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그래블 한바퀴, 고종시마실길&모래재&곰티재
에디터 : 김수기 기자
사진 : 김수기 기자

자태기를 겪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글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자전거 타는 것이 권태로울 뿐만 아니라 준비해서 나가는 것 자체도 귀찮아져서 자전거를 접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자전거와 용부품을 살만큼 사봤고, 어지간한 유명 코스나 업힐은 거의 가본 경우이거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라이딩 코스에 질려서 일 수 있다.
자전거 입문 때의 열정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그 열정을 되살리고 싶다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다. 일단 자신의 자전거와 다른 장르의 자전거를 타거나 새로운 코스에 도전하는 것이 자태기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E-그래블로 힐링 라이딩


로드바이크로 라이딩을 하다 보면 포장상태가 좋지 않아 숏컷 코스를 돌아가거나 멋진 풍경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래블이나 MTB로 왔으면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고종시마실길과 곰티재는 비포장 도로여서 로드바이크는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MTB와 그래블 중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균형 있게 즐길 수 있는 그래블 바이크를 선택했고, 오프로드 업힐을 위해 전기자전거인 자이언트 리볼트 E+로 코스를 답사했다. 업힐에서 줄인 시간과 체력으로 여유로운 라이딩을 만끽하기 위함이었고, 결론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출발지는 완주군 송광사(완주군 소양면 송광수만로 255-16)이며, 철따라 벚꽃과 연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순천에 있는 송광사와 한자까지 똑같으니 찾아갈 때에 내비게이션 검색 결과를 잘 보고 선택하지 않으면 순천으로 갈 수 있다.
전체 경로는 8자 모양을 그리는 순환코스이고, 완주군과 진안군에 걸쳐 있다. 전체 경로는 66km, 상승고도는 1,465m이며, 비포장구간은 약 18km이다.

고종시마실길과 모래재, 곰티재 코스는 65.5km 거리에 상승고도는 1,465m이다. 코스 중 비포장코스는 18km이다.

코스 파일 다운로드 : https://www.bikem.co.kr/article/read.php?num=14286

출발지는 "완주" 송광사이다.

송광사는 초입에 있는 벚꽃길과 측면에 있는 연꽃밭으로 봄과 여름에 멋진 경관을 볼 수 있다.

송광사 대웅전에는 나라에 나쁜 일이 생기면 땀을 흘리는 불상이 있다는데 닫혀 있어 다음 기회에 보기로.


곶감이 익어가는 고종시마실길


송광사에서 출발해 위봉사로 향한다. 위봉사를 가기 전에 오성제와 위봉산성을 지나치는데, 위봉산성은 유사시에 태조 어진(초상화)과 위패를 전주에서 옮기기 위한 곳으로 지금은 일부만 남아있다.
뚝방길에 홀로 서있는 소나무가 운치있는 오성제와 아치형태의 석문만 남아 황량한 위봉산성은 BTS가 다녀간 '완주 BTS 힐링 성지' 중에 하나다.
오성제 길건너편에 아원고택이 있는 오성한옥마을도 둘러볼 만 하다.

위봉사를 잠깐 들렸다가 위봉터널을 지나면 위봉폭포로 가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통해 자전거를 들고 내려가 위봉폭포를 보고나서 고종시마실길로 진입해도 되고, 전망대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고종시마실길로 진입할 수 있는 임도 입구가 있다.   
고종시마실길은 동상면의 고종시를 테마로 해서 만들어진 전북 천리길 중의 둘레길이며, 위봉산성-시향정-학동마을까지의 11.5km의 1코스와 학동마을-대부산재-거인마을까지의 6.5km 2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고종시는 감의 한 품종으로 씨가 없고, 맛이 달며, 동상면에서 전통방식으로 곶감을 만들어 명성이 자자하다. 고종시는 그 맛이 기가 막혀 고종황제에게 진상되어 고종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라니 진영단감만 알고 있던 필자에게 새로운 맛의 세계에 눈을 떴다.

송광사 앞의 슈퍼에서 오성제까지 약 업힐로 시작한다.

오성제는 소나무가 있는 풍경으로 운치가 있고, 길 건너편에 오성한옥마을이 있으니 둘러보기를 권한다.

