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코펜베르그를 오르다.
에디터 : 이경훈

6월 26일. D+2

어제는 독일에서 캠핑카를 빌린 후 거침없이 바로 벨기에로 들어왔지만, 역시나 시간이 부족합니다.  빡빡하게 달렸다고 생각했는데도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네요.
여튼 오늘의 하루 시작합니다.

오늘의 하루는 자전거를 조립한 후 리에주에서 벨기에의 가장 큰 자전거 시합이자 축제인 뚜르 드 플란더스 (Ronde Van Vlaanderen, Tour of Flandres)의 주요 코스인 코펜베르그Koppenberg와 카펠뮤르Kapelmuur를 구경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원래는 와플의 본고장인 벨기에의 리에주 와플을 먹어보고 싶었으나 리에주 시내에는 시간 관계상 진입하지 못하게 되었네요.  이는 사실 캠핑카는 대도시 시내에 들어가기가 매우 힘든 문제도 있는데, 이 때문에 패스하게 된 여행지가 좀 될 정도로 캠핑카가 기동성이 좀 떨어지는 편이라 아쉬웠습니다 ㅠㅠ


아침은 주로 시리얼, 빵+넛텔라, 스크램블 에그 조합으로 해결했습니다.  시리얼과 우유의 ja! (야!)는 독일의 ALDI에서 사온 제품들로 자체 브랜드입니다(=싸고 양 많음).  특히 우유는 멸균 처리된 제품으로 프랑스 제품의 경우 demi-ecreme라고 써 있는데, 우유 크림을 일부 제거해 유통기한이 상당히 길고, 상온 보관이 가능합니다.  가격도 싸서 대다수의 유럽 아지매들이 사가는 종류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맛도 뭔가 크림맛도 나고 맛나서 항상 저런 것만 먹었습니다. 헤헤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과 같은 우유도 있지만 너무 비싼데다 냉장보관을 해야 하는 관계로 마트에서도 조금밖에 안팝니다.

우리의 허기를 책임진 넛텔라 (하지만 면님은 넛텔라가 싫다고 하셨지)

변색 고글!

박스를 까고 자전거 조립을 시작합니다.

자전거 조립과 함께 타이어를 모두 슈발베의 울트리모 DD 25c로 교체하고 나서 다시 쉽니다.  자전거 박스는 잘 접어서 트렁크 밑에다 깔아두니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더군요.  이것저것 모두 시간이 꽤나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점심은 파스타와 올리브


우리가 있던 웨지몽 (Wegimont)이라는 캠핑장은 사실 리에주의 공립 종합 휴양시설이었습니다.  캠핑장 주변에는 수영장, 호수, 산책로, 고성 등이 이쁘게 있더군요.  여기서도 시간에 쫓겨 자전거로 슬쩍 둘러보고 허둥지둥 나와야 했습니다 ㅠㅠ

호수변

시설 좋은 수영장

웨지몽의 성

이후 오후 3시가 되서야 캠핑장에서 나와 출발합니다.

캠핑카의 단점으로는 기동성이 좀 약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집이 돌아댕기는데 무슨 소리냐? 하실 수 있겠지만, 막상 써보면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고, (최대 140까지 내봤지만, 고속도로에선 경제연비를 위해 100km 이상으로 잘 안달립니다) 한번 캠핑장에 들어가서 차를 정박시켜 두면 시내까지 차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자전거는 물론 요리조리 잘 타고 다닐 수 있지만 짐을 많이 가져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마트에서 장본다던가 그런 일은 조금 힘들죠.  대부분의 캠핑장들은 도시의 외곽에 있기 때문에 시내 관광을 하는 것은 자전거를 타고 나가도 자전거를 두고 관광지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점 때문에 약간 힘들었습니다. 


벨기에에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전거가 그냥 일상입니다.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 햇빛이 아주 강할 뿐 습기의 거의 없어 땀이 거의 나지 않으며, 나더라도 금방금방 말라서 옷이 축축해지거나 그런 일이 전혀 없습니다.  대신 피부가 마구마구 갈라집니다-_-  좋은 로션은 필수.

