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RVV 상징 카펠뮤르에 도전하다.
에디터 : 이경훈

6월 27일.  D+3

오늘은 헤라스베르켄 (Geraadsbergen.  네덜란드어는 G를 ㅋ 발음이 섞인 ㅎ 발음입니다.  W는 ㅂ, V는 ㅍ, J는 ㅇ 발음으로 뭔가 독어+스페인어+영어가 합쳐진 느낌이네요)에 있는 RVV의 가장 큰 승부처, 카펠뮤르(Kapelmuur)를 가기로 합니다.

Kapelmuur는 262km의 RVV 중 마지막에서 두번째인 244km 지점에 있는 급한 오르막으로, 가장 큰 승부처이자, 가장 관중이 많고, 가장 유명한 곳으로 RVV의 상징과도 같은 곳입니다.

Kapelmuur의 의미는 성당의 벽으로, 꼭대기에는 성당이 있습니다.

SIrotti 사진.

reuters 사진

TdW 사진.

아침에 일어나 지용이와 얼른 갔다오기로 합니다.  면님은 오늘은 캠핑장에서 쉬기로 합니다.
유럽 구경도 하는 제 자전거

지용이의 자전거

면님의 자전거는 캐리어에 두고 갑니다.

잘 정돈된 벨기에의 칸테 클레어 캠핑장에서 출발합니다.

오늘도 기록을 위해 DSLR를 짊어지고 라이딩하는 강죵

아침 햇살이 따사로운게 정말 최고의 날씨였습니다.

뭔가 거칠지만 그래도 있어서 부러운 벨기에의 자전거'도로'
한국의 자전거 도로는 사실상 우레탄 조깅코스인 경우가 많지요.

뭔가 양조장인 듯한 곳도 지나고

가는 길목의 브라켈(Brakel)시를 지나니

헤라즈베르켄의 사거리에 도착합니다.

센트룸은 시내
그리고 그 밑에 Muur(벽)라고 써 있는 표지판 발견!

여긴 뮤르의 초반부인데, 마침 장날이라 매우 혼잡하고 사람도 많고 시장통이었습니다.
길을 잃어서 어버버 하는데 왠 벨기에 총각이 "니들 뮤르에 가니?"라고 하면서 길을 친절하게 알려주네요.

드디어 올라옵니다.
예상외로 힘들고 거친 길입니다.  특히 코펜베르그의 길보다 바닥이 더 험해 경사도는 조금 더 낮지만 좀더 까다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레이스의 최종 승부처인 만큼 선수들에겐 지옥의 길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헤라즈베르켄의 성당을 뒷편에서 찍은 사진.
일단 얼른 내려가서 다시 한번 헤매지 않고 한방에 잘 올라보기로 합니다. 

다시 한번 스타트 지점인 시내의 다리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니 왠 노부부 투어리스트 분들이 계셨습니다.  우리보고 뮤르 가냐고 물어보시더니...  우리도 간다! 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네요.

다시 한번 정ㅋ벅ㅋ

사이사이에 이빨 빠진 곳도 있고 돌도 굉장히 미끄럽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네요.

저기 위의 둔덕은 관중들이 하도 밟아놔서 울퉁불퉁-_-

벨기에 초딩들이 소풍을 나왔습니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RVV 패러디 샷.  지용이의 카메라로 둘이서 사진을 찍기로 합니다.
적절한 패러디 샷: 포풍젖산님의 작품
http://blog.naver.com/polkadot09/50114729349

아직도 꿈만 같네요.

성당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돌아갑니다.

돌아가다가 로타리 한군데서 길을 잘못 들었다가 한시간 이상을 헤매면서 완전히 앵꼬났다가 겨우 복귀했습니다 ㅠㅠ 이날은 지도를 가져오지 않아 현지인에게 물어봐도 다들 플레미쉬로 얘기해줘서 많이 고생했습니다.

칸테클레어 캠핑장.

일단 체크아웃 시간이 늦어서 나온 후, 조테헴(Zottegem)이라는 인근 마을로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조테헴 시내 풍경.

물론 여기에도 곳곳에 자전거들이...

점심은 조테헴의 젤베란트(Silverland)라는 곳에서 스파게티와 와플, 샐러드로 먹습니다.  나름 괜찮긴 했는데 입맛에 약간 맞지 않고 비쌌네요.

이렇게 벨기에의 코블 관광은 끝났습니다.  원래는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지대에 있는, 파리-루베(Paris-Roubaix)의 최대 난코스인 아르덴느 숲까지 보고 이동하려 했지만, 시간 관계상 포기하고 바로 프랑스 알프스로 내려가기로 합니다.