오성제 부근부터 위봉산성까지는 7~9% 내외로 꾸준히 이어지는 업힐이다.

위봉산성은 업힐 정상 직전 왼쪽편에 있다.

태조 어진 피난처였던 위봉산성은 BTS 힐링 성지로 인증샷 스팟이다.

위봉마을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우회전하면 위봉사 주차장으로 이어진다.

위봉사.

위봉터널을 내려오면 위봉폭포로 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으로 내려가면 폭포를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고, 마실길로 바로 이어진다.

계단 들바가 귀찮다면 조금 더 내려가 임도 입구로 진입해 마실길로 들어갈 수 있다.

왼쪽길이 송곳재, 시향정 방향인 마실길이고, 오른쪽길은 위봉폭포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또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의 다리를 건너서 임도 진입로로 향한다.

마실길 1코스 업힐은 지난 폭우로 인해 노면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E-그래블의 도움으로 편안하게 올라왔다.

1코스 정상에 있는 시향정.

고종시마실길 인증 스탬프는 역시 고종시가 주인공이다.

1코스 다운힐은 업힐보다 노면 상태가 좋았지만 포장 구간의 배수로가 주기적으로 나오니 감속해서 통과한다.

고종시마실길 1코스 비포장 구간이 끝나면 다자미 마을로 진입한다.

다자미(多子美)마을은 다산의 마을이면서 아들을 많이 낳아서 붙은 지명이다.

다자미마을 아랫동네인 학동마을의 느티나무 보호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고종시마실길 2코스는 보호수를 지나 4시방향으로 우회전해서 다리를 건너간다.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굽은길로 들어서면 고종시마실길 2코스 시작구간이다.
2코스 업힐은 거리 2.58km, 평균경사도는 10.1%이다.

1코스보다 돌이 적어 편하게 경치를 둘러보다 속도계를 보니 경사도가 10~13%였다.
리볼트 E+가 아니었다면 경치는 꿈도 못 꿀 듯.

작은 산사태로 돌이 쓸려 내려온 구간.

마실길 2코스 정상인 대부산재에 작은 쉼터가 있다.

급경사 구간은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으나 낙엽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고종시마실길 2코스까지 완주하고 나니 로드 탈 때와는 다른 긴장감과 노면 진동으로 근육통이 장난이 아니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모래재


고종시마실길을 마치고 55번 지방도를 따라 약오르막길에서 율치(1.44km, 6.2%)라는 고개를 넘는다. 율치 아래에 있는 화심삼거리에서 진안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모래재로 향한다. 교차로 부근에 편의점과 순두부찌개 식당 등이 모여 있다.
전진로에서 모래재로 분기하는 작은 도로로 진입하면 모래재와 곰티재 입구가 나오는데, 모래재를 먼저 오르니 왼쪽 도로로 향한다. 

모래재는 전주와 진안을 연결하는 도로이지만 새도로와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차량통행이 적어졌으나 굴곡이 있는 도로와 약 내리막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로 사진을 찍으러 오는 이가 많은 명소다.
모래재는 4.6km 거리에 평균경사도는 5.9%로 급경사가 없어 이화령이나 구룡령처럼 꾸준히 올라가면 된다. 진안 방향의 다운힐은 3% 경사도로 완만하며, 업힐과 다르게 굴곡없이 쭉 뻗어 있어 가슴이 시원하게 뚫린다. 다운힐에 있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인증샷을 찍지 않고 배길 수 없는 매력이 있고, 특히 가로수길 옆의 황금 들녘은 가을 풍경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고종시마실길 종점은 크고 어진 인물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명이 지어진 거인(巨仁) 마을이다.
근처 묵계마을에 은행나무 숲이 있다고 하니 가을이 깊어질 때 찾아가 볼 만한 포인트이다. 

1~3%의 약오르막을 오르다 만경강발원지인 밤티마을부터 율치 업힐이 시작된다.

소양면과 동상면 경계인 율치 정상.

화심삼거리에서 진안 방면으로 좌회전.

편의점, 식당 등이 모여 있는 화심교차로를 지나서 우측으로 빠지는 길로 간다.

모래재와 곰티재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길이 모래재 방향이다.

급경사가 없고, 그늘이 많아서 기분좋게 올라갈 수 있는 모래재 업힐.

