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KOM 챌린지, 지옥의 레이스가 열리다.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지난 11월 15일(토)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힐클라이밍 대회로 명성을 얻고 있는 '타이완 KOM 챌린지(Taiwan KOM Challenge)' 2014 시즌 대회가 타이완 화롄에서 열렸다.
해발 0m에서 출발하여 3275m 높이의 울링(Wuling) 정상까지 도착해야 하는 105km의 업힐 대회인 '타이완 KOM 챌린지'는 이번 시즌 473명의 라이더가 도전에 신청하였다. 500명 선착순 마감으로 진행되는 대회이기 때문에 이미 8월에 신청은 마감이 되었고, 올해는 28개국에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번 대회는 새벽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비가 내렸고, 경기에 참가한 라이더들은 3000m가 넘는 고소와 체력저하 뿐 아니라 낮은 온도에 오래 노출되며 저체온까지 견뎌야 하는 어려움으로 소위 '지옥의 레이스'로 기록될 수 있는 대회였다.

타이완 KOM 챌린지 2014 하이라이트 영상 (원본 영상 보기 https://vimeo.com/112144682)

해발 0m에서 3275m까지 105km 업힐을 해야 하는 '타이완 KOM 챌린지'가 지난 11월 15일 열렸다.
올해는 높은 고도로 인한 고소와 체력저하 뿐 아니라 시합 내내 비가 내려 저체온까지 견뎌야 하는 지옥의 레이스가 되었다.

타이완 KOM 챌린지는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한 타이루거 협곡(Taroko)에서 펼쳐져, 높은 고도만큼 멋진 코스로도 유명하다.

자전거와 함께 하는 타이완의 1주일

지난 11월 8일부터 16일까지는 타이완 사이클링 페스티벌(Taiwan Cycling Festival) 주간으로 3개의 이벤트가 함께 열리며, 자전거와 함께 하는 타이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3개의 이벤트는 '포모사 900(Formosa 900)'이라는 9일 간의 타이완 일주 행사와 타이완 KOM 챌린지, 그리고 일월담에서 열리는 컴바이크데이(Come! Bikeday)가 그것이다.
그 중 가장 하이라이트로 열리는 대회가 바로 '타이완 KOM 챌린지'로 전세계 라이더들이 모여 극한의 업힐 도전에 나섰다.

타이완 사이클링 페스티벌 중에 하나로 열리는 '타이완 KOM 챌린지'.
극한의 업힐과 전세계에서 참여하는 대회로 그 명성을 높여가고 있다.

화롄에서 출발하여 울링까지 이어지는 대회 코스

높아진 상금과 도핑 테스트

이번 시즌의 'KOM 챌린지'에서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은 1등 상금 100만NT달러(약 3800만원)를 포함해 전체 상금 241만NT달러가 걸려, 상금에 대한 매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에 따라 공정한 경쟁을 위해 도핑 테스트가 적용되었고, 더욱 나아가 UCI 공식 대회로 등록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며 타이완관광청 리우시린(Liu Hsi-Lin) 부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맞추어 올해 초청된 선수들은 투어 오브 캘리포니아 산악포인트 종합우승을 차지한 윌 로틀리(Will Routley), 지난 2012 KOM 챌린지 우승을 차지했던 존 엡센(John Ebsen), 스페셜라이즈드-룰루레몬 팀의 티파니 크롬웰(Tiffany Cromwell), 그리고 비글라 팀의 조 호간(Jo Hogan), 익스트림 라이더로 올해 Haute Route Pyrenees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마그 페디나(Marg Fedina) 선수 등이다.
그리고, 2012년 베이징 올림픽 로드 금메달과 그해 월드챔피언쉽 로드 금메달을 차지했던 니콜 쿡(Nicole Cooke) 선수는 지난 해 은퇴한 후, 올해는 기자 자격으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우승 상금 100만NT달러(약 3800만원)가 주어지는 대회로 성장했다.

올해부터 도핑 테스트가 적용되어 대회의 공신력을 높이고자 했다.

타이완관광청 리우시린(Liu Hsi-Lin) 부대표는 "세계 10대 어려운 경기에 뽑히는 타이완 KOM 챌린지에 참여한 것을 환영하며, 화롄의 뛰어난 경관도 함께 즐기기를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타이완 KOM 챌린지를 UCI 공식 대회로 등록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UCI 담당자를 초청하여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앞으로의 발전 계획을 말했다.

람프레-메리다 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타이완의 퐁주엔카이(Fong Juen Kai) 선수는 "프로팀에 입단할 수 있게 되어 참 의미있는 한해였고, 팀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뛰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올해 투어 오브 캘리포니아에서 산악포인트 우승을 차지한 옵텀-켈리팀의 윌 로틀리(Will Routley) 선수는 "타이완에 처음 방문했지만 매우 친절한 사람들과 멋진 경치가 인상적이었다"며 인사말을 남겼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최초로 전문적인 자전거팀을 결성한 케니안 라이더스(Kenyan Riders)팀이 참가하였다.

