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주인 Dane 가족의 뜻밖의 환대
에디터 : 서동권

  6월 13일 여행 6일차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

전날의 폭우에 모든 것이 거의 초토화가 되었다. 제발 다음날은 비가 오지 말라는 바램으로 잠이 들었는데 그렇게 피곤했는데도 불구하고 새벽에 빗소리 때문에 몇 번이나 깨었다. 잠에서 깰 때마다 비바람 소리에 내일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피곤하니까 다시 잠에 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카메라에 찍힌 내 모습을 보니 완전 초췌하다. 하지만 이런 기적이.. 햇빛이 짱짱하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미 모든 장비가 이렇게 초토화된 이상 오늘 안에 오타와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한다면 한다..!!


오타와에는 아버지 친구 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비록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누군가가 나를 기다린다는 사실 자체가 나 홀로 여행자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

불어로 된 이름이라 기억을 못했던 어제 나를 재워준 친구가 오렌지 하나를 주었고, 굿바이 악수를 한다. 감사합니다.

어제 도움을 받았던 중국인 편의점을 지나 펑크가 났던 그 지역을 조심스럽게 벗어나 다시 동쪽으로 달린다. 펑크 후에 미니펌프로 바람을 넣었는데 역시 한계가 있는 듯하다. 뒷 바퀴가 완전 푹 꺼져있다, 그쪽에만 계속 신경쓰다 보니 왠지 바퀴 바람이 점점 더 빠지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중간에 모든 짐을 다시 내리고 바람을 더 넣어보지만 소용없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역풍이 엄청 분다. 평지인데도 속도가 10km/h도 안 나온다. 오늘 안에 오타와로 가고 싶은데... 조금씩 조급해진다. 그래도 최대한 마음 편히 가지고 가기로 한다.

도데체 여기 하늘은 왜 이렇게 맑은거지?

중간에 다리를 건너면서 아래 강을 보는데 흙탕물이다. 어제 비가 많이 오긴 했나보다.

비록 초 역풍이긴 하지만 날씨가 매우 맑고 경치도 무척 예쁘다.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역풍만 없으면 좋겠다.


드디어 오늘 500km를 주파했다.
500km라... 1000km가 되면 어떤 기분일까. 여행이 끝날 때가 되면 몇 키로가 될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드디어 500km 주파

오후 6시가 되니 더위와 역풍이 조금씩 꺾이기 시작한다. 지도를 보니 오타와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여태까지 따라온 길을 따라 계속 가다보니 (지도에 그렇게 나와있다.) 느낌이 조금씩 이상해진다. 차선도 넓어지고 차들 속도도 빨라진다. 그리고 차들이 계속 빵빵댄다.
안좋은 예감이 들어 지도를 펴보니 분명 이 길이 맞다. 조금 더 앞으로 가보다가 정말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다시 돌아가 사람들을 찾아본다. 한참 동안 돌아가니 사람들이 보인다.

옆에 길을 따라가면 8차선 고가도로가 나온다.

"오타와로 어떻게 갑니까..? 제 지도를 보아하니 이 길 따라가면 되는 것 같은데… 이 길 맞나요?"
웃는다. 이 길은 8차선 고속도로라 여기 올라가면 자네는 로드킬 당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길은 오타와 방향이 아니라고 한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그 사람들이 알려준데로 간다.
이제 지도는 필요 없고 그 사람이 알려준데로 적은 메모만 가지고 길을 찾는다.

두 시간정도 더 가니 퀘벡주와 온타리오주의 경계에 위치한 가티누(Gatineau)가 나온다.
실감이 안 난다. 퀘벡주와 굿바이라니!!


가티누에서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본다.

"오타와 어떻게 갑니까?"
"앞에 가다보면 자전거 도로가 나와요. 그 도로만 계속 쭉 타고 가세요. 그럼 오타와 나올 겁니다!"
"얼마나 걸리나요?? 만약 자전거로 갔을 때요"
"음.. 조금 오래 걸릴 거에요. 넉넉히 한시간은 걸릴 거에요"
"한 시간 밖에 안걸리나요? 저 퀘벡시티부터 여기까지 왔어요! 하하하"

한 시간 밖에 안 걸리다니... 배가 너무 고팠지만 그래도 힘을 낸다. 아까 그 사람이 말한 대로 자전거 도로에 들어갔고 이상하게 갑자기 힘이 넘치기 시작했다. 시속 25키로의 속도로 오타와를 향해 전진한다.그리고 우회전을 크게 한번 도니..
오타와가 보인다. 하! 이 뿌듯함이란…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계속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이 강을 경계로 내가 서있는 쪽은 퀘벡주, 저 반대편은 온타리오주 오타와이다. 조금 헤매었지만 다리 건너는 길을 찾았다.

뒤에 보이는 건물이 캐나다 주 의사당이다.

퀘벡주의 마지막 관문인 저 다리를 건넌다. Good bye Quebec .

이제 오타와에 도착했다. 이제 진우형의 집을 찾아야 한다. 진우형 집은 오타와 대학교 근처라고 들어서 오타와 대학 근처에 도착하여 형한테 전화를 한다. 형이 일이 방금 끝나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 조금만 기다리라고 한다. 오타와 대학교 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형을 기다린다.

조금 기다리니 형이 도착했고 처음 만난 사이라 어색하게 인사를 한다.
형하고 형 선배하고 같이 간단히 맥주 한 잔 하고 형 집으로 간다. 따듯한 샤워를 하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잔다. 좋다. 그저 좋다. 내일은 재정비와 오타와 관광이다. 그리고 모레 토론토를 향해 출발한다.