파리-루베 설명글 http://cafe.naver.com/cyclingproject/1832

아르덴느 숲은 이번 여행에서 못 볼 줄 알았는데 여행의 마지막에, 파리에서 독일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리게 됩니다.  추후에 소개하겠지만, 여기는 벨기에의 코블스톤과는 완전히 다른, 정말 차원이 다른 길입니다.

음산한 아르덴느의 숲과 참호길.
1차대전의 귀신들이 튀어나올 것 같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거칠고 솟아오른 돌길이 2.5km가량 끝없이 이어져 있는 곳입니다.

돌 하나하나가 상당히 솟아올라와 하나를 넘을 때마다 벽이 부딫히는 것과 같은 충격이 전해지며, 펑크와 낙차가 두려워 시속 20 이상으로 달리기가 힘들었습니다.

벨기에의 코블과 프랑스의 파베가 가장 다른 점은, 벨기에의 코블은 일반 승용차들도 매일 진입하며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길이라 부드럽게 다듬어져 있지만, 프랑스의 파리-루베 파베 구간은 농기계들도 쉽게 진입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닫은 길이라 뾰족하고 모난 돌들이 그대로 있습니다.  때문에 풀샥 MTB로도 쉽지 않은 듯한 그런 길이며, 로드 사이클로 시속 40km 이상을 내면 정말 엄청난 충격이 전해지는, 상상하기 힘든 길입니다.  사실 어느 정도 속도가 있으면 돌 사이사이를 떠다니기 때문에 천천히 다닐 때보다 흔들거림은 덜하지만, 자전거로 오는 충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아르덴느 숲은 여행기 막판에 다시 등장합니다.

네비가 오류난 화면.  경도와 위도 둘 중에 하나가 맛이 가서 가끔 영국에 있다거나 대서양에 있다거나 합니다-_-

일단 시간이 늦었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가는 길인 브뤼셀 근처의 까르푸를 들리기로 합니다.

바베큐 그릴 겟

마트에서 본 스푼.

정말 신기신기한 걸 많이 팔았지만, 아무렇게나 사면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다, 저희 3명 중 아무도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없는 관계로 조용히 맨날 먹는 파스타+고기+소세지+우유 등등만 사서 나옵니다.

숯, 빨래건조대, 바베큐 그릴 겟.

브뤼셀의 까르푸.

브뤼셀은 시민들이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려서 꽤나 더럽다고 하던데, 듣던대로 주차장 곳곳에 쓰레기가 날라댕깁니다-_-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는 8시가 넘어갑니다.

원래 일정은 룩셈부르크를 거쳐 스위스 방향으로 가는 거였지만, 늦은 관계로 가는 길에 있는 벨기에의 스퐁텡(Spontin)이란 마을의 캠핑장을 찾아 들어가기로 합니다.

뭔가 오래된 성, 건물들과 함께 꽤나 고즈넉한 마을입니다.

마을 입구에는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마을의 사람들을 추모하는 비가 서 있습니다.
이러한 성모마리아 상은 프랑스나 벨기에 곳곳에 서 있습니다.

스퐁탱 바로 옆의 듀흐날(Durnal)이라는 마을의 캠핑장에 들어갑니다.  10시 정도로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캠핑장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고 하룻밤을 무사히 지냅니다.  보통 7시~8시면 리셉션이 문을 닫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만약 캠핑장의 리셉션이 닫았다면, 일단 들어가서 자리를 잡아 두고, 다음날 아침에 리셉션에 가서 계산을 하면 됩니다.  보통 밤 11시까지는 정문을 닫지 않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간단히 파스타, 샐러드, 소세지 등으로 저녁을 마치고

이 동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인 유필러(Jupiler).  벨기에 마트에 가면 이 맥주가 가장 많이 쌓여 있고, 가장 많이들 집어 갑니다.  주유소 가도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유필러 6개들이 포장을 안고 유유히 걸어다니는 장면도 흔치 않게 목격합니다.   근데 도수가 좀 세서 금방 취합니다-_-

저녁 먹고 설거지 하고 얼른 잠자리로!

애초에 계획을 짤 때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하지만, 역시 막상 여행을 하다보니 생각치도 못한 변수나, 의외로 하나하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던가, 체력적인 한계가 와서 인지 많이 지체됩니다.

내일의 계획은 최대한 알프스에 일찍 도착해 쉬는 것입니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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