롭 히글리(Rob Higley) 코치(오른쪽)는 "케냐의 마라톤 선수들은 세계적인 기량을 갖추었다. 그들은 체력에 있어서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지만, 아직 자전거 팀에 대해서는 시도한 적이 없어서 2010년부터 팀을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도전이 항상 즐겁고, 지금으로는 콘티넨탈팀으로 등록하여 세계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지만, 언젠가는 케냐 선수들이 투르 드 프랑스에서 뛰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라며 그들을 소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한 스페셜라이즈드-룰루레몬 팀의 티파니 크롬웰(Tiffany Cromwell) 선수는 "타이완에 다시 와서 매우 기쁘고, 이 대회는 세계적으로도 어려운 대회이면서 독특한 매력을 가졌다. 마지막 10km가 가장 어렵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 체력을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비글라(Bigla)팀에 소속된 호주의 조 호간(Jo Hagan) 선수는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대회였는데, 주최측의 초청을 받아 매우 기쁘다. 즐기면서 대회에 임하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어드밴쳐 라이더로 지난 'Haute Route Pyrenees 2014'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캐나다의 마그 페디나(Marg Fedina) 선수는 "타이완은 인구가 밀집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평화로운 곳으로 느껴진다. 멋진 산과 도전이 있어서 이곳을 찾게 되었다"고 말했다.

영국 내셔널챔피언이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 로드 금메달, 그해 월드챔피언쉽 로드 금메달을 차지했던 니콜 쿡(Nicole Cooke) 선수가 작년에 은퇴한 후 올해는 '기자'의 자격으로 대회에 참석하였다.
그녀는 "타이완의 자전거 산업을 매우 흥미롭게 봤으며, 이번 대회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어떤 대회보다 긴 업힐이기 때문에 큰 도전이 될 것이다"라며 소감을 말했다.
경기가 끝난 후 그녀는 "이 대회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를 했어야 했다"며 난이도 높은 대회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합 전날 초청 선수들과 기자들이 모여 동반 라이딩을 나섰다.

초청 라이더들과 단체 사진 촬영 중 찾아온 한국 참가자들을 기쁘게 맞이해 주었다.

화롄의 멋진 바닷가 자전거도로

화롄의 바닷가 자전거길은 이미 많은 라이더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지옥의 레이스를 시작한다.

이번 시즌 '타이완 KOM 챌린지'를 지옥의 레이스라 부른 이유는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하루종일 내린 비 때문이었다. 화롄이라는 지역은 특성상 비가 내리지 않으면 11월에도 낮기온이 25도 정도의 포근한 곳이지만, 비가 내리게 되면 18도 정도로 떨어지고, 경기 결승선인 울링 지역은 10도 이하로 떨어지며 추위를 동반하게 된다.
3000m가 넘는 고소를 견뎌야 하고, 100km가 넘는 업힐로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맞이하게 되는 8도 내외의 비바람이 부는 날씨를 견뎌내기란 엘리트 선수들에게도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에서도 10명의 라이더가 참가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환경에 오직 6명 만이 완주에 성공할 수 있었고, 그나마도 저체온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기도 했다.

전체 완주 선수 : 252명 (울링 카테고리 전체 참가자 458명)
우리나라 참가자 중 완주자 :
- 이진원 (166위, 5시간 32분 50초)
- 성황 (213위, 5시간 52분 47초)
- 임양락 (216위, 5시간 53분 51초)
- 이상열 (224위, 5시간 58분 09초)
- 이계웅 (231위, 6시간 01분 23초)
- 박석현 (251위, 6시간 21분 36초)

등록 확인과 함께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는 사인보드가 준비되었다.
올해는 친근한 한글도 볼 수 있어서 좋았었다.

대회 전날 참가자들이 모여 간단한 브리핑과 함께 초청 선수들의 소개 및 대회 안내가 파크뷰호텔에서 열렸다.

시합 당일 오전 5시, 비가 내리는 새벽이었지만 즐겁게 경기 준비에 나섰고, 비로 인해 사인보드가 준비되지는 못했다.

행사장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참가자들

비가 오는 아침이라, 출발 전 참가자들은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출발을 알리는 민속공연이 열리고, 본격적인 출발을 준비했다.

비가 그치지 않았지만, 출발지에서는 아직 여유있는 모습으로 정상을 향해 나섰다.



출발 후 더욱 심해진 비로 참가자들은 이미 흠뻑 젖은 상태

타이루거 협곡으로 향하는 도로로 좌회전을 들어온 참가자들

타이루거 협곡의 시작을 알리는 문

타이루거 협곡은 대부분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절벽이어서 많은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펑크로 서비스 차량을 기다리는 참가자


몇년 전 태풍으로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아직까지 복구가 진행 중이다.

타이루거 협곡에서 단독으로 브레이크어웨이를 시도한 타이완 참가자 슈슈안핑(Xu Xuan Ping)은 아마추어 라이더임에도 80km 지점인 체크포인트까지 독주로 선두를 유지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선두 그룹에 끝까지 남아 8위를 차지한 케냐 선수.