주행시간:아침 8시~ 저녁 9시
주행거리: 135km
쓴돈 : 아침 6달러 빵,우유 6달러, 저녁 8달러 : 약 20달러


  6월 14일 여행 7일차 <오타와 관광 그리고 토론토 갈 준비>

진우형 집에서 잘~ 자고 ! 아침에 9시 좀 넘어서 눈이 떠졌다. 어제 135키로 달렸는데도 은근 잘 일어나진다. 일어나서 있다가 진우형이 베이글을 해줘서 그거 먹고 오타와 관광!

맨 왼쪽 진우형, 가운데 진우형 학교 선배

오타와 주 의사당 구경하고 장 보고 그 형 집에 가서 찜닭을 하는 동안 나는 자전거 가게에 가서 타이어에 공기를 넣었다, 공기를 넣고 오니 딱 요리가 돼 있어서 늦은 점심 먹고 맥주도 같이 먹었다. 다 먹으니 벌써 6시... 집에 와서 정비 시작 !!

오타와 주 의사당.

낮에 너무 놀았나 보다. 새벽 한시까지 빨래하고 짐 쌌다. 오타와 빠져나가는 길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지 않다. 자전거도로를 타고 나가다가 잘 봐서 꺽어서 가다가 7번 트랜스 캐나다 타고서 들어가면 될 것같다. 다음 목적지인 토론토까지 500km 정도인데 6일 예상, 6월 19일날 도착했으면 좋겠다.

오타와 빠이. 내일도 파이팅 !! 안전히 !!


  6월 15일 여행 8일차 <오타와 관광 그리고 토론토 갈 준비>

진우형과 한국에서 만나서 술 한잔 하자고 약속하고 출발한다. 기다려라 토론토, 내가 간다 !!

진우형과 함께!

오타와에서 빠져 나오는데 역시 고생했다. 오타와 도심에서 시외로 빠져나오는 바이크 로드도 은근 헤매었고 정말 힘들게 트랜스 캐나다 7번 국도를 찾았다..

찾았다 7번국도!!

하지만 … 
자전거는 통행 금지였다.

어찌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고속도로 직원이 나타난다. 상황 설명 잘 하니 그냥 가라고 한다. 8차선 고속도로 진입, 정말 위험하다.
20km만 더 가면 이 고속도로는 4차선으로 바뀌어 자전거 통행이 가능해진다. 그 20km 구간.. 정말 쉬지 않고 열심히 자전거야 나 살려라 내달렸다. 힘들어도 쉬지 않았다. 사진 찍고 싶었는데 로드킬 당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힘들었다.

8차선 고속도로 20km 구간만 끝나면 모든 게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 20km 구간은 행복했었다. 2차선 고속도로는 갓길이 너무 안 좋았다. 갓길 포장부분이 30cm 정도 밖에 안되어 너무 위험했다. 오후 내내 갓길 옆에 있는 자갈밭만 달렸다. 완전 힘들어 죽는 줄...

30cm 밖에 포장되어있고 나머지는 자갈밭인 갓길.

오후 5시 정도에 힘들어서 쉴 곳을 찾을려던 참이었는데 이상한 동물이 보였다.

라마라는 동물이다.

가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농장 옆에 있는 나무에서 쉬고 있는데 농장 주인이 다가왔다. 여기서 5분만 쉬겠다고 말했는데 필요한 것 없냐고 물어본다. 물 좀 달라고 하고 농장으로 따라갔다. 사실 좀 무서웠는데, 그래도 캐나다 농장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서 따라갔다. 농장 주인한테 저 동물 뭐냐 그러니까 라마라고 한다. 자기 농장에 버팔로도 있다 그런다.

버팔로 새끼와 함께!

버팔로가 뭔지 모른다. 미국 도시 이름인데... 아무튼 그래서 버팔로 새끼하고 사진도 찍고 1톤짜리 황소도 보고, 농장이라 그런지 좀 음침해서 좀 무서웠다. 이 친절한 아저씨가 언제 서양 호러영화의 한 장면처럼 돌변하여 옆에 있던 망치로 나를 때려치지나 않을까 조바심이 났다. 나름 머릿 속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상황극도 생각했었다.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서 계란 까먹으면서 있는데 그 아저씨가 딸하고 같이 와서 과일, 치즈, 술, 소시지를 예쁘게 그릇에 담아서 준다. 감동이었다. 다 못 먹을 수도 있으니 남은 건 싸가라고 비닐봉지까지 챙겨오셨다. 하… 뭐라 할말이 없었다.



그렇게 배를 채우니 힘이 생겼고 다시 달린다. 아까 쿨러(Cooler) 한 병 마셔서 그런지 술이 막 오른다. 더 힘들어진다. 그래도 달린다. 100km를 채워야 하는데 못할 것 같아서 중간에 잠시 쉬었다. 그리고 다시 출발.
잘 곳을 찾아야겠다 싶어서 새차 하는 아저씨한테 갔는데 이런, 아저씨가 캠핑장 위치 알려줬다. 그냥 무시하고 다시 앞으로 전진, 전진하다 몇 집들을 봤지만 느낌이 안 오더라… 그러다 기차길 넘어서 집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거기로 갔고, 왠지 좋아 보이는 집으로 갔다.
그렇게 오늘 Dane을 만났고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줬다 .샤워도 했다. 막내 아들하고 큰 아들 여자 친구하고 같이 축구도 하고 맥도날드 햄버거 사와서 다같이 저녁 먹으며 이런저런 애기 많이 했다. 마지막 자러 가기 전에 선물이라며 Home made 시럽도 줬다. 짐도 많은데…그래도 가져가야겠다!

Dane 가족.

오늘은 운이 참 좋은 날이었다. 내일은 어떨려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날이구나.


주행시간:아침 9시~저녁6시
주행거리: 95km
쓴돈 : 점심, 저녁 맥도날드 약 2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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