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문화 도시 #4, 타이완 타이페이
에디터 : 정혜인 기자
'자전거'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몇 곳 정도일까?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은 어디일까?
필자의 경우, 타이완(Taiwan)의 수도인 타이페이(Taipei)를 방문해 보고 난 후, 개인적으로 매겼던 순위에 약간의 변동이 생겼다.
아시아 지역 중에서는 단연 최고로 꼽힐 만큼 높은 수준의 자전거 인프라가 조성됨은 물론, 현지 이용자 및 외국 관광객들도 자전거 여행을 하기 위해 타이완 곳곳을 즐겨 찾는 이유를 더욱 현실적으로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타이완의 수도 타이페이의 자전거 인프라, 이용 활성화가 높은 곳에서의 시설 설치 및 관리체계, 이용자들의 인식 등은 한국에서도 배워야할 점들이 많다.

그렇다고 ▶모든 도로에 자전거 도로가 있거나 ▶자전거 공원이 많거나 ▶크고 화려한 주차장과 보관소가 많거나 ▶자전거 이용자 만을 위한 특별 우대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용 활성도가 높은 곳에 인프라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성했으며, 이용 목적에 부합되도록 어떻게 시설 이용에 편리함을 높였는지, 결과적으로 자전거 이용활성화를 부르짖는 국내 정부 및 지자체의 대처행동과 어떤 점이 다른지 등을 타이페이 일부 지역에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다.

여기저기 '자전거' 표시

관광단지, 번화가라 할 수 없고, 유동인구도 많지 않은 구역이지만, 마치 김포공항 주변처럼, 송산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숙박시설 및 대형 할인마트와 쇼핑몰 2~3개 정도 들어서 있는 구역이 있다.
이곳을 왕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과 쇼핑, 출퇴근의 목적으로 찾아서인지 곳곳에는 자전거가 가장 위에 표시된 교차로 신호등과 자전거 노면 표시가 그려진 길, 자전거 주차 표시의 푯말 등이 꽤 많은 편이다.
길이 넓고 유동인구가 적어 누구의 방해 없이 편하게 행동할 수 있는 정도지만, 철저하게 질서 체계를 잡아 자전거 주행자와 보행자를 사고로 부터 보호하고, 편안한 통행이 되도록 배려하고 있다.   

신호등에는 보행자 뿐 아니라 자전거를 위한 표시도 함께 표시된다.

자전거 통행이 비교적 많은 넓은 인도에는 자전거와 보행자를 확실히 구분하는 지역도 있다.

보행로와 함께 이용되는 자전거길.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표시를 볼 수 있다.

교차로에서도 자전거 주행이 가능한 노면표시가 빠지지 않고 있다.

쇼핑몰 주차장 입구옆에는 자전거 주차장이 함께 있으며, CCTV가 바로 앞을 지키고 있다.


낮과 밤이 없는 관광단지에서의 자전거 통행

타이페이의 많은 관광단지 가운데 필자는 바닷가의 단수이와 타이페이 101 빌딩이 있는 시내 중심지를 방문했다.
전혀 다른 색체의 관광지이긴 했으나, 자전거 여행지라는 같은 색을 띠고 있었다.
여행자 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흐린날, 맑은날의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안정적인 자전거 주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세심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타이페이 101빌딩이 있는 타이페이의 시내 중심지, MRT 타이페이101 역 근처. 
밤늦은 어두운 시간이지만, 화려한 네온사인 만큼이나 반짝이는 보도의 펄 가루가 야간에도 노면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준다.

지하철 내부에는 중앙의 폴을 중심으로 2대의 자전거를 세워둘 수 있다는 표시를 볼 수 있었다.

광장이 넓어 자전거 이동이 수월한 단수이역.
역을 사이에 두고 공원과 시장, 번화가가 함께 즐비해 많은 여행자들이 찾고 있다.

단수이역앞, 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곳의 풍경을 병풍삼아 라이딩하는 코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제법 많은 이용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단수이 주위의 자전거 길 'riverside bikeway'

타이페이의 자전거 거치대에는 방치된 자전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시민의식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일까?

단수이역옆,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시장의 분위기. 리버사이드 자전거길과 연결돼 있다.

유료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는 표시가 자전거 도로에 표시되어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단수이역 지하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자전거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자전거 주차장을 출입하려면 관리인을 불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건물 내부에 분리된 공간을 사용한다는 점은 높은 점수를 얻을만 하다.

자이언트(Giant)에서 운영하는 단수이 공원 내의 유료 자전거 대여소.

이곳에서 키를 확인 후, 그 키에 맞는 숫자가 표시된 자전거를 빌리면 된다.
만약 키가 120~150cm라면 '8'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는 자전거를 고르면 적당한 사이즈가 된다는 의미다.


없어서 못타는 공공자전거 시스템, 'U-Bike'

한국에서 이미 낯익은 무인 공공자전거가 타이완 타이페이에서도 자전거 문화도시로서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타이페이에 있는 자전거는 자이언트의 제품으로 현지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신용카드와 대중교통카드인 이지패스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가능하다. 대부분 전철역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깔끔하게 정돈된 자전거 외부 주차장과 함께 설치돼 있다.
또 주차장에는 주차 지정칸 외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세워둔 자전거는 물론, 오랫동안 방치됐거나, 일부분 도난 당한 자전거도 찾기 힘들었다.
이는 올바른 관리체계와 시민의식이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공공자전거를 생활속에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남녀노소 시민들이 자주 눈에 띈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발달된 타이페이 공공자전거 유바이크(U-Bike)와 자전거 주차장

주변 유바이크 공공자전거 시설에 대한 안내 지도를 쉽게 볼 수 있다.

유바이크 사용을 위한 키오스크, 외국인을 위한 영문 메뉴도 있다.

타이페이 시민들은 대중교통카드인 이지패스를 등록한 후 자전거 거치대에 대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법은 쉬웠다.

비가 오는 아침이라서 비교적 많은 자전거가 거치대에 있었지만, 날씨가 좋은 출퇴근 시간에는 자전거가 모두 사용되어, 이곳에서 자전거를 기다리는 사용자들도 있었다.


자전거 인프라, '이율'보다 '효율'을..

타이페이는 처음부터 자전거 인프라를 계획했던 도시로 건설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자전거 문화도시로 유명한 몇몇 도시에서 봤던 인프라 조성은 기본에 불과했던 만큼 수준 높은 시설 및 관리 형태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이용자들의 인식도 한국에서 보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같은 돈 내고 이왕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이라면, 이왕 이용하는 것이라면, 최소한 어설프게 해서 욕먹는 것보다 제값대로 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결국 돈으로 환산했을 때 인프라에 재투자할만한 값어치를 발생하게 하는 순환이 반복되도록 하는 것이 자국 정부와 자국민이 서로 윈-윈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인프라 조성 사업으로 개인 혹은 일부 집단의 '이율'을 쫓는 게 아니라, 불특정다수의 '효율'을 쫓는다면, 어쩌면 같은 돈이 아니라, 더 적은 예산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자전거 정책 담당자들도 거창하게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유럽의 자전거 문화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우리와 비슷한 현실에서 출발한 타이완과 같은 나라를 벤치마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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