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찾아가는 서울 미래유산 #1
에디터 : 김수기 기자
급박하게 변하는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변화의 속도를 느끼지 못한 채 쳇바퀴 돌아가 듯 살고 있다. 현재의 삶이 국민학교 시절에 상상했던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우주여행이 가능한 세상이 아니지만 그 변화는 엄청나다. 새로 쏟아지는 물건과 기술로 어제의 것은 잊혀지고, 사라지는 직업까지 생겨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이 무색해졌다.
서울시는 이런 빠른 변화 속에 근현대의 서울의 추억을 담고 있으며, 문화적 보전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것을 발견, 공유하는 '미래유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4월 중 발표 예정이다.
라이딩 목적지가 대부분 유명 코스나 식당 등으로 한정되어 라이딩이 지겨워졌다면 시내에 숨은 미래유산을 찾으러 떠나는 라이딩은 어떨까?

서울시 미래유산 홍보 영상


누하동 대오서점 카페

경복궁역 인근 누하동에서 1951년부터 시작한 대오서점은 권오남 할머니가 지켜오다 작년말 서점의 일부를 남겨놓고, 집으로 사용하던 부분까지 카페로 리모델링해 대오서점 카페로 바뀌었다.
권오남 할머니의 딸과 손자가 현재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카페는 'ㄷ'자 모양의 전통한옥의 모습을 최대한 남겨 색다른 분위기를 맛보면서 대오서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좁은 마당에서 '평상음악회'를 열기도 했고, 중고서적 마켓을 열 계획도 세우고 있다.

1951년에 문을 연 대오서점. (위치보기)

현재 대오서점은 서점이 아닌 카페로 리모델링되어 운영 중이다.

예전 서점의 모습과 전통한옥의 멋이 어우러진 대오서점 카페.

음료를 주문하면 달고나 사탕이 함께 따라 나온다.

좁은 마당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고, 중고서적 마켓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서점의 일부 서적은 기증하고, 일부는 남겨두어 대오서점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세를 준 방과 가정집이 카페로 바뀌었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물건이 곳곳에 남아 있다.

권오남 할머니의 소학교 사진 아래에 최근 동창들과 만난 사진이 있다.




수정여관

통의동의 보안여관이 예술문화공간을 탈바꿈되면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수정여관은 문래동 문래창작촌 길건너편 골목길, 도림천 인근에 위치한다.
1966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니 거의 반세기를 이어왔으며, 빨간 벽돌의 외벽과 담쟁이 덩굴은 그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하다.

문래동 수정여관. (위치보기)

철공소 골목에 위치한 수정여관 뒤로 보이는 높다란 마천루가 이질적이다.

아마도 철공소 직원이나 신도림역에서 차편을 놓친 사람들이 주로 애용했을 듯 하다.



영등포공원 내 맥주 담금솥

영등포공원은 60여 년간 OB맥주 공장이 있던 터였으나 이천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서울시가 매입해, 녹지공간이 부족한 영등포구민을 위해 공원으로 조성하여 1998년에 개원했다.
원형광장에 있는 랜드마크인 맥주담금 솥이 인상적이며, 풋살경기장과 영등포문화예술회관, 분수대, 광장, 무궁화동산 등의 시설이 있다.

영등포공원 내의 맥주 담금솥 (위치보기)

맥주담금솥은 1933년에 제작되어 1996년까지 실제로 쓰여졌다.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절두산 천주교 순교성지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과 절두산 천주교 순교성지는 합정역 인근 한강에 접해 있는 곳이다.
선교사 묘원은 고종 때, 의료선교사인 헤론의 매장지를 구하면서 조성됐으며, 교육과 언론, 의료 등 다방면에서 도움을 준 4백여 명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인근에 천주교 신자들의 박해와 관련된 절두산 천주교 순교성지가 있다. 두 곳은 자전거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주차장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들어가야 한다.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추서받은 배설(토마스 베델)의 묘역.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0시~17시에 개방되며, 참배하러 온 방문객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선교사 묘원과 절두산 순교성지는 자전거의 출입이 금지되니 입구(사진)에 주차를 해야 한다. (위치보기)


성우이용원

대중목욕탕만큼 보기 어려워진 곳이 아버지 세대를 위한 이용원이다. 이용원 입구에 흔히 볼 수 있는 빨간색(동맥), 파란색(정맥), 흰색(붕대)이 섞인 '싸인볼'이 뱅글뱅글 돌아가는데 이는 세계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기호로, 예전에 의료기관으로 겸업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남자들도 미용실에서 이발을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보니 남자들만의 사랑방 공간인 이발소가 사라지고 있다.
면도크림과 날푸른 면도칼, 물조리개, 어린이를 위한 받침 등 이용원의 추억이 남아있는 성우이용원을 보면 지금이 2014년인지 의심이 든다.

만리재 고개를 넘던 시간이 힘에 겨워 멈춘 듯 하다. (위치보기)

성ㅜ이용원의 싸인볼은 멈췄지만 아직까지 3대를 이어 80년 세월이 넘도록 운영되고 있다.

기자의 이발상태가 이상하다고 지적해주신 이남열 사장님은 이발 명장으로 지정되었으며, 50년을 넘게 성우이용원을 지키고 있다.

화분에 물을 주는 것 외에도 저 물조리개의 다른 역할이 있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충정아파트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주거형태인 아파트는 1958년 '종암아파트'를 출발점으로 보지만, 지어진 지 80년이 넘은 아파트가 서울 시내에 있다는 것은 정말 놀랄 일이다.
1930년에 지어진 충정아파트는 그 이름이 건축주의 이름을 따 '도요타(풍전) 아파트'였다가 유림아파트로 바뀐 후 현재 이름으로 됐다. 충정아파트는 6.25 때에 북한군, 미군에 점유되기도 하고, 관광호텔로도 이용됐으나 이후 아파트로 바뀌었다.
현재 충정아파트는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충정로역 인근의 녹색 건물이 바로 지어진 지 80년이 넘은 충정아파트다. (위치보기)

충정아파트는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서울도심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고 있다. 때론 낙후되었다고, 때론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사라진 많은 옛것들 속에 그 의미를 찾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서울의 미래유산이 되어진 오래된 것들이 그 의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바르게 지켜져야 할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다음 기사를 통해 서울 미래유산의 다른 장소들도 소개되어질 예정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위의 기사는 개인적인 용도 및 비상업적인 용도의 '퍼가기'를 허용하며, 상업적인 용도의 발췌 및 사진 사용은 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