80km 지점인 체크포인트. 선두 그룹에서 존 엡센, 윌 로틀리 선수가 선두를 섰다.



해발 3000m를 넘고 풍광은 완전히 바뀌었다. 덩달아, 결승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추위에 떨면서도 응원을 나온 사람들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존 엡센 선수
6km 정도를 남겨두고 어택에 성공하여 3시간 40분 05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내년부터 Androni-Giocattoli 팀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마크 페디나 선수.
그녀에게 "당신이 가장 처음 올라온 여자 선수예요"라고 말하자, 그녀는 "정말?"이라며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많이 껴서 그냥 페이스에 맞추어 올라왔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로드바이크 대회에서 우승은 처음이라 더욱 기쁘고, 자전거를 바꿔야겠다"며 웃기도 했다.

여자부 4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조 호간

선두로 들어온 선수들도 추위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결승선을 앞둔 참가자들

걸어서 결승선을 향한 참가자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응원나온 지인이 건내는 따뜻한 생강차, 하지만 결승선을 통과한 라이더는 그 컵을 들어 마실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다.

흐르는 침을 닦을 수도 없을 만큼 체력저하가 심한 참가자도 있었다.

이곳은 바로 해발 3275m 울링(Wuling) 정상, 결승선이 있는 곳이다.


타이완 KOM 챌린지 완주를 위한 TIP

105km의 업힐, 해발 3275m의 고도차, 이런 것들은 수치로 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경기로 다가오게 된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간 투어링이 아닌 경기로서 만나게 되면, 라이더 그룹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초반에는 평속 40km/h 이상의 속도로 달려야 하는 심리적인 압박감과 체력 저하도 대단하다.
이런 경기에서 6시간 30분이라는 컷오프를 통과하기 위한 몇가지 TIP을 소개하고자 한다.

- 대회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 식사를 충분히 할 것.
특히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가 도움이 된다. 초청받은 선수들은 전날 저녁 식사를 위해 특별히 쌀밥이나 양념이 적게 들어간 국수를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요청하기도 했고, 우승을 차지한 존 엡센 선수는 아침에 식빵 10여개를 먹으며 대회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보급식을 충분하게 챙겨가는 것이 100km 업힐에 대비하는 준비가 될 것이다.

- 가능한 많은 보급식을 챙기자.
타이완 KOM 챌린지는 그란폰도와 같은 페스티벌 형식의 라이딩이 아니라, 경쟁을 위한 경기이다보니 대회 주최측에서 준비하는 보급은 최소화되어 있다. 중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은 물과 이온음료, 그리고 바나나 정도가 전부이다. 100km의 업힐을 이어가려면 가능한 많은 양의 보급식을 챙겨야 끝까지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정상으로 개인 짐을 보내는 서비스가 있으니, 갈아입을 옷과 신발, 간식 등을 넣어 정상으로 보내면 좋다.

- 정상에 갈아입을 옷과 간식을 보낸다.
출발점에는 정상으로 보낼 짐들을 챙겨주는 셔틀 서비스가 지원된다. 정상에서 갈아입을 따뜻한 옷과 체력을 보충해줄 수 있는 간식을 넣어서 미리 올려보내면, 도착한 후 바로 갈아입을 수 있게 되어 체온과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옷은 가능한 겨울 옷처럼 따뜻한 것이 좋고, 신발도 잊지 말고 보내는 것이 좋다.
정상 지점은 날씨가 좋아도 약 10도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떨어진 체력으로 급격한 추위를 느낄 수 있다.

- 내려오는 셔틀을 예약한다.
정상에 오른 후 경기가 끝나면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겠다는 생각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그냥 라이딩을 떠나서 자신의 페이스와 컨디션을 유지한 상태라면 모르겠지만, 대회에 참여하여 최선을 다한 상태라면 정상에서 자전거를 타고 아래로 내려올 기운은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처음 참가자라면 무조건 내려오는 셔틀을 이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여자부 1위를 참가한 마그 페디나 선수의 자전거. 코스에 대한 빼곡한 정리가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2년 연속 경기 당일에 비가 내리는 어려움을 겪은 '타이완 KOM 챌린지' 운영측은 내년에 날짜를 10월로 옮겨 조금 더 따뜻하고 비가 적게 내리는 계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처럼 저체온으로 인한 탈락자와 응급환자가 발생하는 것이 주최측으로는 위험성이 너무 높다고 판단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경기에 한번 참가했던 참가자들은 예상 외로 강한 중독성을 느껴 매년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완주를 못 하더라도, 내 생애 가장 어려운 업힐 경기에 참가하는 도전 정신을 한번쯤 불태워 보는 것은 어떨까?

더 많은 사진은 [미디어 갤러리]를 통해 볼 수 있다.

관련 웹사이트
타이완 사이클링 페스티벌 : http://taiwanbike.tw/
타이완 KOM 챌린지 : http://www.taiwankom.or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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