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을 넘어 태안까지 왔다.
에디터 : 박규동


서산을 지나 태안까지 왔다.
지난 가을 서해안에서 일어났던 선박 기름 유출사고의 최대 피해지역이다. 태안반도의 거의 대부분이 오염되었던 아픈 사건이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보이는 바다는 씻겨졌지만, 해안이 오염되었었다는 피서 인심은 서해를 조용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
길 모퉁이 과일가게에 들렸다. 한창 성수기인데도 매기가 없다고 울상이다. 싣고 갈 수 있다면 한 상자씩 사 주고 싶었다.

우리나라의 도로 만드는 기술은 세계 정상급이다.
최근에 새로 만들어진 신작로 국도는 거의 고속도로 수준이다. 중앙선에 가드레일이 설치 되었고 갓길은 자전거 타기에 좋다.
왕복 4차선으로 자동차를 잘 다니게 만든 도로이다 보니 자동차의 운행효율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 도로의 한 쪽에는 2차선과 나머지 갓길이 있는데 갓길의 면적은 폭이 1m내외로 어림 잡아 도로 전체면적의 8분의 1이 될 것 같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그 갓길을 간다.
신작로에서처럼 갓길이 잘 만들어져 있으면 자전거여행이 안심된다. 그러나, 갓길이 아예 없거나 좁은 갓길에서는 안전을 법적으로 보장 받지 못 한다는 공포심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타기를 기피하는 첫째 원인일 것이다. 도로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새겨 두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양말은 이렇게 살균되어진다.

갓길은 청소가 되지 않아 늘 지저분하다.
오물과 모래와 먼지 투성이다.
그래서 자전거는 타이어 펑크가 자주 난다. 자동차에서 버린 쓰레기는 모두 갓길에 쌓이는데, 쓰레기 중에서도 커피 캔이 제일 많이 버려져 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 생각으로는 맥주 캔이 제일 많이 버려졌을 것 같았다. 그 다음이 물통이다.
자동차에서 빠져 나온 볼트, 왠 신발이 그리 많이 버려졌는지 그리고 부끄러운 사실 중에 하나는 어린아이 기저귀이다.

갓길은 곧 자전거 길이다.
우리가 꼽고 있는 새 시대의 바람직한 미래상 중에 하나가 자전거 많이 타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자전거가 소통하는 나라는 아름다운 나라일 것이라는 데에는 모두 같은 생각이다.
자전거는 요즘 자주 회자되는 저탄소 역학에 칸막이 없는 탈 것이다.
그 자전거가 인간계의 소통은 물론 더 나아가 자연계까지 스스럼없이 소통하게 해 준다는 것을 우리는 체험으로 배워 알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세대가 그 소통의 미덕을 후손들에게 선물해줄 준비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산을 지나면서 속도가 빨라졌다. 아내의 페달이 가벼워 보인다. 나도 덩달아 달렸다.
태안이다!
태안에서는 몸을 씻기 위해 모텔(서래장파크)에 들었다.
텐트에서 출발하여 텐트에 도착하는 나날에 비하면 싸구려 모텔이라고 하여도 우리에게는 쉐라톤이나 하이야트처럼 황홀하다.
나야 한 달씩 몸을 씻지 않아도 끄떡없는 천한 몸이지만 아내 붉은늑대는 그런 대접을 받으면 안 되는 귀한 몸이다. ㅎㅎㅎ.....


3일이나 입어서 땀 소금에 절은 져지와 팬츠를 빨아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체로 욕실에 걸어 두었다. 
머리를 감고, 검게 탄 몸이지만 비누로 씻고 나니 정말 그럴듯한 귀족이 된 느낌이다. 이런 게 자전거여행을 하다 얻게 되는 보석같은 것인데,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이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지를 깨닫게 되는 것 바로 그 것이다.
모텔 뒷문 앞, 길가에 매어 놓은 자전거를 걱정하면서 태안(泰安)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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