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재 선수, 캐나다 MTB 본고장에서 성장하다.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지난 3월 26 ~ 27일 구미에서 2022년 제1차 MTB 국가대표 선발 평가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주니어 부분에서 설인재 선수가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10년 전 정민혁 코치에게 산악자전거를 배우면서 그 매력에 빠졌고, 본격적인 선수가 되고자 캐나다 유학을 선택했던 어린 학생이었다. 그리고, 세계적인 산악자전거의 메카 중에 한 곳인 브리티시 컬러비아에서 공부를 한 후, 이번 시즌 국가대표의 꿈을 안고 돌아온 것이다.


UCI 주니어 카테고리, 설인재 선수입니다.


저는 현재 19살이고, 캐나다의 차지BC(Charge BC) 팀에서 UCI 주니어 카테고리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설인재입니다.

2012년 아버지와 함께 산악자전거를 처음 타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오르막 타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내리막을 내려가는 재미로 MTB의 매력을 느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자전거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해서, 아버지와 함께 경륜훈련원에서 운영하는 'MTB 아카데미'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정민혁 코치님의 이력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코치님에게 꼭 교육을 받아보고 싶었죠.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이렇게 행복하게 무언가를 한 적이 없었고, 그래서 꼭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나다의 차지BC XC 레이싱팀에 소속되어 활동 중이다.

2012년 처음으로 정민혁 코치에게 교육을 받았던 설인재 선수


정민혁 코치, 해외 유학 제안


(정민혁) 2012년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했던 MTB 아카데미를 담당할 때 설인재 선수가 아버지와 함께 교육에 참여했었습니다. 좀 왜소한 체격의 초등 2학년의 아이였는데, 워낙 MTB를 좋아해서 그 후로도 심도있는 교육을 원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 간 주기적으로 교육을 하다가 이 친구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선수 생활을 했고, 우리나라 환경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진정으로 하려는 친구가 있다면 해외에서 훈련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어렵지만 큰 결정이 필요하다고 해외 유학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정민혁 코치는 해외 유학에 대해 제안하게 된다.


산악자전거를 매개체로 더 쉬워진 캐나다 적응


부모님께서 캐나다의 MTB 코치부터 학교까지 상세하게 알아봐주셨고,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혼자서 캐나다를 향해 떠났습니다.
처음에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언어의 장벽이었습니다. 일상 생활 뿐 아니라 학교 수업도 모두 영어로 해야 했기 때문에 혼자서 적응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공부만 하러 간 것과 달리 산악자전거를 배우는 것을 병행했기 때문에, 산악자전거라는 매개체를 통해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훨씬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빠르게 학교생활까지 적응할 수 있었고, 올해는 UBC(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캐나다 상위 3위 안에 들어가는 명문)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는 대학 입학을 위해 단순하게 공부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외에 다른 장점들을 크게 보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산악자전거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저에게도 그런 점이 좋은 평가가 된 것 같습니다.

산악자전거 선수로의 성장에 이어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 입학하게 된 설인재 선수
"산악자전거가 적응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고민


캐나다에 가자마자 3일 만에 동네 시합을 뛸 수 있었습니다. 그때가 거의 시즌이 끝나는 시점이어서, 그 후로는 겨울 내내 훈련하고 다음 시즌을 겨우 적응하여 뛰었는데, 그 다음 해에는 COVID-19 팬데믹으로 캐나다에도 시합이 거의 다 취소된 것이죠.
이제 캐나다에서 적응을 거의 잘 해냈는데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훈련을 해야 할지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자전거 대회가 역시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캐나다에 있기로 결정했고, 그 대신 조금 더 여유있어진 시간을 이용해 공부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시간도 이번에 UBC 입학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고, 대학에서는 '운동역학'을 전공으로 공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학적인 부분에 더 관심이 많은 편이고, 그 분야로 지식을 확장하여 선수로의 성공 뿐 아니라 전문가로서도 인정을 받고 싶습니다. 


트레일을 중심으로 한 캐나다의 커뮤니티


우리나라와 캐나다 산악자전거 문화의 가장 큰 차이점 중에 하나는 트레일을 중심으로 하는 라이더들의 커뮤니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만들어진 코스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라이딩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캐나다는 커뮤니티를 통해 트레일을 개발하고 관리하면서 나라의 지원도 받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트레일을 중심으로 라이더들의 커뮤니티가 더 잘 운영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저는 XC 선수지만, 다양한 산악자전거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다운힐과 엔듀로 라이딩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거주하는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는 이런 환경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곳이어서 정말 좋습니다.

완벽한 MTB 인프라를 갖춘 캐나다의 환경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


오는 10월 우리나라에서 UCI MTB 아시안챔피언십 대회가 열립니다. 그래서, 그 대회에 주니어 국가대표로 꼭 참여하고 싶어서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차 선발전은 구미에서 열렸는데, 예상과 달리 코스의 난이도가 매우 높아서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존 대회들은 임도 수준의 코스가 많아서 체력적인 요소가 주요했는데, 구미 코스는 80% 정도가 싱글트랙에고 다운힐도 타이트하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시합에서 우리나라의 선수들은 체력이 정말 좋았고, 테크닉에 있어서도 이전에 경험했던 것에 비해 확실히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코스와 같은 자연적인 지형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라이딩을 즐겼고, 2위와는 2분 정도의 차이로 우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달 열리는 2차 선발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어 꼭 국가대표가 되고 싶습니다.

아시안챔피언십 대회 전에 월드챔피언십 대회도 열리게 됩니다. 국가대표가 된다면 월드챔피언십 대회도 참가하고, 캐나다컵 대회 등을 통해 UCI 포인트를 높이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

정민혁 코치와 함께 출전한 1차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어려서 배우는 테크닉의 차이


선수로서 체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저는 고통을 즐기는 편이다 보니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려서 테크닉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는 캐나다 선수들은 정말 좋은 환경에 살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저도 제법 빠르게 산악자전거 스킬을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이곳 아이들은 10살도 되기 전에 큰 점프와 드롭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합니다.
제가 캐나다에 갔던 12살 정도의 나이라면, 갭 점프와 빅 드롭 등 고난이도 MTB 스킬을 펼칠 수 있는 아이들이 캐나다에서는 일반적인 수준입니다.

캐나다는 어려서부터 스킬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다.

설인재 선수의 목표를 응원한다!

"개인적으로 자전거 뿐 아니라 다른 부분도 함께 배우면서 밸런스가 맞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의 자질을 갖고 있더라도 꼭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듯이, 저는 공부도 열심히 해서 스포츠 분야에서 전공에 맞는 다양한 기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며 설인재 선수와 19살 답지 않은 성숙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경험이 거의 없는 산악자전거 해외 유학을 나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설인재 선수를 보며, 어쩌면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이 될 수 있는 미래를 본 것 같은 인터뷰였다.

설인재 선수의 건강한 활동과 국가대표로의 목표가 올해 꼭 이루어지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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