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충주를 지나 서울로
에디터 : 박규동

2012년 10월 29일    月   맑음
단양-충주.  중앙탑공원에서 야영.

물줄기가 바뀌면 강도 새롭게 변한다.
강은 청풍에 닿아 호수로 변했다. 충주댐에 막혀 길을 잃은 강은 가을만큼 큰 호수가 돼 있었다. 호수 위로 맑은 바람이 불었다.
청풍호와 월악산 사이로 난 길을 달렸다. 단양에서 오래동안 국어를 가르쳤던 별똥별님의 길안내로 여행은 빛을 더 했다.
명품 여행이다!


숙소 주변에는 석파님이 작업한 여러 조형물이 마음을 끌었다.

마상주馬上酒라 했다.
두령들이 말을 타고 전투에 나가기 전에 동지들과 나누는 술이란다. 말 위에서 서로에게 권하는 마상주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용기를 돋아주기 위해서일까, 혹시 죽을 지 모르는 안타까운 별리의 뜻이 있었을까, 아니면 취하지 않으면 적진에 달려갈 정신이 모자라서였을까.
별똥별님이 남겨질 석파님과 이별주를 나누며 이를 마상주라 일렀다. 그래, 양산박의 사나이들은 그렇게라도 별리의 명분을 세워야지.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보는 시선에 눈물이 고인다. 그렁그렁.
석파님도 자전거를 타고 고수대교까지 배웅을 왔다.




단양에서 5번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가 단성에서 우회전했다.
36번국도를 따라 서쪽을 향해 충주로 가는 것이다. 제비봉 옆으로 난 오르막을 힘겹게 올랐다가 장희나루터까지는 급한 내리막이다. 구담봉과 둥지봉 사이로 물울 타고 유람선이 흐른다. 숱하게 보았던 세계여행에서의 호수 풍경보다 여기 청풍호수의 정취가 더 정감이 가는 건 왜일까? 나도 가을을 타고 있는가!

오르고 내리는 구불구불한 길이다. 월악산 줄기의 허리를 돌아가기 때문이다.
나도 힘이 달린다. 이런 여행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말이다. 일흔이 넘어도 이런 여행의 기회가 나에게도 있을까? 아니면 내 욕심을 내려 놓아야할까? 고갯길을 오르며 스스로에게 답이 없을 질문을 해댔다.




지난 번까지는 청풍호의 북쪽 길을 돌아 갔었드랬다.
이번에는 남쪽의 36번국도를 따라갔다. 충주에 닿았다. 별똥별님이 우리를 집으로 초대를 했지만 모두들 폐가 된다고 사양을 하였다. 탄금교 앞에서 별똥별님은 집에 들렸다가 내일 아침에 오기로 하고 헤어지고 우리는 중앙탑공원으로 갔다.
중앙탑공원.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다. 화장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텐트를 쳤다.
금방 어두워졌다.



오이쨈님, 인디고뱅크님, 하비님 그리고 별똥별님!
이렇게 좋은 날을 나에게 선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12년 10월 30일   火   흐림
충주-여주에서 버스 편으로 동서울-자전거로 이문동. 가을여행의 끝.


강은 인류의 문명을 부양해 왔다.
조선조 이후 한국을 키워온 데에는 한강의 역활이 컷다. 태백산맥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서울울 거쳐 서해로 빠지면서 정치, 경제, 사회, 국방 등 선택의 갈래마다 물의 이치로 우리를 지켜주었다. 강으로부터 얻은 자신감은 우리를 얼마나 신나게 했었는지!
한강에는 크고 작은 댐이 여려 곳에 있다. 험준한 산세를 지리로 이용하여 보를 막고 물을 가두어 백성들에게 물을 공급해 준 것이다. 그 덕이 정치보다 크다 하겠다. 북한강 수계에 소양호, 평화의 댐, 파로호, 춘천호, 의암호, 청평댐 등 대형 댐이, 남한강에는 충주댐, 조정호에 이어 최근에 만들어진 강천보, 여주보, 이포보가 있으며 남한강과 북한강이 모이는 양수리에서는 팔당댐이 있다. 한강은 호수가 사슬처럼 이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대에 우리가 이룩한 "한강의 기적"은 이런 댐의 기초가 튼튼하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한강이 없었다면 우리가 최근에 누리는 번영과 문명도 없었을 것이다.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위해 공사 중인 조정호

낭만은 자전거 나그네의 일관성이다.
나 같은 불량노인이라할지라도 낭만의 매력을 잊어버렸을리 없다. 낭만을 선택했다면 그 연쇄가 가져올 반전의 고통도 나는 즐길 줄 안다.
강은 말이 없는 낭만이다. 특히 가을에는 더 하다.




아침 9시에 별똥별님이 야영지로 찾아 왔다.
오늘은 별똥별님의 배웅을 받으며 여주까지 가기로 하였다. 내일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 때문이다. 여주에서 서울까지 버스편으로 건너뛰기로 하고 우리는 중앙탑공원을 떠났다. 별똥별님은 부론에서 우리에게 점심을 사 주기로 하고, 내 트레일러까지 대신 끌어 주었다.
부론에서 점심을 먹었다. 희락식당의 주인 아줌마가 반가워 했다.
부론에서 별똥별님과 헤어졌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런지?!



부론에서 전차가 식당에...

강천섬 은행나무길

섬강을 거슬러 갔다가 다시 강천섬으로 자전거도로는 이어졌다.
강천섬의 가을 풍경이 죽인다. 야영을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연기만 피우고 그냥 지나쳤다. 여주 버스터미널에서 동서울행 버스를 탔다. 오이쨈님, 인디고뱅크님과 흰늑대 세 명이다. 홍일점 하비님은 마중을 나오는 친구가 기다린다고 계속해서 자전거도로를 타고 갔다.

강천보 동쪽에 있는 급경사로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해서는 뿔뿔이 헤어졌다.
나는 한강자전거도로를 타다가 중랑천자전거도로를 따라 이문동으로 왔다.
아내를 만났다.

저녁무렵의 한강 자전거길이다.


가을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낭만을 전해주고 싶다. 가을 낭만 중에서도 나부끼는 낭만을 따로 모아서.
자운+마찌님 부부, 오이쨈님, 인디고뱅크님, 하비님 그리고 별똥별님.
단양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석파님과 지우님께도 같은 마음을 전하고 싶다.

명품 여행 목록에 2012년 가을여행을 하나 더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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