흔한 벨기에 동네의 풍경.

도로가 아주 넓은데, 차로는 왕복 2차선, 양옆에는 주차장 겸 자전거도로, 그 옆에는 인도가 있습니다. 도로가 좀 더 넓어지면 주차장과 자전거도로도 분리됩니다.

시골길.

길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로드사이클입니다.

유럽(이탈리아 제외-_-)은 차량이 추월을 할 때 반드시 추월차선을 이용하거나, 중앙선을 넘어서 안전하게 추월해야 합니다.  당연한건데 안되는데 참 많죠-_-.  그래서 자전거를 추월할 때도 차량들이 반드시 차선을 넘어서 추월하거나, 중앙선을 넘어서 가기 때문에 자전거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안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자전거를 추월할 때 반드시 1.5m 이상의 간격을 띄워 추월해야 한다는 법이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탈 때 뒷차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다닐 수 있습니다.  만약 중앙선이 추월차선이 아니라면?  그러면 대부분의 차들은 자전거 뒤에서 웅웅거리면서 기다려 줍니다.  알랍 유럽!

리에주에서 빠져나와 오늘의 목적지로 향하는 중.  중부 벨기에는 평지평지평지입니다.   정말 끝없는 직선 고속도로와 평지.

벨기에 고속도로는 무료입니다.

첫 주유하는 강군.

유럽의 주유소는 셀프이기 때문에 (이탈리아는 가끔 한국식으로 넣어주는 곳도 있습니다) 직접 넣고, 카드로 직접 계산하거나 주유소 슈퍼에 들어가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처음에 하다보면 어버버버버 하기 마련이죠.

다시 끝없는 직진

자전거를 싣고 다니는 차가 많습니다.

자세히 보니 카본 Marin 자전거 같았는데, 벨기에에서는 흔한 58사이즈;;; 정도 였던 것 같네요.

지평선이 보인당께!!!

오오 호가든?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끔 이런 클래식 차량들이 나타납니다.  이런 차들 구경하는 재미도 나름 있네요.

한국에선 외제차다 클래식차다 레어차다 이러지만 여기서는 그냥 동네 영감님들이 젊을때 사서 타시거나, 혹은 할아버지가 타다가 물려준 차 뭐 그런 느낌이랄까요...

신기해서 사진 막 찍으니깐 영감님이랑 할머니랑 막 손 흔들어주심ㅋㅋ

나중에는 이런 차들 하도 많이 보고, 가끔은 동호회인 듯이 한꺼번에 몇십대씩 지나가는 광경에 무감각해져서 저는 그냥 '똥차'라고 부릅니다.  차에 관심이 없어서 봐도 전혀 알지 못하는 막눈입니다.

자전거 캐리어에는 생활용 자전거들도 많고, 특히 유럽은 승용차에 트레일러를 달고 여행하는 모습이 보편적입니다.

흔한 벨기에의 동네 길2

자동차 도로-주차장-자전거도로-인도 순으로 아주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 노면은 한국이 최고라지요.

가끔은 주차장 구역이 이렇게 코블스톤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전거 덕후라면 여기서부터 설레기 시작하죠.  동네마다 파베가 깔려 있다니!!!  (pave=cobblestone으로 비슷한 용어)

로드사이클이나 생활자전거 (우리가 부르는 신사용 자전거나 마마챠리)를 타고 다니는 동네 사람들.

치마입고 스포츠글라스 쓰고 패니어를 장착한 시티자전거를 타고 퇴근중인 언니 헉헉

캠핑장으로 향하는 좁은 길.  바닥이 거칠거칠합니다.

곳곳에 양과 소들이 풀을 촵촵촵

이런 좁은 시골길들은 자전거도로로도 사용됩니다.  자전거도로의 번호와 함께, 현 지역이 표기되어 있네요.  Vlaamse Ardennen은 플랑드르의 아르덴느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플란더스 지방과 불어를 사용하는 발롱 지방이 있는데, 어제 묵었던 리에주는 발롱이고, 오늘의 목적지는 플란더스 지방입니다.

