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9, 비바람에 갓길에서 팽개쳐지듯이 넘어졌다.
에디터 : 강수정

2004년 7월 2일

현재위치 : Ravensthorpe
이동거리 : 121.39km
누적거리 : 567km
평균속도 : 19.4km/h
최고속도 : 42km/h
숙박장소 : Ravensthorpe caravan park - 캠핑카

어제 캠핑하며 오늘은 Lake king까지만 조금 이동하고 쉬기로 했었는데 강한 뒷바람이 불어 준 탓에 Lake King에 도착하고 나니 11시였다. 시간도 이르고 컨디션도 좋으니 Ravensthorpe까지 가자고 했다. 창민은 그곳까지 가면 100km를 넘게 타게 되니 여행 초반에 무리를 하면 좋지 않은데 갈수 있겠냐고 걱정을 했고 난 아주 자신있게 "그럼~!!"하고 대답했다.
(오후가 돼서 난 내가 한 이 말을 땅을 치며 후회했다.)

호주 호수의 90% 이상은 짠물이어서 마실 수 없다
오후 들어 뒷바람은 점점 세게 불어왔고 비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소나기가 내린다.
도로에 빗물이 고이기 시작하고 로드트레인이 지날 때마다 자전거가 휘청거릴 정도의 바람을 만들어 내며 긴장감을 준다. 결국에는 로드트레인이 지나가며 만들어낸 비바람에 좁은 갓길에서 팽개쳐지듯이 넘어졌다. 비바람 부는 날 옆을 지나가는 로드트레인은 괴물같은 느낌이다.

Ravensthorpe 타운은 깨끗했다.
쟈켓만 방수가 되니 바지는 비에 젖어 추워지고 너무 떨어서 턱이 아파 온다.
넘어져서 다쳤는지 넘어진 부분은 욱씬거리며 아파왔고, 왠지모를 서럽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려 했다.
집과 가족을 한국에 두고 낮선 이 호주의 한 가운데에서 난 뭘하고 있는걸까..
로드트레인을 운전한 얼굴도 모르는 호주사람이 미웠고 자주 비를 내리는 호주 하늘이 미웠다.
일어나서 다시 달리며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일은.. 달려서 다음 목적지까지 가는것..
누구든.. 삶에 있어서도 크고 작은 목적지가 있을듯..
지나간 일에 대한 쓸데없는 집착은 버려야 한다지..

가족과 보고 싶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달렸다.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런 생각만 하면서 달릴 때 마음이 따뜻해 지면서 추위도 덜해졌다.
게다가 뒤에 창민이 있어서 든든하지 않은가...
혼자 가는 길이었으면 얼마나 더 막막했을까?
새삼 파트너의 고마움과 잘 대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on site van은 이와 같은 캐러밴을 숙박으로 이용한다.
Ravensthorpe가 가까워질 무렵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비온 후의 하늘은, 노을이 질 무렵.. 우리의 감탄을 자아내도록 아름다웠다.
살면서 힘든 일 겪고 나면 그 당시에는 힘들지만 언제 그랬냐는듯이 웃는것과 같이....
그렇게 삶은 계속 가고있고.. 또 새로운 하루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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