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F 취재 후, 우리에게 가능성은 있는가?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지난 7월은 100번째를 맞이한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의 열기로 로드바이크 업계와 라이더들은 후끈 달아올랐었다. 그런 상황에서 필자는 운 좋게 스페셜라이즈드(Specialized)의 초대를 받아 그 현장을 직접 다녀올 수 있는 행운을 얻었고, 이제 다녀온 그 뒤 이야기와 함께 우리에게 당면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투르 드 프랑스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가 축제였다.

투르 드 프랑스, 그들에게는 축제였다.

1996년 호주에서 호주와 뉴질랜드 간의 럭비 시합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영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두 나라는 모두 럭비에 열광하는 곳이고, 그 두 나라가 경기하는 것은 전 세계 스포츠 뉴스에도 나올 만큼 큰 이슈였다.
브리즈번에서 열렸던 그 경기를 보기 위해 호주 전역에서, 그리고 뉴질랜드에서도 수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고, 그 동네는 그 경기 하나로 몇 시간동안 열광에 빠졌다. 심지어 매표소 직원들마저 경기를 보러 들어갔기 때문에 조금 늦게 경기장에 도착한 필자는 표를 살 수 없어서 운좋게 공짜로 입장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어떤 대회에서도 이런 열기를 느껴보지 못했던 필자는 이번 투르 드 프랑스를 취재하면서 그 열광적인 모습을 다시 찾아볼 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모습을 단 10초라도 보기위해 5시간 이상 코스 팬스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자전거를 타면서 투르 드 프랑스 코스를 미리 답사하는 사람들, 캠핑카로 그들을 따라 다니며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사람들, 그들이 모인 곳이라면 서울 명동 한복판보다도 복잡하고 걸어다니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곤 했다.

선수들이 오기 4시간 전, 이미 알프듀에즈 정상 부근 2km 정도는 걸어다니기에도 어려울 만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선수들보다 2시간 일찍 출발한 캐러밴 행렬은 관중들의 분위기를 띄우는데 큰 역할을 한다.
약 1시간 동안 투르 드 프랑스를 후원하는 업체의 캐러밴 차량이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응원나온 사람들이 서로 먹고 마시며 노는 것도 하나의 문화.

사실 이렇게 4~6시간을 기다린 끝에 만난 선수들은 몇초 안에 그들 앞을 지나가지만, 그 한번의 환호를 보내기 위한 기다림 자체도 또 하나의 문화인 듯 하다.


동일한 코스에서, 동일하게 즐길 수 있어서 더욱 큰 감동

투르 드 프랑스 뿐 아니라 자전거 대회의 가장 큰 매력은 선수들이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는 유명한 코스를 누구나 라이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투어를 따라 가면서도 선수들보다 하루 전에 동일한 코스를 완주하며 달리는 동호인들을 볼 수 있었고, 유명한 몇몇 코스는 평일에도 수 많은 라이더들이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라이딩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곤 했다.
내가 몇시간에 걸쳐 진을 빼가며 올랐던 그 길을, 유명한 선수들이 너무나 쉽게 오르거나 그들도 힘겨운 경쟁을 하며 오르는 모습을 볼 때, 완전히 새로운 감동과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듯 하다.

투르 드 프랑스 코수 중에 하나인 꼴듀글랑동 정상.

선수들이 지나가는 길목 중 몇곳을 찾아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라이더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선수들을 따라 캠핑카로 다니는 사람들의 수는 캠핑카 주차장이 모자랄 만큼 늘어서 있었다.


하루종일 파리 샹제리제를 통제할 수 있는 서로 간의 이해

투르 드 프랑스의 마지막 스테이지를 장식하게 될 파리 샹제리제 거리에 도착한 것은 당일 점심 쯤이었다. 그 전날 안시(Annecy)에서 파리(Paris)로 가는 TGV 고속열차는 투르 드 프랑스를 쫓아 다니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호텔로 이동하는 길은 통제된 샹제리제 거리 탓에 다소 어려운 모습이었다.
샹제리제 거리는 파리 중심가의 북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개선문이 있는 샤를 드 골 광장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이어지는 약 2km의 직선 도로로, 우리나라로 본다면 광화문대로 정도라고 보면 될 듯 하다.
마지막 스테이지의 시작은 오후 4시 30분, 샹제리제 거리에 선수들이 도착하는 시간은 오후 8시가 넘는 시간이지만, 아침부터 파리 샹제리제 거리는 모두 통제되어 완전한 축제 분위기였다.
광화문 앞 대로를 하루종일 통제하는 듯한 이런 분위기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에게는 이 정도를 이해하고 함께 즐길 수 있고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부러운 부분 중에 하나였다.

