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모뜨 대회, 생지옥이 따로 없다.
에디터 : 이경훈

라 마모뜨(La Marmotte)의 날이 밝았습니다.


마모뜨가 무엇이냐?  바로 알프스에 사는 설치류 입니다.  고산지대에서 땅굴파고 활동하는 녀석이라고 하네요.  이 마모트는 알프듀에즈의 마스코트로, 곳곳에 붉은색 마모트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알프듀에즈는 개발이 많이 된 곳이라 실제로 보기는 힘들고, 트레킹이나 산악자전거를 타고 방황하다보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알프듀에즈의 로고.  마모트가 있습니다.  릴 오 솔레이(L'ile au soleil)는 태양의 섬이라는 의미로, 실제로 부르 드와장 부근은 일년 내내 날씨가 좋은 편이며 일조량이 상당히 많아 사람이 살기 매우 쾌적한 동네입니다.


알프 듀에즈 정상에서 대략 3~4km 위치에 있는 마모트 상.  그냥 보면 그러려니 하는데 마모뜨 한바퀴 돌고 오면 눈이 뒤집혀서 다 때려 부수고 싶은 숨겨왔던 나의 폭력성....

가민의 기록.

고도표의 첫 7km 가량은 캠핑장에서 마을로 이동한 거리입니다

마모뜨의 코스도 입니다.  부르 드와장에서 시작한 후, 꼴 듀 글랑동을 넘고, 꼴 듀 텔레그라프, 꼴 듀 갈리비에를 연달아 넘은 후, 부르 드와장까지 내리막을 내려온 후 알프듀에즈를 오르면 끝납니다.  쉽죠?

유럽에는 여러가지 그란폰도(프랑스에선 씨클로스포티프Cyclosportif라고 부릅니다)가 있고, 그 중 참가자가 가장 많은 것은 레땁 듀 뚜르(L'Etape du Tour)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마모뜨가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땁과 비교하자면, 레땁은 뚜르의 선수들이 실제로 뛰는 코스를 직접 뛰기 때문에 더 많은 인기가 있고, 실력도 천차만별인 자전거 동호인들이 참가하지만, 마모뜨는 유럽에서도 가장 실력있는 아마추어나 프로들이 참가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레땁은 매년 코스가 바뀌며, 해마다 알프스와 피레네서 번걸아가면서 하는데, 알프스에서 열린다면 교통이나 여러가지로 편하지만, 피레네는 이동하는데 너무나도 오래 걸리고, 프랑스에서도 상당히 외진 곳이라 근처에 공항도 없습니다.  또한 레땁은 스타트와 피니시가 멀리 있어 차량, 숙박 문제가 상당히 많지만, 마모뜨는 순환코스라 스타트한 지점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며, 매년 같은 코스로 열려 숙박이나 교통이나 경헙이나 여러모로 편리한 경우가 많아 나중에 유럽 그란폰도를 참가하게 되면 레땁보다는 마모뜨를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모뜨는 올해 2011년으로 30년째를 맞은, 유럽의 첫 그란폰도이며, 길이 175km에 총 해발 상승고도가 5000m로, 난이도 또한 가장 어려운 편으로 평가받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산악 스테이지 레이스 그란폰도 등 상상을 초월하는 동호인 레이스가 많아지긴 했습니다만(대표적으로 오뜨-후뜨(Haute-Route), 제네바에서 니스까지 7일동안 730km를 산악 스테이지로만 뛰는 레이스), 마모뜨가 코스 자체의 난이도나 참가자의 실력이나 유럽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올해 생기는 7일짜리 동호인 레이스(그란폰도)인 오뜨 후뜨.  7일 동안 총 15개의 산을 넘으며, 730km동안 총 해발 상승고도 17000m를 넘는 대장정입니다.

마모뜨에는 역시 알프듀에즈가 피니시인 것과, 부르 드와장이 네덜란드인으로 넘쳐나는 것을 봐도 외국인 중 단연 네덜란드인이 가장 많습니다.  때문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평균신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신청은 프랑스의 그란폰도 대행사인 스포츠커뮤니케이션의 그랑 트로페(http://www.sportcommunication.info/web2010/index.php?langue=2)에서 받습니다.  보통 12월이면 다음해 마모뜨 신청이 마감됩니다.  홈페이지도 영어가 잘 되어 있고 현장에서도 영어를 하는 직원이 많으니 영어를 할 줄 안다면 큰 문제 없습니다. 

네덜란드인들이 가장 많이 참가하는 마모뜨 답게, 우승 선수도 네덜란드인들이 많습니다.  보통은 30-39세 부문의 은퇴한 전직 프로들이 많이 차지합니다만, 가끔 20-29 이하가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는 경우에는 프로팀으로 스카웃됩니다-_-;;;  대표적인 예가 현재 프로투어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라보뱅크의 클라이머 로렌스 텐 담(Laurens Ten Dam).  약 10년 전에 마모뜨를 우승했다는군요.

