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진용식 선수를 만나다.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런던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고 생각하겠지만, 오는 29일 장애인들을 위한 올림픽인 패럴림픽(paralymic)이 런던에서 막을 올린다.
21개의 스포츠 중 사이클 트랙과 사이클 로드 2개의 종목이 포함되는데, 대표 선수로 출전하는 진용식 선수를 지난 주말에 만날 수 있었다.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런던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 사이클 대표로 출전하는
진용철 코치(왼쪽)와 진용식 선수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동메달,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 획득
초등학생 때 전국체육대회를 TV로 보면서 사이클 선수들이 매우 멋졌었고, 꼭 자전거를 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를 올라가면서 사이클을 타고 싶었는데, 다행이 집 근처에 사이클부가 있는 학교가 있어서 사이클을 시작하게 되었죠.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문제 때문에 고등학교 사이클부에서 받아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사이클을 접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을 다니게 되었죠.
그러다가 군대 문제로 장애등급을 받으며 다시 사이클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가 98년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까지 모두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되었고, 이번 런던까지 4번 연속 패럴림픽을 참가하는 행운이 따라와 주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시드니에서 도로독주 금메달과 도로 경기에서 동메달, 베이징에서 개인추발 은메달과 도로독주 동메달을 땄죠. 아테네에서는 낙차로 부상을 입었는데 그것이 회복되지 않아서 경기 기록이 좋지 못했습니다.

패럴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모두 기록했던 진용식 선수
사진은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던 모습

자전거를 탈 때, 내가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낀다.
금메달을 따서 받는 연금(일반 올림픽 금메달 연금과 차등 지급되었지만, 2009년부터 동등 지급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었다)으로 훈련을 계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환경 때문에 후원도 거의 받지 못해 자전거와 장비 등을 모두 제 돈으로 사야하는 상황이었죠.
그래도, 자전거를 탈 때는 '내가 살아있다'는 생동감이 온 몸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탈 수 있는 것 같네요.

자전거를 탈 때 '내가 살아있다'라는 생동감을 느낍니다.

해외 선수들을 만나면, 참으로 부러운 것이 많다.
외국에서는 프로사이클팀에서 장애인팀도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10년 전에는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 듯 보였지만, 최근에는 점점 쫓아가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국제 시합에서 만나는 선수들은 훈련 중에 파트너와 함께 연습도 하고, 최신 장비들을 사용하며 시합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가장 부럽습니다.
국내에는 대회도 1년에 2~3개 밖에 없고, 그 경험으로 해외 경기에 나가면 상상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나서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이번 올림픽 목표는 금메달 2개
최근 올림픽은 개인의 포인트 성적으로 출전 자격을 부여받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1년에 겨우 1번 국제 경기를 참가하는 실정에서 개인 포인트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죠.
이번에는 국가 포인트를 활용해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제 나이가 35세이고, 이후로도 지금과 같은 현실이라면 개인 포인트를 쌓는 것도 어렵게 되어,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죠.
그래서, 일단 목표는 금메달 2개로 잡았습니다.  30일부터 개인추발, 타임트라이얼, 도로 경기 등이 순차적으로 열릴 계획인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인색한 장애인 스포츠 후원
(진용철 코치)사실 진용식 선수는 세계적인 선수일 뿐 아니라, 국내 장애인 사이클에서는 독보적인 기록을 가진 선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경기에 나갈 자전거도 자기 돈으로 사야 하는 실정인 것이 어려움이죠.
이번 올림픽에서도 경기에 맞는 자전거를 찾기 어려워서 업체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대진에서 비앙키(Bianchi) 자전거와 캄파뇰로(Campagnolo) 부품을 후원하셔서 도로 경기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RTS에서 타임트라이얼과 트랙용 자전거를 후원하셨는데 아쉽게도 사이즈 문제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 사용하기는 어렵게 되었죠. 그리고 루디(Rudy Project)에서 헬멧과 아이웨어를 후원받고 있습니다.
코치로 이런 후원들을 위해 업체들에게 협조를 부탁하지만, 사실 현실은 거의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림픽 4번 출전에 처음으로 후원을 받았으니 말이죠.

장애인도 편하게 대해 주면,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자전거를 시작할 때, 주위에서 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처럼 대해 주시면 훨씬 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박성백 선수와 장선재 선수 등과 훈련을 하며 만나기도 하는데요, 이번 올림픽 전에는 같이 라이딩을 하면서 저에게 많은 부분을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TDK(투르 드 코리아)도 거의 매년 참가를 하는데, 동호인들과 함께 타면서 서로 자극을 받고 즐겁게 라이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진용철 코치)저에게 다가와서 진용식 선수가 자기보다 빠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밤낮없이 훈련을 한다는 동호인들도 몇분 계셨습니다. 어떻게 나이도 많고 장애인인데 자기보다 더 빨리 탈 수 있냐고 이야기를 하곤 하시죠.

올림픽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실업팀의 창단이 진정한 꿈이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장애인 실업팀 창단이 진짜 꿈이다.
선수로써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꿈이지만, 그 다음으로 지도자가 되고 계속 자전거를 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용철 코치)몇몇 장애인 스포츠는 실업팀이 생기기도 했지만, 아직 사이클은 실업팀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내에도 실업팀이 생겨서 장애인 선수들이 꾸준하게 배출되었으면 좋겠는데, 이것이 제게 가장 큰 소망입니다.


자전거 타는 것 말고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을 만지고 보는 것는 것을 좋아한다는 진용식 선수, 하지만 그는 동호인들과 자전거를 타는 것이 취미라고 생각할 만큼 자전거를 좋아한다. 그런 그의 소망과 꾸준한 장애인 스포츠의 후원이 이어져, 그들에게 작은 삶의 희망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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