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도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에디터 : 박규동

1996년 10월 16일(水)     야영. 도로변(문드라빌라 66km전방)
                      야영 → 마두라 → 야영(마두라 47km후)

05:30 8℃ 구름 바람없음
아침식사 햄버거,스프,커피
06:40 야영지에서 출발
07:25 휴식 13℃ 구름 바람없음
08:20 휴식 16℃ 구름 바람없음
09:20 휴식 커피 17℃ 구름 남동풍약
09:55 4,000km 통과
10:20 휴식 비스켓,치즈 1.5℃ 구름 바람없음
11:15-12:10 마두라(Madura) 식사 스테이크샌드위치,커피우유 구입품 햄버거 4개 스테이크샌드위치2개 $37.00 커피우유2개 물3ℓ $10.30
13:03 휴식 23℃ 구름 남동풍중약
14:00 휴식 23℃ 구름 남동풍중약
14:37-15:00 식사 쉼터 터 마두라 25km후 햄버거,오렌지쥬스
15:50 휴식 23℃ 구름 남동풍중
16:45 휴식 22℃ 맑음 남풍중약
17:00 물탱크 옆에서 야영 마두라 45km후 남위:31°55.3′ 동경:127°31.2′
저녁식사 배추국,밥,참치,야채,짱아치

최고속도46.1
평균속도12.7
운행시간7.44.50
주행거리99.11
누적거리4063.6


10시쯤, 좌측에서 캥거루 세 마리가 나타나더니 한참동안 우리를 따라오며 반기는 기색이다. 한동안 그러더니 우리 앞을 바싹 앞질러 길을 건너 우측 숲속으로 건너 갔다. 건너 가서는 배웅이라도 하듯이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고 서 있었다. 좋은 징조인 것 같다.
마두라 테이블랜드에서 마두라 패스를 통해 약 1km가량 다운힐이 있었다. 모처럼 신나게 달려 내려갔다.

마두라 패스

11시 마두라 도착. 오아시스 로드하우스에서 간식을 하고 에어컨디션 시설이 된 실내에서 1시간을 쉬었다. 마두라의 오아시스 로드하우스를 떠나면 동쪽으로 이어지는 평지. 마두라에서부터는 좌측으로 테이블랜드의 남쪽 벽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벽은 동쪽으로 뻗어 나중에는 해안절벽이 된단다.
바둑판처럼 보이는 테이블랜드는 평원 위에 또 다른 평원을 얹어 놓은 것 같다. 우리는 그 바둑판 오른쪽 아래층 평원을 가고 있는 것이다.

테이블랜드를 보며 달린다.

직선도로 왼쪽의 노란 표시는 플라잉닥터의 활주로 표지판

남풍이 3시 방향에서 계속 불었다. 가끔 2시 방향으로 바뀌어서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다.
도중에 낙타농장에서 호주 낙타를 보았지만, 야생낙타를 만나면 행운이 따른다고 하기에 틈나는 대로 사방을 둘러보지만 아직 만나지 못했다.
왯지테일 독수리가 남풍을 타고 제자리에 멈춘 듯 먹이를 찾아 하늘에 정지비행하는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
메뚜기, 풍뎅이, 사마귀같은 것들이 보인다.
 
사막이라서 그런지 모두 체구가 우리나라 것들의 3분의 1쯤 되는 것 같다. 파리도 자그마한 것이 수없이 나타나서 따라다닌다. 아스팔트 까지 나와서 또아리를 틀고 지나가는 차량들을 위협하는 갈색독사들. 그러다가 차에 치여서 죽어있는 모습이....
한 번은 갑자기 나타난 독사를 미처 피하지 못하여 자전거 뒷바퀴로 치여 버리기도 하였으니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독사에 물릴 뻔 한 것이다.
작은 악어처럼 생긴 도마뱀의 벌린 입과 날름거리는 긴 혓바닥. 독이 많다고 했는데.
멀리서 힐끗힐끗 바라보며 따라오던 들개 딩고의 무리들. 차에 치여 죽은 시체를 가장 먼저 덤벼드는 녀석들이 아닌가?

창민이 대장이 내 무릎을 맨소래담 로션으로 매일 저녁 맛사지를 해 준다. 엉덩이와 허벅지 살이 많이 빠졌다. 종아리도 가늘어졌다. 어깨 쪽에 새로운 근육이 생긴 것 같고 수염과 머리가 많이 길었다.




눌라보에는 낮에 보다 밤에 다니는 차량이 많다고 한다. 하루에 한 번 운행하는 그레이하운드 버스도 밤에만 이 구역을 통과하고, 대형 로드트레인도 낮 보다 밤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이다. 차량통행량이라고 해야 고작 한 시간에 열 대 가량이지만 말이다.
차량이 밤에 주로 운행하는 이유는 낮의 더위 때문인 것 같다. 차량의 엔진이 과열되어 고장의 원인이 되며, 특히 타이어가 과열로 인해 파손이 심한 것 같다. 도로 가장자리에는 파손되어 버려진 타이어가 수두룩하다.