발롱 지역은 불어를 사용하는데, 영어를 거의 못합니다.  차라리 프랑스가 영어를 더 잘하겠다 싶을 정도로 영어는 아예 안쓰더군요-_- 대신 불어를 엄청 천천히 말하기 때문에 불어를 조금이라도 알면 알아듣기 매우 쉬운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플란더스 지역은 네덜란드어를 사용하지만, 네덜란드인 대부분이 영어를 할 줄 아는 것 처럼 영어도 상당히 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나이 드신 분들은 영어로 물어보면 플레미쉬(여기서는 네덜란드어라고 안하고 플레미쉬flemish라고 합니다 네덜란드라고 하면 큰일납니다ㅎㅎ)로 블라블라 얘기해주긴 합니다.  네덜란드어를 전혀 못하는데다, 발음 구조 자체가 영어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걱정을 좀 했는데 언어로 인한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동네 꼬마들도 자전거 타고 뿌잉

약간의 동네 파베를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Zwalm의 캠핑장인 칸테클레어 Cante Claer에 도착합니다.

즈바움Zwalm을 오늘의 행선지로 택한 이유는 투어 오브 플랜더스(Ronde Van Vlaanderen, RVV)가 열리는 주요 구간인 코펜베르그Koppenberg가 있는 오우데나르데Oudenaarde와 카펠뮤르Kapelmuur가 있는 헤라즈베르켄Geraadsbergen 사이에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일정은 즈바움에 일찍 들어가서 한번의 라이딩에 코펜베르크와 카펠뮤르를 모두 들리는 것이었지만, 역시나 시간 관계상 오늘은 코펜베르그만 보기로 합니다.  즈바움은 각각 30km씩 떨어져 있는 중간 지점인데, 캠핑장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7시였으니 모두 보기엔 무리였죠.  이 때문에 내일 일정까지 모두 미뤄지게 됩니다 ㅠㅠ

투어 오브 플랜더스에 대한 정보는 여기서 보세요 http://cafe.naver.com/cyclingproject/1821

캠핑장에 도착해 얼른 자전거를 내리고 바로 나갈 준비를 합니다.

면나렐로를 타는 면님

지용군은 DSLR과 함께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아이패드를 가방에 챙겨갑니다.

벨기에의 자전거 도로

보시다시피 노면은 그냥 울퉁불퉁 시멘트입니다-_-

지용이가 찍어준 제 사진.  오른쪽 구석에 jyongs라고 표기해놨습니다.

은근히 옆으로 피해주는 차량들

코펜베르그!!!

여기는 코펜베르그 출구입니다.

RVV길이라고 갈림길마다 표지판이 아주 잘 되어 있는데, 선수들에겐 그닥 필요 없지만, 매년 RVV가 열리는 전날 똑같은 코스로 수천명이 참가하는 동호인들을 위한 RVV 그란폰도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반 시설과 함께 수천명이 선수들과 똑같은 코스를 달린다는게 너무나도 부럽더군요.

코펜베르그로 향하는 아름다운 길.  나중에 RVV 영상을 보니 선수들과 똑같은 길을 똑같은 풍경에서!!!

이쪽이랑께

코펜베르그 입구

코펜베르그 입구의 유명한 간판.

동네 아저씨들도 로드 타고 슉슉 지나갑니다.

500m에 최대경사도 22%

경사도만 따지면 탈만 하지만 바닥이 돌덩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죠.

500m도 생각보다 긴 편인데, 실제 레이스에선 대략 190km를 달려오고 나서 이곳을 타고, 그리고 또 70여km를 더 타야 하기 때문에 실제 RVV에서도 코펜베르그에서 우승 후보들이 슬슬 발동을 걸기 시작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물론 앞뒤 없이 그냥 코펜베르그만 타더라도 경사도가 상당히 세서 어느정도 파워를 내야 하기 때문에 꽤나 까다로운 코스입니다.

