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세환, 자전거 인생 28년, 그리고 새로운 도전
에디터 : 정혜인 기자
포크 팝 통기타 가수로 7080세대에 감미로운 음악세계를 선보여왔던 가수 김세환씨는 자칭, 타칭 정열의 '자전거 전도사'이다. 85년도 미국에서 MTB를 우연히 접하게 되어 자전거에 반해버린 후 28년간, 시적인 멜로디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 그의 무대 뒤편에는,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MTB 라이더의 모습이 함께 존재해 왔던 것이다. 그것이 현재 66세의 나이도 비껴가게 하는 건강비결이기도 하다.
라이딩을 포기하고 다른 약속을 잡은 날에 날씨가 화창해지면, 그 자체로 약이 오른다며 너털웃음 짓는 그의 자전거 인생 28년의 이야기를 살짝 엿들어보았다.

가수 김세환씨에게 자전거는 28년간 함께 해온 인생동반자이자, 건강비결이다.


한국 자전거 제작 기술, 이제 세계무대로 서야 할 때

자전거 인생을 즐겨온 그 시간만큼 그와 한 몸이 되어준 제품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 인연을 맺었던 자전거는, 미국 레이크타호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구매해 한국으로 가져와 타던 것으로, 그 이후 늘 해외 브랜드 제품만 선호해 왔었다.
그러던 중, KBS의 종영 프로그램 '도전, 지구탐험대' 방송에서 MTB 경기출전으로 출연하게 됐던 96년, 같은 해 브랜드 런칭 됐던 국산 브랜드 첼로(CELLO) 자전거를 후원 받게 되면서, 국내 자전거에 적극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도전 지구탐험대 방송 촬영을 위해 도전했던 림노르딕 리조트 XC 경기에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해외브랜드의 MTB만 줄곧 즐겨왔었지만, 후원받은 국산 자전거로 경기에서 3위를 차지해 국내 자전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2009년 첼로의 홍보대사로 임명되어 자전거동호인들과 함께 왕성한 활동을 해온 김세환씨는 최근 KBS '여유만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전거여행을 방송함에 따라 다시 한번 첼로와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
첼로 2014년형 엘리엇을 후원받은 그는 "불과 몇 년 사이에 UCI에서 인증받고, 품질면에서도 손색이 없는 제품이 탄생한 것도 놀랍고, 세계시장에 내놨을 때도 자랑할 수 있는 제품이어서 더 놀랐다. 앞으로 한국의 자전거 위상을 높이는데 첼로가 주력해도 될 만큼 기술적으로 충분히 성장한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첼로에서 후원받은 2014년형 엘리엇 S9(듀라에이스).


'1시 반'에 만나요~

김세환씨와 같은 취미를 가진 지인들이 모여 형성된 자전거 동호회 이름은 '1시반'이다. 이유는 기독교인인 그가 일요일에 예배를 마치고 난 후, 동료연예인들, 지인들과 모여 우면산 산악코스를 즐기거나 한강을 달리곤 했는데 만나는 시간이 대략 1시 반쯤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우면산에서 즐기는 MTB보다 대부분 로드바이크를 즐기고 있다. 서울 근교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기에 어려워진 환경도 있고, 로드바이크의 속도감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동호회 사람들과, 혹은 혼자서라도 양수리, 분당으로 자전거 탈 궁리만 하고 있다"며 자전거와 백년가약 맺은 그다. 지금까지도 '1시반' 자전거 동호회가 활발한 활동으로 유지되는 것만큼 건강도 함께 유지하는 비결인 듯 하다.