10Km가 넘는 긴 직선구간 도로를 통과하였다. 비상시에 후라잉닥터를 위한 활주로로 쓰여진다고 대형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후라잉닥터란 응급환자가 발생한 아웃백에 소형항공기로 의사가 직접 날아가 치료하는 호주의 의료제도이다. 환자를 수송하기 어렵고 가까운 곳에 의료시설이 없는 아웃백 주민을 위한 호주 인들의 지혜가 아니겠는가!
민간무선통신(Civil Band)에 의한 통신 수단이 잘 발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잘 분포되어 있는 것 또한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한 배경이다.


 
1996년 10월 17일(木)     문드라빌라 모텔 #1
                       야영 → 문드라빌라(Mudrabilla)

06:13 7℃ 맑음 바람없음
아침식사 햄버거,스프,녹차
06:35 야영지에서 출발
07:25 휴식 16℃ 맑음 북풍약
08:25 휴식 17℃ 맑음 북풍약
09:25 휴식 사과 19℃ 맑음 동풍약
10:30 휴식 비스켓,치즈 21℃ 맑음 남서풍약
11:00-11:40 식사 쉼터 문드라빌라 22km전 햄버거,말린살구,녹차 24℃ 맑음 남풍약
12:30 휴식 23℃ 맑음 남풍중약
13:15-13:35 휴식 쉼터 22℃ 맑음 남풍중
14:15 문드라빌라(Mundrabilla)에 도착(영업시간 06:30-22:00) 모텔 남위:31°49.1′ 동경:128°13.5′
숙박비 $55.00
저녁식사 배추국,밥,햄,짱아치,야채 커피우유 2개 $4.00

최고속도16.8
평균속도11.7
운행시간6.07.42
주행거리72.02
누적거리4135.6


퍼스에서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운행하였더니 피로가 겹친 것 같다. 그저께 114km를 달렸기 때문에 오늘 일정을 다소 일찍 마무리 하였다. 남풍이 강약을 바꿔 가며 분다.
눌라보 구간도 반을 넘겼다. 내일은 웨스턴오스트랄리아 주를 벗어나 사우스오스트랄리아 주로 경계를 넘어간다.
 
카라반파크에 들렸으나 빌려 주는 카라반이 없다 하기에 모텔에 묵는다. 며칠 만에 샤워도 했다. 그러나 눌라보의 로드하우스에는 물이 귀한 탓에 세탁기가 없어서 입었던 옷이 땀에 절었는데도 계속 입어야겠다.

이곳은 UFO마을이라 부른다. 'Home of UFO(유에프오의 고향)'.
내 생각에도 UFO가 착륙할 수 있는 곳이 지구에서 여기 밖에 없을 것 같다. 아니 오래 전에 외계인이 와서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갔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영혼 조상이 호주 한가운데에 울루루 바위를 세워 놓고 표시를 했었듯이 이곳도 그런 흔적이리라.



트레일러 타이어 하나가 드디어 한계점까지 닳아서 예비 튜브 하나를 잘라서 타이어 겉에 덧 씌웠다. 그리고 비상용으로 준비해 두었던 포장용 테이프로 붕대 감듯이 감았다. 일주일만 더 견디어 준다면 좋겠는데 다른 타이어도 수명이 다 되었기 때문에 걱정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타이어 닳는 것이 눈에 확 뜨이게 심해졌다. 도로변에는 자동차 타이어가 파손된 것이 수두룩하게 버려져 있다. 포장도로이긴 해도 도로표면에 지름 1cm가량의 자갈을 입혀 놓았다. 우리 나라처럼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우툴두툴한 것은 기온이 높아지는 것에 따라 포장도로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것 같은 데,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기에는 힘이 들고 충격도 느껴진다. 타이어 손상도 더 쉽게 되는 것 같다.
 
자전거 타이어는 아직도 예비를 준비한 것이 3개나 더 있어 다행이지만 트레일러 타이어는 더 이상 여유가 없다.
트레일러 타이어가 이렇게 소모적인 것에는 트레일러의 설계의 문제인 것도 있다. 이점을 간과하고 쉽게 생각했는데 말이다. 트레일러 바퀴는 좌우로 두 개인 반면 끌어 주는 견인 막대는 하나이기 때문에 견인에 안전성을 주기 위해서 타이어가 땅에 닿는 아래쪽의 폭이 넓고 위쪽이 좁다. 따라서 타이어의 앞쪽 간격이 뒷 쪽 간격 보다 좁다(toe-in). 이렇게 설계된 앞 타이어의 정렬은 주행시의 안정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반면에 노면의 마찰저항이 커져서 타이어 마모를 더 촉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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