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그래블 한바퀴, 영양 외씨버선길에서 치유받는 라이딩
에디터 : 김수기 기자

완주 고종시마실실과 진안 모래재, 곰티재를 찾아보면서 나온 키워드는 '오지'였다. 전북의 무주, 진안, 장수를 합친 무진장은 남부지방에 보기 힘든 고원지형으로 철도가 없다는 설명과 함께 무진장과 비슷한 곳이 경북에도 있다는 추가 멘트가 있었다. 그곳은 봉화군(B), 영양군(Y), 청송군(C)으로 줄여서 BYC라고 부른다.
BYC는 인구밀도가 국내에서 최하위권인 지역이고, 그 중에 영양군은 신호등조차 몇개 없고, 왕복 4차로 도로가 없는 지역이다. 영양은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1시간 넘게 국도를 달려야 갈 수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스트라바 히트맵에서도 어둡게 표시되어 있을 만큼 찾는 라이더가 적다.
BYC는 지역활성화를 위해 산길과 마을길을 이은 외씨버선길을 만들었는데, 라이더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숨은 라이딩 명소가 있다. 바로 영양군의 외씨버선길 7길인데 빽빽히 들어선 낙엽송 숲길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지친 심신을 치유한다. 
'치유의 길'이라는 별명을 얻은 외씨버선길 7길로 가을을 만끽하고, 그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보자.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이번에 소개할 그래블 코스는 외씨버선길 7길인 '치유의길'과 봉화연결길, 두음리 일대의 임도다. 
외씨버선길은 청송, 영양, 봉화, 영월 4개군(합쳐서 BY2C라고도 부름)에서 만든 산길과 마을길을 이어 놓은 길이며, 조지훈 시인의 승무('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에서 이름을 따왔다. 
외씨버선길은 13개 테마길과 2개의 연결길로 구성되어 총길이는 244km이다. 참고로 조지훈 시인의 고향은 영양이며, 6길은 조지훈문학길로 조지훈문학관에서 끝이 난다. 

외씨버선길 7길과 봉화연결길의 그래블 코스는 마을길과 포장된 숲길, 임도가 섞여 있으며, 노면 컨디션이 좋아 그래블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외씨버선길 홈페이지: http://www.beosun.com/

외씨버선길은 안내표지판과 리본 등으로 길안내가 잘 되어 있다.

영양군 그래블 코스: 거리 79km, 상승고도 1,600m
자생화공원 - 외씨버선길 7길 - 일월산 - 봉화연결길 - 분천역 - 두음교 - 두음리 - 남회룡2교 - 영양터널 - 자생화공원

코스 GPS 파일 다운로드 : https://www.bikem.co.kr/article/read.php?num=14320


외씨버선길 7길, 일월산


외씨버선길 7길은 일월자생화공원에서 대티골을 지나 우련전에서 끝이 난다. 일월자생화공원은 일제시대에 일월산 자락의 용화광산에서 채굴한 광물을 골라내던 선광장 자리다. 해방후에도 운영됐지만 지금은 토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매립하고 공원이 조성됐다. 

공원을 출발해 대티골마을 중간쯤에 있는 아름다운숲길로 임도에 들어선다. 이제부터 일월산까지 계속 업힐이고, 임도 구간은 4.3km이다. 31번국도가 새로 뚫리면서 비포장상태로 남겨진 치유의길은 옛이정표가 이곳이 도로였음을 알려준다. 
우련전 방향으로 진행하다 포장도로를 만나면 일월산으로 방향을 튼다. 포장도로는 영양터널 북쪽 입구(우련전)에서 시작해 일월산까지 이어져 무속인, 군인, 관광객 등 차량 통행이 없진 않다.
참고로 공이재삼거리에서 일월산까지 업힐 코스(31번 국도와 포장임도)가 존재하는데, 거리는 17km, 상승고도는 1,050m, 평균경사도는 4.9%로 진고개 하위호환급 업힐이다.

일월산은 일자봉과 월자봉이 있는데 해와 달을 가장 먼저 본다 하여 일월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월산 정상 부근에 황씨부인 사당과 KBS 중계소, 군부대가 있고, 일월산 정상은 등산로를 따라 1.5km 더 가야 한다. 
치유의길을 가다보면 황씨부인과 관련된 사당과 절이 많은데, 무속인들에게 성지라고 한다. 황씨부인과 관련된 설화는 다양한 버전이 있고, 공통된 내용은 신혼 첫날밤에 나뭇잎 그림자를 칼 그림자로 착각한 신랑이 도망갔다는 내용이다. 나중에 자기의 실수를 착각해 돌아와 잘못을 빌고 황씨부인과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 엔딩과 원한에 사무쳐 죽은 황씨부인을 지극정성으로 혼령을 위로했다는 새드 엔딩이 있다. 

출발지는 일월자생화공원 (화장실, 주차장 이용가능)

일제시대부터 광복후까지 선광장이었지만 현재는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영양군은 가을이 한창이다. (11월 1일 현재 상황)
참고로 영양군의 주도로인 31번 국도는 기장에서 시작해 양구에서 끝나는데, 설악그란폰도가 열리는 상남면을 지난다.  

자생화공원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대티골 마을로 향한다.

31번국도를 조금 오르면 바로 마을길이 보인다.

마을에서 숲길로 오를 수 있는 갈림길. 바로 앞에 버선 돌담이 있다.

7길의 숲속길은 흙길, 낙엽길, 돌길이 뒤섞여 있고, 거리는 약 4.3km이다.

