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산림욕, 공원으로 라이딩 #4, 올림픽공원
에디터 : 정혜인 기자

단풍이 있어 가을인가, 가을이기에 단풍인가, 추운 겨울이 오기 전까지 가을 타는 사람들의 쓸쓸한 가슴을 위로라도 하듯, 가을 단풍은 더욱 더 화려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즘은 가을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라 그런지 곳곳에서 단풍 구경을 위해 명산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명산이 아니어도 그 못지 않은 단풍 명소가 서울 한복판에도 있다.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가을 바람 사이를 라이딩하며 즐길 수 있는 만산홍엽의 명소, 올림픽공원을 산책하는 것은 어떨까.

올림픽공원의 단풍과 은행나무가 한 껏 분위기를 잡고 있다.



해 밝은 날 불꽃놀이 하듯 물든 올림픽 만산홍엽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개최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일궈온 올림픽공원은, 백제 시대 고유의 문화를 꽃피웠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원 곳곳에는 역동적인 스포츠의 활기와 함께 수 천년 세월의 풍상이 느껴지는 한성백제의 숨결이 그대로 남아 전해지는 듯하다.
과거 국제 경기의 치열한 경쟁이 치러지던 공간에서 생명력이 느껴지는 꽃과 나무, 푸른잔디 등으로 이뤄진 초원과 수풀림으로 재탄생한 올림픽공원에서 온몸 가득 피톤치드를 만끽해본다.
형형색색 아름답게 물든 가을 단풍놀이는 덤이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공원보다 상당히 넓은 올림픽공원 부지 내에는 각종 부대시설과 편의시설, 놀이시설 등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번 공원 라이딩에서는 낭만을 즐기기에 부족함 없는 풍경과 볼거리 위주의 숨은 매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몽촌토성 산책로에서 바라본 팔각정.

How to Ride?

강 따라 자전거 타고~
한강과 성내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올림픽공원 구중교까지 약 1.3km로 가까운 위치에 있어 강 따라 뻗은 자전거길을 이용하기에 좋다. 성내천은 올림픽공원을 휘돌아 마천동까지 이어진 강줄기와 감이천과 만나 하남시 방향까지 이어지는 또 하나의 강줄기로 나눠 흐르기 때문에 송파구 방면에서 이동하기에도 용이하다.

공원에서 한강으로 진입하는 입구, 한강과 성내천 교차점에서 구중교까지 약 1.3km이다.


지하철은 자전거를 싣고~
올림픽공원 인근에는 5호선 올림픽공원역(3번출구), 8호선 몽촌토성역(1번출구)이 가장 가깝고, 5호선 방이역(4번출구), 강동구청역(3번출구), 2·8호선 잠실역(10번출구)에서는 자전거로 이동하면 평균 10분 내외로 소요된다. 만약 자전거가 없다면, 신분증 지참 후 잠실역 2번출구에 있는 잠실 무료 대여소(오후 5시까지 반납)에서 대여 하거나, 공원 내 평화의 문 근처에서는 유료로 대여할 수 있으나, 6~2인승까지만 구비돼 있다.

How to Enjoy?

안내센타에서 출발~
올림픽공원에서 라이딩 출발점은 어느 곳이 되어도 상관없다. 그러나 첫 방문자이거나 목적지를 찾는데 헤매고 싶지 않다면 안내센타가 있는 세계평화의 광장(8호선 몽촌토성역)과 만남의 광장(5호선 올림픽공원역)을 출발점으로 정하고, 안내책자와 지도를 미리 챙기는 것도 좋다. 인근에는 커피숍과 식당, 편의점 등이 있어 허기를 채우거나 휴식의 장소가 돼 주기도 하나, 평일 한 낮의 공원분위기처럼 고요할 것이라는 예상은 금물.

올림픽공원 비경 따라 가을 낭만의 라이딩
올림픽공원 내에는 경치가 아름다운 비경이 곳곳에 있다. 공원측에서 추천하는 아름다운 경치 9경과 필자가 추천하는 코스를 엮어 가을 낭만의 공원 라이딩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안내센타에서 지도와 안내책자를 받기 위해 올림픽공원의 제 1경이기도 한 '세계평화의 문(한국, 김중업 作)'을 찾았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평화의 문이 첫 눈에 들어온 순간, 입가에서 작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TV에서 보던 일상적인 광경과 달리, 금새 하늘로 솟을 듯 펼쳐진 날개의 형상과 고구려 고분변화에 등장하는 수렵도가 어울리는 웅장함에 흠칫 놀라기까지 했다.

올림픽공원 1경, 세계평화의 문.

