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CT 스튜디오, 서울에서 사이클링 의류를 시작하다.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사진 : 박창민 편집장, VLCT 제공

이번 시즌에 사이클링과 의류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서울에서 새롭게 시작한 브랜드 VLCT Studios(이하 VLCT)가 런칭되었다. 스피드에 열광하고 도심 라이딩의 매력을 좋아하는 이제경 대표를 남산 중턱에 있는 '유어페이스'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사이클링과 도시, 그리고 VLCT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로 서울의 이른 아침을 함께 시작했다.


서울에서 사이클링 의류 브랜드를 시작?


저는 첫 직장부터 의류 브랜드에서 일을 해 왔어요. 대략 25년 정도 되었는데, 필라, 데상트, 스파이더 등의 브랜드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석사박사 공부를 했는데, 스위스에서 석사 과정을 하며, 'Brand Authenticity(브랜드 진실성/신뢰성)'라는 것을 연구했습니다.

그걸 공부하면서, 정말 진실성을 가진 좋은 브랜드가 롱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확산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기존처럼 브랜드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보를 통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서로 경험을 공유하면서 소비로 연결되는 시점이 되었다고 봅니다.
그만큼, 브랜드와 소비자 경험의 연결성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죠.

어쨌든, 저는 이런 공부를 하면서, 지금까지 해외 브랜드의 일만 해 왔는데, 이제는 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최근의 흐름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되어, VLCT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스파이더의 첫 사이클링 의류


자전거는 워낙 좋아해서 많이 타는 편이었고, 이전 회사였던 스파이더에서 사이클링 의류를 처음 시도해 보았습니다. 전에는 스파이더에 사이클링 의류가 없었기 때문에, 제가 처음 시작한 것이었지만, 스포츠 브랜드 의류를 계속 해 왔기에 큰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사이클링 의류가 다른 스포츠 의류와 크게 다른 점이 있어요. 일반 스포츠 의류는 스포츠를 할 때보다 안 할 때 입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사이클링 의류는 100% 자전거를 탈 때만 입는 옷이라는 점이죠.
그러니까, 사이클링 의류에서 '퍼포먼스'는 다른 어떤 스포츠 의류보다 예민합니다. 패션이라는 개념보다 사이클링 용품이라는 개념이 더욱 강하다고 봐야 되는 거죠.

스파이더에서 사이클링 의류를 만들 때는 제가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퍼포먼스라는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VLCT는 제가 직접 다 할 수 있으니까, 조금 힘은 더 들겠지만, 더 재미있고 더 만족스러운 제품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되었죠.


경험 중심의 사이클링 의류 산업


사이클링 의류 산업을 보면 대기업 브랜드가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저도 대기업에서 일을 해 봤지만, 그들의 발상은 손익계산서에서 시작을 하거든요. 그런데, 사이클링 의류는 4~5년 만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되기 어렵습니다.
매스미디어에 광고를 크게 넣기에도 일상복으로 활용할 수 없어서 성장에 한계가 있고, 소비자들이 매우 경험 중심으로 확산되는 산업이라는 특징을 가집니다.
그런 부분에서, 사이클링 의류는 제가 공부한 것들과 잘 맞았고, 시장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정말 진정성을 가진 접근을 하면 오히려 진입 장벽이 낮은 산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스피드에 열광하는 VLCT


브랜드 이름에 대해 엄청 많이 생각했습니다.
저는 10여 년 전에 로드바이크를 처음 타면서, 그 매력을 바로 느끼게 된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그 당시 카본 로드바이크를 타고 한강을 나갔는데, 제가 기존에 알던 자전거와는 완전 다른 거죠. 스키를 타는 것도 정말 좋아하는데, 그 매력은 '속도' 때문이거든요. 로드바이크를 타고 처음 나갔을 때 느껴지는 그 속도감이 저는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 스피드와 연관된 브랜드 이름을 지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속도를 의미하는 'velocity'를 브랜드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 결과 'VLCT Studios'라는 이름이 만들어졌죠.