저녁 8시가 넘어 파리 샹제리제에 들어선 선수들, 하지만 이 구간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통제되어 준비되고 있었다.


우리의 로드바이크 대회 문화, 무엇이 아쉬운가?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의 로드바이크는 빠르게 성장하면서 선진 문화도 제법 많이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다양한 대회도 열리며 엘리트 라이더 뿐 아니라 동호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을 든다면 항상 보이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그 대회 및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기반 문화에는 소홀한 듯한 느낌이 든다. 이번 대회만 무사히 끝내면 된다는 듯한 시각과 투자가 없는 문화는 곧 사그라들기 쉽고, 어떤 연계된 파장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투르 드 프랑스 대회와 그 시간 자체를 즐기는 프랑스.
우리의 자전거 대회는 너무 보여주는 것에만 급급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서두르기 보다는 차근차근 성장시켜보자.

우리나라 국민성이 다소 급하고 빠르게 추진하여 완성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문화라는 것은 그렇게 급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먼저, 로드바이크의 '성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코스를 만들어보자.
로드바이크 라이더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하고, 몇일 간 머무르면서 로드바이크에 빠져서 탈 수 있는 코스가 있어야 한다.
차도 별로 없고 목장들만 많은 알프스 산 근처의 도로에서 차보다 많은 자전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 본적이 있었는가?
스키 리조트의 여름 시즌에 수 많은 라이더들의 인파로 북적이는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로드바이크 코스를 생각해보니 딱히 머리에 떠 오르는 곳이 없었다.
자전거 문화를 리드하는 기업의 투자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라이딩 코스는 많다. 산이 많고 물도 많은 곳이기 때문에 경치와 로드바이크 라이딩이 어울리기에 좋은 곳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곳이 '성지'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와 함께 많은 라이딩 이벤트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처음에는 거리 탓에 생소한 탓에 흥행에는 실패하겠지만, 그런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라이더들에게는 새로운 도전 거리와 문화가 만들어지는 듯 하다.
그렇게 라이더들에게 소개되고 누군가에게 꼭 가고 싶은 코스가 된다면 우리에게도 로드바이크 '성지'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투르 드 프랑스 때문에 평일에도 이렇게 많은 라이더가 있냐는 질문에, "여기는 유명한 코스이기 때문이다"라며 프랑스 가이드는 설명해 주었다.
이곳은 로드바이크의 '성지순례' 코스였던 것이다.

우리도 자전거 역사가 그렇게 짧지 않다. 하지만, 문화를 만드는데는 많이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 우리 다음 세대에는 멋진 자전거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지 않을까?

필자가 처음 로드바이크를 타기 시작했던 1980년대에도 우리나라에 많은 로드 라이더들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로드바이크 역사는 짧은 것도 아니지만, 어쩐지 로드바이크를 시작하는 라이더들에게 이야기해 줄 문화는 얼마 되지 않는 듯 하다.
투르 드 프랑스 취재 후, 100년이 넘는 그들의 로드바이크 역사가 라이더들에게는 착실한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가장 부러운 부분이었다.
지금, 투르 드 프랑스와 같은 대회를 부러워하며 따라갈 때는 아닌 듯 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차근차근 쌓아서 우리 후세대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로드바이크 문화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그런 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보여주는 대회'가 아닌 '즐기는 대회'로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프랑스에서 수행한 몇가지 미션들

취재 전 이벤트를 통해 몇가지 미션들을 받았었다. 하지만, 일정에 쫓기는 상황에서 미션의 수행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중 몇가지 것들만 살펴보도록 하자.

팀 서포트 차량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스타나 팀 서포터는 대부분 음료수와 보충식이 가지고 다니는 것들의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오메가 팔마-퀵스텝 팀이 출발 전 선수들의 장비를 채우고 준비 중이다.

아이스박스로 준비 중인 다양한 음료수들. 더운 날씨 탓에 시원한 음료가 그리울 것이다.

아스타나 팀 버스의 내부.
샤워실, 회의실, TV, 내장고, 캡슐 커피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팀 버스 한쪽은 세탁기가 마련되어 있다.

오메가 팔마-퀵스텝 팀과의 아침 식사.
일반 호텔 아침 식사와 별반 차이는 없어 보인다.

투르 드 프랑스 코스를 중심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홍보 포스터

파리의 아침은 다양한 여성 라이더들의 출근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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