몽촌해자에서 펼쳐지는 음악분수쇼.                                                               (출처-공공누리)


앞 광장에서 평화의 문을 감상하며 몇 바퀴를 연이어 돌다가 시간대에 따라 화려한 음악 분수쇼가 펼쳐지는 몽촌해자와 만났다. 힘차게 솟아오르는 물줄기에 덩달아 신난 아이들이 엄마의 손을 붙잡고 국기광장과 수변무대로 몰려든다. 해자가 넓진 않지만 탁 트인 시야로 상쾌함 마저 전해주는 듯 하다. 또 멀리서 바라본 해자의 풍경은 계절마다 갈아입는 나뭇잎의 화려한 옷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가 따로 없을 정도다.

프랑스 작가 세자르 작품의 엄지손가락 조각상이 있는 소마미술관.

몽촌토성 외곽은 수풀림으로 가득하다.

더 짙은 가을향과 활기찬 분위기를 따라 조각공원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조각미술에 큰 관심이 있다면 소마미술관 내에서 유수한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미술관 옆 엄지손가락 조각상(프랑스, 세자르 作) 외 야외 조각공원에 배치된 유명 작품만 감상하더라도 문화적 감성을 채우기에 충분할 것이다. 조각공원을 사이에 두고 나있는 고즈넉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몽촌토성 외곽의 푸른잔디와 드문드문 수풀림으로 이룬 쉼터들은 그야말로 작은 숲 속 분위기를 방불케 한다. 굳이 가을의 낭만이 아닌, 조용한 사색을 즐기기에도 충분한 장소가 되어주는 곳이다.


조각공원을 지나 핸드볼경기장과 금융아트홀 사이 좁은 길을 끝까지 통과하면 화려한 색으로 짙게 화장한 들꽃마루와 장미광장을 만나게 된다. 규모는 물론이거니와 강한 향기만큼이나 빼어난 꽃들의 미모에 잠시 넋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거대한 규모의 장미광장.                                                                              (출처-공공누리)

야생화 군락이 있는 몽촌토성 산책로.

산책로에는 경사로에 주의 하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있다.

산책로는 작은 언덕들로 이뤄져 있어 초원 그자체이다.


초원 한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나홀로 나무'

꽃들의 미모에 맘껏 매료되고 다시 자전거도로로 빠져 나왔다면, 이 공원의 하이라이트인 몽촌토성의 산책로를 거닐어 봐야 한다. 작은 언덕들로 이어진 몽촌토성은 올림픽공원 부지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구는 다방면으로 나있으니 발길 닿는 곳에서부터 거닐어 보면 된다. 내성농장이 있는 푸른 언덕 위를 오를 때면 외롭게 서 있는 '나홀로 나무' 한 그루가 햇살에 반짝이는 잎사귀와 발 아래 초록물결을 타고 평온함을 전염시키는 듯 하다.

언덕을 내려와 몽촌토성을 휘돌아 감은 강을 따라 달리다보면 몽촌해자가 보이는 곰말다리가 나타난다. 꿈마을이라는 의미의 다리 위에서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로 붐빌 때가 많긴 하지만, 그냥 지나가기에 아까운 풍경을 제공하기에 '잠시 멈춤'이 된다. 마천루가 시선을 가로막지 않는다면 드넓은 초원과 언덕, 그 아래에서 흐르는 한 줄기의 강은 잠시 일상을 잊게 하는 천연 활력소가 될 것이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올림픽경기장.

넝쿨로 세워진 터널.

공원내에 있는 자전거대여소에서 2~6인승을 유료 대여할 수 있다.

말곰다리에서 바라본 성내천 풍경.

몽촌해자에서 보이는 말곰다리와 풍경.

백제 시대의 흔적을 찾아 역사탐방
올림픽공원의 근원지였던 한성백제시대의 유적과 유물을 관람하고 그 시대의 혼을 느낄 수 있는 몽촌역사관과 한성백제박물관 등이 있다. 과거 서울 한강유역을 주름잡았던 선조들의 흔적을 발자취를 간접체험하고, 공주와 부여에서 출토돼 일본으로 건너간 칠지도, 미륵반가사유상, 그 시대의 장신구 등을 모형으로 제작한 백제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풍납토성, 몽촌토성의 출토 유물 보관하는 '한성백제박물관'은 조각공원 뒤편에 자리하고 있으며, 한성시대 백제의 거성이었던 몽촌토성의 움집터와 저장구덩이, 토기 등을 전시하고 있는 몽촌역사관은 북2문에서 몽촌토성 산책로쪽으로 조금 걸어 올라간 곳에 위치해 있다.

뒤로 몽촌역사관이 있는 움집터.

풍납토성, 몽촌토성의 출토 유물을 보관중인 한성백제박물관.


요즘은 가을 색체가 강한 꽃과 나무들 덕분에 고즈넉하고 평온함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지만, 곧 겨울이 되면 어떤 다른 이미지로 사람들을 매료시킬지 궁금해진다. 단언컨대, 가을날엔 만산홍엽의 자태로 여느 명산과 견주어 뒤지지 않는 풍경을 자랑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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