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인정받아야
에디터 : 김수기 기자

올해 타이페이 사이클쇼를 다녀와서 놀란 점은 전기자전거와 전기스쿠터 관련 부스의 규모였다. 작년만해도 전시장 군데군데 흩어져 있던 전기자전거 메이커 부스가 전시장의 한 블록을 차지했다. 물론 전기스쿠터 업체도 함께 있었지만 전시 부스와 데모 부스까지 합치면 거짓말 조금 보태 서울 바이크쇼와 맞먹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타이페이 사이클쇼 전시장에서 한 블록을 차지한 전기자전거, E 스쿠터 부스

올해 스포엑스에 참가한 전기자전거 업체를 위한 부스

세계 3대 사이클쇼 중의 하나인 타이페이 사이클쇼가 전기자전거에 대한 비중을 점점 늘려가는 것을 보면서 전기자전거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바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큰 것을 아끼기 위한 작은 것

전기자전거를 보는 국내 라이더의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우와, 편하겠다'이고, 두번째는 '자전거도 아닌 게 자전거처럼 구네'이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전기자전거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충전을 위한 전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오로지 인력으로만 움직인다. 전기자전거는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에 크지 않지만 영향을 미친다. 필자도 그런 생각을 잠깐 가지고 있었으나 전기자전거가 오히려 환경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바꿨다.

전기도 화석연료나 원자력, 자연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한정된 자원이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힘들기' 때문이다. 힘든 자전거보다 빠르고 편한 자동차를 선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게 하기 위해서는 힘들지 않은 자전거를 만들면 되고, 전기자전거가 바로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전기자전거를 타 본 사람이라면 전기자전거가 얼마나 편한지 안다.
자동차는 1리터의 석유로 10~20km를, 전기자전거는 한번 충전으로 40~70km를 이동한다. 석유 1리터는 현재 1,900원이고, 전기자전거 배터리를 한 번 충전에 필요한 전기료는 50원도 채 되지 않는다. 단순히 비용만 따져도 큰 차이를 보이지만 교통체증으로 인한 비용 증가는 안봐도 뻔하다.
자동차의 석유보다 전기자전거의 전기는 환경을 지키면서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다. 큰 것을 아끼기 위해서라면 작은 것을 적극 사용해야 한다.

자전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기자전거에 있어서 무거운 모터와 배터리를 지지할 수 있는 가볍고 튼튼한 프레임과 휠도 필요하지만 모터와 배터리, 전자제어 장치가 중요하다. 효율이 높고, 가벼우면서 작은 크기에 안전한 모터와 배터리는 자전거를 떠나서 전기와 전기 동력을 사용하는 모든 곳에 활용할 수 있어 관련 산업까지 성장동력을 전달할 수 있다.
정부와 관련 산업에서 관심을 갖고 기술 개발을 한다면 자전거에도 접목시킬 수 있다. 배터리와 모터는 양산화만 된다면 전기자전거의 가장 큰 걸림돌인 비싼 가격도 해결된다.

올해 대만 사이클쇼에 참가한 삼성SDI는 전기자전거 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바이어에게 알렸다.

완성차 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SRAM에서는 작년에 전기자전거 용 모터와 배터리 킷을 선보였다.


디자인, 작은 차이가 돈을 만든다

전기자전거의 가격이 현재는 100만원 내외로 많이 저렴해져 소비자에게 반길 일이지만 업계에서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경쟁에서 이기고, 고부가가치를 얻어내는 방법은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더이상 기능상의 편의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에 개성을 만들어낸다. 특정 색상, 모양, 형태만 보고도 특정 브랜드가 떠오른다면 제품의 디자인은 생명을 얻게 된다.

삼천리자전거의 새로운 전기자전거 '팬텀'은 일반 자전거와 흡사한 형태를 갖고 있다.

접이식 전기 미니벨로를 개발한 'db0'는 풀서스펜션 전기자전거를 선보였지만 디자인의 일관성은 남아 있다.

스트라이다의 디자이너 '마크 샌더스'의 손길이 닿은 만도 풋루스

우리나라의 전기자전거는 전통적인 자전거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만도는 스트라이다를 디자인한 마크 샌더스와 함께 '풋루스'를 개발하면서 전기자전거의 디자인이라는 난제에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국내 자전거 디자인 역량을 키우고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서울국제자전거디자인 공모전'이 2010년에 한 번 열린 것으로 끝나버린 것이 새삼스럽게 아쉬운 대목이다. 

전기자전거, 친환경을 위한 조건

전기자전거가 친환경이 되고자 하는데 필요한 조건이 몇가지 있다. 자전거 내구성의 약화로 폐기되는 자전거는 타이어 등의 고무재질로 환경 오염을 일으키기도 하고, 배터리와 전자시스템은 또 다른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배터리와 전자장비를 위한 RoHS 인증, 그리고 야외에서도 오랜 시간 견뎌야 할 내구성은 당연한 과제일 것이다.
또한, 사용자에게도 보험가입과 사고 시 대처에 대한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홍길동이 된 전기자전거

서얼인 홍길동이 법에 의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라 부르지 못한다. 아직 전기자전거는 법적으로 자전거로 취급받지 못한다. .
자전거의 법적인 정의를 내리는 법률은 '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로 인력 이외에 전력 구동에 관한 조항이 더해져야 전기자전거를 자전거로 부를 수 있다. 현행법 상 전기자전거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전거와 다르게 대우받고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몇해 전부터 우리가 배웠던 삼한사온(三寒四溫)과 뚜렷한 계절변화, 장마는 없어졌다. 화석연료를 소비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기후의 변화에 한몫 하고 있다. 자전거가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전기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기자전거의 현실적인 문제 - 가격, 법적 지위, 기술 등을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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