오두막 쉼터가 2군데 있고, 2번째 쉼터에서 조금 더 가면 옛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옛국도 31호선은 일제시대엔 광물, 1960년대엔 목재 이동경로로 활용됐다.

숲길은 갈림길이 몇번 나오지만 포장도로가 나오기 전까지 우련전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외씨버선길 리본만 따라가도 길을 잃을 이유가 없다.

임도를 나와 포장도로를 만나면 일월산 황씨부인당 방향으로 진행한다.

일월재에서 8시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직진하면 봉화터널로 내려간다.
 진고개급 업힐인 일월산 코스 (공이재삼거리 - 봉화터널 아래의 국유림 간판에서 우회전 - 일월재 - 일월산)

업힐 막바지에 다다르면 저멀리 오른쪽 정상에 군부대 건물이 보인다.

황씨부인 설화가 있는 일월산은 영험하다 하여 신내림 명소라고 한다.

일월산 업힐은 여기서 끝나며, 정상 전망대는 산길따라 1.5km를 더 올라야 한다. (화장실 이용가능)


힐링 다운힐, 봉화연결길


일월산 정상에서 치유의길의 종점인 우련전까지 다운힐이며, 차량 통행이 간혹 있으니 주의한다. 
다운힐 중간에 밭을 지나고 나면 치유의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낙엽송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풍경에 '이곳에 오길 잘했어'라는 생각 뿐이다. 파란 가을하늘과 노란 낙엽송을 혼자만 즐기기에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2km 남짓의 힐링로드를 내려와 7길의 종점인 우련전부터 봉화연결길(낙동정맥트레일 3코스)을 이용해 분천리로 이동한다. 남회룡로를 따라 남회룡1교까지 다운힐이며, 이곳은 통화권이탈 아이콘을 볼 수 있는 오지다. 남회룡1교 왼쪽으로 봉화연결길 안내표지판이 있고, 절 입구까지 포장도로로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봉화연결길의 임도는 사거리와 삼거리를 지나가는데 코스 안내가 잘 되어 있어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임도를 내려오면 여우천길의 포장도로를 따라 분천리로 향한다. 
봉화연결길은 영동선 분천역에서 끝나며, 분천리에 들어서면 반가울 얼굴이 반겨준다. 분천마을은 산타마을로 조성되어 있어 사시사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분천마을에 식당과 커피숍, 작은 점빵이 있다. 
분천역은 백두대간협곡열차와 동해산타열차가 운행되고 있어 동행선을 따라 백두대간관광이 가능하다.

 일월재로 내려와 외씨버선길 7길 다운힐로 들어서면 치유의길이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알 수 있다.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낙엽송 힐링로드.

외씨버선길 7길의 종점인 우련전은 영양터널 입구에 있다.

우련전에서 직진하면 봉화연결길이다. 왼쪽은 봉화터널이고, 오른쪽은 영양터널이다.

봉화연결길은 낙동정맥트레일과 동일한 코스이다.

남회룡로를 따라가면 통화권이탈이 될 정도로 오지이다. 보급 및 정비 공구를 잘 챙겨야 한다.

남회룡1교 왼쪽 언덕길로 올라간다.

절 입구까지는 포장이 되어 있고, 여기서부터 임도 업힐이다.

봉화연결길 임도도 갈림길이 2군데 있지만 리본만 따라가면 안심이다.

자작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면 임도가 거의 끝나간다고 보면 된다.

과속방지턱 주의.

분천역으로 가는 길은 사진의 첫번째 삼거리가 아닌 다음 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사시사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분천산타마을.

분천역 앞에 작은 점빵과 식당, 커피숍이 있다.

분천역.

왜 여기에 알파카가?

분천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위해 지붕을 빨갛게 칠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제 분천리에서 분천터널과 현동3교차로에서 빠져나와 굽이굽이 도는 낙동강을 따라 두음교까지 남하한다. 두음교에서 우회전하면 31번 국도로 이어지고, 봉화터널을 통과해 자생화공원으로 갈 수 있다.
두음교에서 직진해 두음리로 가면 죽미산과 제비산, 장군봉에 널려 있는 임도를 이용할 수 있다. 소개하는 코스는 두음리 마을 끝자락에 있는 임도를 이용해 봉화연결길을 만나도록 설계했다. 봉화연결길의 첫번째 갈림길로 들어서서 남회룡리로 역방향 다운힐 후에 우련전과 영양터널을 지나 자생화공원으로 복귀한다.

일월산 아래에 검마산이 있는데 죽파리자작나무숲길도 숨겨진 비경이니 외씨버선길 7길을 일주하고, 봉화연결길이 아닌 죽파리로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분천마을에서 사진의 고가도로인 소천로로 진입해 분천터널을 통과한다.

현동3교차로에서 소천으로 빠진다.

영주 방향으로 직진.

현동터널 바로 앞에서 왼쪽 샛길로 진행.

시멘트 공장의 짧은 업힐.

낙동강을 따라 두음교까지 직진.

두음교에서 직진하면 두음리로 올라가고, 두음교를 건너가면 31번 국도로 진입한다.

두음리는 죽미산과 제비산, 장군봉 골짜기에 자리잡은 동네로 연결된 임도길이 많다.

작고 아담한 소천초등학교 두음분교장.

두음리 거의 끄트머리 쯤에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임도로 진입한다. 이 임도는 봉화연결길과 이어진다.

위에 등장한 봉화연결길의 첫번째 갈림길이고, 남회룡리로 내려간다.

남회룡로를 거슬러 올라와 우련전 입구까지 오면 시원한 다운힐로 이번 라이딩이 끝난다.

영양터널을 나온 후의 다운힐은 헤어핀 구간으로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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