 정비를 주기적으로 시행해 주어야 한다는 정보를 시기적절하게 전달하고 이를 관리합니다.
한국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만 앞으로 시간이 더 걸릴 듯 합니다.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으세요?
음..많이 있습니다. 한분 한분 다 기억이 나지요, 독특한 분들도 많았고, 창원, 제천 등 멀리서 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제가 이 교육을 빨리 시작할 수 있게 해주신 분이 있으세요.
제가 대학 때 밴드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같이 기타치며 활동하시던 선배가 대기업을 다니고 계셨거든요. 미국에서 돌아와 그 선배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선배도 뭔가 다른 일을 해 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당장 교육을 시켜 달라고 하는 겁니다.
사실 좀 더 준비를 하고 교육을 시작할려 했는데 그 선배를 모시고 1기 교육을 시작했지요.
그 후로 끊이지 않고 꾸준히 해와 이번 달이 딱 1년이 되었습니다. 12기 째이거든요.
그 선배도 지금 잠원동에서 행복한 자전거라는 샵을 하고 계시죠.

바이크아카데미 1기로 수료하고 행복한 자전거샵을 오픈하신 이병익대표(왼쪽)

교육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이 무엇입니까?

가장 훌륭한 미케닉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과물이 똑같아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전달해 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정확한 전달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자신감을 갖게 해 주는 겁니다.
정식 교육을 받음으로 얻는 자신감 외에도 실전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바로 대처해서 할 수 있도록 하는거지요.
그래서 교육 중간에 각자 강사가 돼 보기도 하고, 교육 이수 후 바이크루즈 매장과 연계하여 실전경험도 쌓게도 합니다.

교육생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이 있다면?
여러 과정 중에 휠 빌딩을 가장 어려워 하더군요, 32개의 스포크가 꼬인 것도 좌우가 다르고 그 길이도 1mm 단위로 부품에 따라 차이가 나니까 어려워 합니다.
휠 하나 짜는 교육이 완전히 본인 것으로 만드는데 3일 정도 걸립니다. 자전거에서도 중요한 부분이고 또 샵이 겨울을 나는 수단이 되기도 하니 열심히 가르칩니다.
농사꾼은 겨울에 짚신을 짜서 팔듯이 샵은 겨울 비수기 동안 휠을 짜서 판매합니다..ㅎㅎ

바이크아카데미 개인실습대의 공구들
교육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교육과정은 크게 3파트로 나뉩니다.
프로페셔널미케닉과정(PMP), 매니아미케닉과정(MMP), 모듈과정이 있습니다.
프로과정을 기준으로 보면 시간은 미국 BBI와 같이 80시간이고 총 3주간 진행하며 매일 월~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합니다.
비용은 250만원(등록비 50, 교육비 200)인데 제가 직접 번역한 한글교재로 진행하고 과정 중에 하루는 함께 라이딩을 갑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몸으로 느껴야 좀 더 정확한 정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은 최대 4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집중도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과정이 다 마치면 복습과정으로 바이크루즈 매장에서 한 달 정도 무료로 실습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실전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함이지요.
(상세내용 : www.bikeacademy.co.kr)

나에게 자전거는 OOO이다?!
인생 2막이다.
1막에서는 조연으로 살아왔는데 자전거를 통해 새로운 2막을 살게 되었고 지금은 내가 주인공 입니다.

향후 계획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조그맣게 시작했는데 다행히 다음달에 좀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갑니다.
그리고 정비 강사도 키우고 싶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정비교육을 받아 샵 오픈이라는 새로운 일을 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게 바램입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 그 사람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다면 그게 나의 보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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