꾸역꾸역

실제로는 코블스톤 간의 간격이 무척이나 넓기 때문에 타이어가 사이에 빠지거나 턱에 걸려서 추진력이 받기 상당히 난감한 길입니다.  최대 경사도는 나무 밑에 숨어 있는데, 경사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돌도 상당히 불규칙적으로 있고, 진흙이 많아 바퀴가 미끄러져 프로들도 끌바 하는 구간입니다.

네 저도 끌바 했습니다 ㅠㅠ 뒷바퀴가 진흙에 미끄러져 추진력을 잃었을 때 앞바퀴가 돌에 걸려서 넘어질뻔 했네요.  다행히 클릿을 제때 빼서 체인이 빠지는 정도로만 끝났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끌바를 하다니 ㅠㅠㅠㅠ

좀 정돈된 상단의 파베구간.

이번 유럽 여행에서 타이어는 슈발베의 울트리모 DD 25c와 함께 했습니다.

출발 전 슈발베에서 지원을 받은 품목인데, 이번 여행에서 정말 베스트 아이템 중 하나로 등극한 제품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벨기에의 파베 구간 등과 같이 험로에서만 사용하고, 이후 알프스에서 레이스를 할 때엔 울트리모 zx를 사용하려 했지만, 의외로 무게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으며 잘 나가는 성격 덕분에, 여행 내내 이 타이어만 사용하게 됐습니다.

25c라 기존에 사용하던 23c보다 둔하거나 반응이 느릴 줄 알았지만 큰 차이는 없었고, 일단 이름에 있는 더블 디펜스DD 답게 여행 내내 한번도 펑크가 나지 않았으며, 넓어진 타이어 폭으로 좀 더 적은 공기압으로도 버틸 수 있어 투어 때는 80psi 가량, 시합 때는 90psi정도로 아주 편안한 승차감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기의 동호인 레이스는 거리가 길고 길도 험하며 몸이 혹사하기 때문에 승차감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쪽 동네에서 장거리용 프레임 (포크의 레이크가 크며, 헤드튜브가 길고 탑튜브가 짧은 모델, 스페셜의 루베, 피나렐로의 도그마K 등)이 상당히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90psi를 넣는다고 하더라도 크게 물컹거리거나 그런 느낌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23c에 대략 110psi정도를 넣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더군요.

물론 넓어진 타이어로 벨기에의 파베에서 돌덩이를 헤쳐나갈 수 있었음은 물론입니다.

코펜베르그 정상에 살고 있는 개님

올라가자마자 컹컹 짖으며 달려들길래 식겁했는데 달려드는 척 하다가 그냥 슥 지나가고 말아서 좀 쫄았습니다-_-

유럽의 개들은 대부분 대형견이 주류이지만 사람에게 달려들거나 물거나 컹컹 짖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순딩이랄까요.  가끔 자전거에는 달려는 녀석들이 있지만 큰 위협까진 겪지 않았습니다.

정상을 지나서 바로 내리막이 아니라 약간의 평지가 계속됩니다.
오우데나르데는 론드(RVV)를 사랑해

시간이 늦어서 카펠뮤르는 내일 아침에 가기로 하고 얼른 숙소로 복귀해 봅니다.
여긴 동네 술집인데 벽에다 톰 보넨, 필립 질베르, 스틴 데볼더의 사진을 크게 걸어놨더군요.

벨기에인들은 RVV를 사랑해

숙소로 좀 더 가다가 늦은 시간이라 간식거리를 사가기로 합니다.
뭔가 막 많긴 했는데 모험하진 않고 그냥 감자튀김만 사갑니다.

흔한 벨기에의 꽃청년(영어는 잘 못함)

해가 이제 슬슬 지고 있네요
는 10시 30분!!!

해가 지더라도 어스름 빛이 지평선을 파랗게 비추다가 대략 새벽이 되야 완전히 어두워집니다.

그리고 5시에 해가 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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