브랜드가 스피드를 의미하는데, 라이딩 중에 펄럭이고 그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지난 가을부터 상품 개발을 시작했는데, 겨울에도 반팔과 빕숏을 입고 피팅을 했었습니다. 아마, 피팅 테스트를 하던 제 모습을 봤던 분들은 미친 놈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서울 도시 문화 속 사이클링


사이클링이라는 것이 알프스와 산 속을 달리는 것도 정말 좋지만, 도심을 담은 모습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도시 문화와 어울리는 디자인과 스타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난 주부터는 서울 시내에서 자전거가 만나는 매력, 이런 것들을 촬영하면서 그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자전거 의류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VLCT의 첫 오프라인 매장을 서울 한가운데 있는 '유어페이스(Your Pace)' 카페로 하게 된 것입니다. 도심 한복판에 남산이라는 사이클링 문화가 있고,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커피와 자전거 문화를 만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의류 개발 시 신경 쓰는 부분?


자전거를 직접 타는 사람으로서, 빕숏의 패드 품질과 위치 등은 무척 중요했습니다. 직접 라이딩 테스트를 하면서, 장거리에도 불편하지 않은지 확인했고, 봉재선이나 밴드가 오래 입고 있어도 괜찮은 지 등을 많이 신경 썼습니다.
그리고, 원단 선택도 쉽지 않았는데, 서울체고 선수들이 피팅을 한 후에 빕숏의 어깨 밴드부터 디테일한 부분까지 꽤 만족스러워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라이더가 입었을 때 피팅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옷을 입었을 때 잘 맞고 라이딩 시 불편하지 않으면서 퍼포먼스가 좋아야 합니다. 그래서, 개발 당시에 패턴 수정을 많이 했어요.
테스트는 제가 많이 진행하기도 하는데, 땀이 많은 편이어서, 땀이 날 때도 쾌적함을 유지하기 위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에도 큰 중점을 두었습니다.


친환경 소재의 활용


저는 웬만하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편이지만, 맑은 날씨에 차를 가지고 출근하면 뭔가 죄 짓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 때는 꼭 친환경 소재를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전에 회사에 다닐 때는 비용과 다양성 등의 문제 때문에 친환경 소재 활용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제가 하면 되니까 불편해도 친환경 소재를 선택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친환경 소재는 같은 품질로 본다면 약간 더 비싼 경우도 많고, 다양하지 않아서 선택의 폭도 넓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 출시한 옷들은 피부에 닿는 촉감부터 라이딩 품질 등을 보았을 때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탄소저감 마일리지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서 지금 코딩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분들이 저희 브랜드의 VIP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라이딩 이력을 통한 마일리지 적립으로 의류를 구매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라이더와의 경험 공유


VLCT 출시에 이어 앞서 이야기한 탄소저감 마일리지 프로젝트를 빨리 시행하려고 합니다. 그것을 통해 서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커뮤니티 라이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매우 수요일 밤마다 'AfterShift'라는 타이틀로 라이딩을 하려고 합니다. 낮에 열심히 일했고, 저녁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위로하는 시간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또, 라이더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일반 라이더들의 스토리를 사진과 함께 콘텐츠로 공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사람들이 자전거의 매력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보고 있거나 일 생각 밖에 안 하다가, 자전거를 타는 시간은 라이딩에 집중한다는 것이죠. 잠깐이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가 'AfterShift' 커뮤니티 라이딩 이름이 만들어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커뮤니티 라이딩을 참가하기 위해서는 Strava에서 'VLCT AFTERSHIFT' 클럽을 찾아서 가입하시면 됩니다.

지금은 라이더들에게 '좀 다른 생각을 하는 브랜드도 있구나'라는 것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워낙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달된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흔들리지 않고 진실성을 가지고 있다면 소비자들도 금방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페 유어페이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곳은 자전거 친화적인 카페, 유어페이스(Your Pace)였다. 남산 라이딩의 다운힐이 끝난 남산도서관 근처에 위치한 카페 유어페이스는 커피와 간단한 브런치 스타일의 간식에 진심인 이윤재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아침 6시 30분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운영되어, 새벽과 야간 남산 라이딩 후 방문할 수 있는 장소가 될 듯 하다.

남산 다운힐이 끝나는 지점에서 한 골목 안쪽에 위치한 카페 유어페이스.
자전거 친화적인 환경과 맛있는 커피, 자전거 의류 등을 만날 수 있다.


관련 웹사이트
VLCT Studios : https://vlctstudi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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