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태백의 골지천
에디터 : 박규동

2012년 10월 26일   金   맑음
검룡소-골지천-구미정-아우라지-한반도마을.    한반도공원에서 야영. 
 
야영지의 고도가 높은 탓인지 밤이 추웠다.
텐트에 서리가 내렸고 냄비에 남아있던 물도 얼어있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은 상쾌했다.



가을쾌감!
빚을 내서라도 살만한 가치가 있다.
아내와 함께 오지 못 한 게 영 분하다.


골지천骨只川은 태백에서 정선으로 흐르는 한강의 최상류 물줄기이다.
태백산맥의 뼈마디를 이리저리 흩으며 급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라 그런 이름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강물따라 가는 자전거여행을 숱하게 해 보았지만 골지천만큼 자전거여행에 어울리는 다른 강은 보지 못 했다.
강을 끼고 가는 길이 강과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굽이따라 산자락을 돌아가는 물길은 잠시도 예측을 할 수 없는 설레임이 있다. 산맥의 틈새를 용케도 요리조리 헤집고 가는 강을 따라가다 보면 한번 더 놀라는 것은 골지천이라는 녀석, 아무도 가르켜주지 않았는데 제 길을 잘도 찾아 간다는 것이다.
더구나, 북쪽 대관령에서 내려오는 송천을 만나 골지천은 아우라지강이 되는데 이 대목은 언제 들어도 문학적이다.



골지천과 송천은 오지 중에서도 오지였다.
이성계의 조선에 반대하던 고려의 지식인들이 이 고장으로 숨어 들었다는데,그때부터 숱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한서린 대목이 "정선아리랑"으로 구전되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700수가 넘는 정선아리랑 중에 몇 수를 들어본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

이밥에 고기반찬 맛을 몰라 못 먹나
사절치기강낭밥도 마음만 편하면 되잖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떳다 깜은 눈은 정들자는 뜻이요
깜았다 뜨는 눈은 날 오라는 뜻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네 칠자七字나 내 팔자八字나 네모 반듯한 왕골방에 샛별 같은 놋요강 발치만큼 던져놓고
원앙금침 잦베개에 앵두 같은 젖을 빨며 잠자기는 오초강산에 일 글렀으니 엉툴멍툴 장석자리에 깊은 정만 두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영감은 할멈 치고 할멈은 아 치고 아는 개 치고 개는 꼬리 치고 꼬리는 마당 치고
마당 가녁에 수양버들은 바람을 받아 치는데 우리 집의 그대는 낮잠만 자느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



35번국도를 북쪽으로 가다가 임계 2km 전방에서 좌회전하면 지도에 나타나지 않은 작은 길을 따라 골지천을 따라갈 수 있다.
골지천에서도 빼어난 데는 아마 구미정 부근일 것이다. 아홉 가지의 명풍경이 있어 그 곳에 구미정이라는 정자를 지은 것이라 한다. 나와 쇠말패 친구들은 매년 봄에 골지천을 1박2일로 자전거여행을 한다. 봄기운도 얻고 산나물을 뜯어먹으며 옛 선비의 뜻을 헤아려 보려는 것이다.

여량

여량, 아우라지를 지나면서 강은 조양강이 된다.
조양강은 정선을 거쳐 가수리, 어라연을 굽이 하여 영월에 이른다. 이를 영월에서는 동쪽에서 흘러든다 하여 동강東江이라 한다.


아우라지


구미정

한반도 마을

조양강이 시작되는 발치에 한반도 마을이 있다.
사진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U자로 크게 굽이치는 곳인데 반대편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흡사 한반도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한반도마을에 있는 한반도공원에서 텐트를 쳤다.

내일부터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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