오른쪽으로 갑자기 시야가 트이는 구간에서 모래재 정상인 모래재 터널이 보인다.

완만한 경사의 첫번째 헤어핀 구간에 오면 정상까지 1km가 남았다.

모래재 터널.

곰티재를 내려와 화심교차로까지 가게가 없으니 모래재휴게소에서 화장실과 보급을 해결한다.

진안은 무주-진안-장수(무진장)에 걸쳐 있는 고원지역이어서 오른 것에 비해 다운힐 경사도(3%대)가 낮다.

다운힐하자마자 나타나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직접 보니 모래재를 왜 이제 왔나 후회가 된다.


비포장 힐링 업힐, 곰티재


모래재를 내려와 벌떼가든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곰티재이다. 곰티재는 진안에서 오르게 되면 4.2km 거리에 2.5% 평균경사도의 완만한 업힐이다.
곰티재도 모래재처럼 전주와 진안을 이어주며, 신정저수지부터 신천마을까지 비포장 구간이다. 로드바이크로 주행하기 쉽지 않지만 타이어가 넓으면 갈 수 있을 만큼 노면 상태가 나쁘지 않다. 
곰티재는 임진왜란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정상 부근에 웅치전적비가 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지만 통행이 거의 없고, 4km가 넘는 한적한 숲길의 다운힐을 전세 내어 달리는 기분은 달려본 사람만 알 것이다. 고종시마실길의 비포장 구간이 어드벤처 스타일이라면, 곰티재는 힐링 투어 스타일이다.

곰티재를 내려오면 화심교차로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해월교차로에서 소양 방면으로 빠져나와 송광사로 돌아가면 코스가 마무리된다.

모래재를 내려와 벌떼가든에서 우회전하면 곰티재로 향한다.

신정저수지까지 약오르막을 오른다.

신정저수지부터 비포장이 시작되는데 고종시마실길에 비하면 곰티재길은 신작로다.

저수지 끄트머리에서 오른쪽길.

곰티재 업힐은 금방 끝이 나며, 정상에 웅치전적비가 있다.

웅치(곰치)전투는 임진왜란 후반부의 승기를 잡게 된 터닝포인트이다.

비포장 다운힐이 4km 남짓 이어진다.

즐겁게 내려오다가 갑자기 사일런트힐 BGM이 어울리는 건물이 몇개 등장한다.

폐건물을 지나면 곧 곰티재 비포장 구간이 끝나고, 신촌마을이 나온다.

모래재와 곰티재 분기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화심교차로에서 전주 방향으로 전진로를 계속 직진한다.

해월1교차로에서 소양 방면으로 진출한다.

전북체고와 마수교를 지나 우회전한다.

송광사 진입로에 있는 벚나무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 벛꽃엔딩은 내년 봄으로 미뤄본다.


가을에 어울리는 그래블 투어 코스


고종시마실길은 감이라는 테마로 만들어진 코스로 가을이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코스다. 서울에서 3시간 걸리는 이동시간을 투자할 만큼 충만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또 모래재와 곰티재는 온화한 업힐과 힐링 다운힐로 누군가와 함께 달려보고 싶은 길이다.

그래블 코스로 소개한 이번 코스는 송광사-위봉산성-율치-모래재-소태정(보룡재)-송광사로 코스를 약간 손보면 온로드 코스로 만들어진다. 1박2일 일정으로 진안 용담호와 마이산 등이 포함된 진안 그란폰도 코스를 함께 돌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오성제 가는 길에 커버 사진으로 괜찮다 싶은 돌담길에서 막 떨어진 홍시 2개 흡입.

위봉마을 입구에서 인생 홍시맛을 알려준 홍시.

고종시마실길 입구에서 만난 고종시. 홍시가 된 고종시는 단맛이 덜했는데 곶감으로 먹어야 제맛이란다.

다자미마을의 할머니가 내어주신 홍시와 으름.
바나나 먹듯이 으름을 씹었더니 씨의 떫은 맛이 마실길 2코스가 끝날 때까지 가시지가 않았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강아지도 감을 즐길 줄 안다.

화심은 순두부로 유명해 순두부 식당이 모여 있다.

후식으로 콩도넛과 콩가루 아이스크림으로 고소함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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