지리산 벽소령 산장까지 자전거를 들쳐메면서 갔었던 시절


'포기'란 없는 고달픈 속초 횡단의 원조

지금은 자전거 매니아들이 꼭 한번씩 시도한다는 서울-속초 장거리 라이딩이지만, 그를 포함한 1시반 클럽이 그 원조라고 볼 수 있다.
장거리 자전거 라이딩이 익숙하지 않았던 90년대, 그가 동호회 라이더들과 떠난 첫 횡단코스는 서울-속초였다. 편도가 아닌 왕복으로 결정하고 새벽 5시에 출발하여 꼬박 12시간을 소요해 속초에 도착, 1박을 한 후, 다음날 다시 새벽 5시에 속초에서 서울까지 또 12시간 소요, 총 24시간 라이딩한 그가 얻은 것은 탈수현상을 동반한 저체온증과 심한 몸살이었다.
"첫 횡단이라 그런지 간식준비와 체력조절에 미흡했다. 200kcal 섭취하고 2000kcal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강행군을 했으니 탈이 안나는게 이상했을 것"이라고 그날의 기억을 곱씹었다.

"연예인의 신분 감출 수 있는 자전거가 제일 좋아"

어릴 때부터 스키, 승마, 오토바이, 골프 등 다양한 레저·스포츠를 즐겨온 그가 자전거를 특별히 좋아하고 지금까지도 라이딩 욕심을 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전거가 왜 좋은지에 대해 특별하고 멋진 대답을 기대하며 질문을 던졌지만, 그의 대답은 평범했다.
"스키나 골프 등은 매번 장비를 챙겨야 하며, 운동이라는 느낌도 적다. 자전거는 가장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스포츠고, 집 앞에서부터 타면 그게 바로 운동 시작인 것이다" 또, "자전거는 나를 포장할 수 있다. 헬멧, 선글라스, 져지 등으로 나를 감싸기 때문에 한강부지 공중화장실에서 급한 볼 일을 봐도 내가 연예인인 줄 모른다"며, 솔직한 대답을 털어놨다.   

나의 목표는 TDF코스와 유럽을 달려보는 것.

아직도 가수로서의 일상이 바쁜 그에게 만약 1~3개월 정도 장시간 여유가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단연 대답은 예상대로 여행이었다. 그러나 그냥 여행이 아닌, 유럽 자전거 횡단이란다. "이제 지하철도 공짜로 타는 나이가 돼서, 자전거로 풀코스를 다닐 수 없더라도 유럽의 곳곳을 자전거로 여행해보고 싶다" 그리고 "아직 체력이 허락될 때, 투르 드 프랑스의 주요 코스를 달려보고 싶다"며 이는 앞으로의 목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 집↔양평 코스 80km를 자주 라이딩하며 미리미리 체력 단련하는 게 아닐까하는 추측이다.

"입문자 여러분, 꼭 헬멧 씁시다"

김세환씨는 28년간 자전거를 매일같이 타오면서 결코 바뀌지 않는 몇 가지 철학이 있다. 그래서 입문자들을 만나면 꼭 빼놓지 않고 하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로 안다치고 오래 타는 사람이 가장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자전거 탈 때는 헬멧을 반드시 착용하라는 내용이다. "헬멧을 왜 써야 하는지 다들 알고는 있지만, 가장 실천하지 않는 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몇 번이고 잔소리처럼 말하는데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든 사람들이 더 말을 안 듣는 것 같다"며 필자에게도 헬멧은 꼭 쓰라고 누차 강조했다.
두번째로, 자전거의 가장 중요한 부품은 안장 위에 있다. 즉,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역할이 어느 고가의 부품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안전하게 잘 타는 방법조차 익숙치않은 입문자들이 터무니없는 고가의 부품에 너무 욕심낸다고 느낀 그의 따끔한 충고 한마디다.

자전거 전도사 김세환의 철학.
1. 안다치고 오래 타는 사람이 가장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이다. 특히 헬멧 필수
2. 가장 중요한 부품은 안장 위에 있다.

그는 오늘도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있을 것 같다. 자전거가 곧 자신의 건강비결이라고 단언하는 그의 모습에서, 앞으로 한국 자전거 문화의 대중화, 실용화가 머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자전거 전도사로서의 역할, 가수로서의 행보도 함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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