마모뜨 앞뒤로도 부르 드와장에서는 여러가지 그란폰도가 열리는데, 올해를 기준으로 6월 26일에 열린 173km의 보쟈니 마스터(Vaujany Master), 6월 29일에 열린 40km의 프리 데 후쎄(Prix des Rousses), 7월 2일에 열린 174km의 라 마모뜨, 그리고 다음날인 7월 3일 열린 14km의 그랑페 드 랄프(Grimpee de l'Alpe) 4개의 대회를 한꺼번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4개 대회를 패키지로 신청하면 트로페 드 르와장(Trophee de l'Oisan)이라고 해서, 각 대회의 성적을 종합적으로 합산해 최종 결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이 4개의 대회는 2개의 로드레이스, 2개의 힐클라임 대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들 만만찮은 대회입니다.  동호인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뚜르 드 프랑스를 간접 경험하고 싶다면, 이 패키지를 추천합니다ㅎㅎㅎ

마지막으로, 모든 프랑스와 유럽의 그란폰도에는 본인이 레이스에 참가해도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합니다.  배번을 받을 때 반드시 필요하다고 명시하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고, 내기만 하면 되니, 주변에 아는 의사가 있다면 경쟁적 사이클링에 참가해도 이상이 없다고 영문으로 쓰고 대충 사인만 하면 됩니다.

아래는 예전의 마모뜨 코스입니다.  첫번째 업힐이 글랑동이 아닌 꼴 드라 크와드퍼(Col de la Croix de Fer,철십자가의 고개-_-)인데, 해발고도가 글랑동보다 100m가량 더 높은 길입니다.  하지만 내리막이 너무나 위험하고 급격한 헤어핀 코너가 많아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사망사고가 몇 번 난 후 지금의 글랑동 코스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글랑동 내리막도 상당한데...


마모뜨를 비롯한 유럽의 수많은 그란폰도에는 많은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여름에 열리지만, 한국에서의 여름 라이딩을 상상하고 챙겨나갔다간 정말정말 큰일 날 수 있습니다.

일단 자전거는 잘 정비되어 있어야 하며, 체인오일도 레이스 후반부에는 다 말라서 찌그덕 거릴 수 있으니 듬뿍 바르고 출발해야 합니다.  타이어 공기압은 편안함을 위해 평소보다 약간 덜 넣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알프스의 내리막은 살벌한 경사와 헤어핀이 많기 때문에 타이어의 접지력을 최대한 극대화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슈발베의 울트리모 DD 25c를 여행 내내 사용했는데, 넓은 타이어로 접지력이 좋아 내리막에서 아주 안심하고 내려올 수 있었으며(이거 정말 중요합니다), 공기압을 덜 넣어도 되어 몸이 더 편안했고, 펑크 내성이 강해 한번도 펑크난 적이 없었습니다.  이 타이어, 유럽의 그란폰도용으로 정말 초강추입니다. 

기어비는 되도록이면 가볍게 가야 합니다.  마모뜨를 타고 나서야, 왜 동호인을 위해 컴팩트가 개발됐는지 깨달았습니다-_-;;;  출발 전에도 한 호주 블로거가 뚜르의 코스를 타려면, 실력이 어떻든 간에 절대로! 절대로! 컴팩트를 끼고 가라고 했으며, 자신있으면 컴팩트에 25t 스프라켓, 아니면 컴팩트-27t를 끼라고 했습니다.  선수들은 뚜르의 산악도 스탠다드 크랭크로 소화하지만, "당신은 프로투어 선수가 아니다!!!!"라는 말로 절대로 컴팩트를 끼고 가라고 했죠.  하지만 자신감이 넘쳤던 우리.  게다가 크랭크형 파워미터를 이미 스탠다드로 구입해서 결국에는 스탠다드 크랭크에 27t 스프라켓을 장착하고 마모뜨를 뛰었지만....fail..... 혹시나 마모뜨에 참가한다면, 본인이 뚜르 드 코리아 동호인 부문에서 포디엄을 차지할 실력이 있다면 컴팩트에 25t, 뚜르 드 코리아에 참가할 실력이라면 컴팩트에 27t, 그보다 실력이 안된다고 판단한다면 트리플 크랭크-_-;;정도의 기어비를 추천합니다.  사실 여기 와보시면 트리플 크랭크 의외로 많이들 사용하고, 또 그게 정말 부러워집니다-_-;;;

펑크 준비는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  그란폰도 도중에는 정비 서포트를 하는 모터사이클들과 차량들이 지나다니는데 (프랑스는 보통 마빅) 기재고장으로 인한 바퀴 교체나 자전거 교체는 지원하지만 펑크로 인한 바퀴 교체는 해주지 않습니다.  반드시 펌프와 튜브(가능하면 2개)를 가져가야 합니다.  CO2도 좋긴 한데 비행기에 반입이 안되서... 현지 샵에서 구입하는 것이라면 괜찮겠죠.  툴캔은 비추입니다.  물통은 무조건 2개(혹은 그 이상)을 가져가야 하니, 툴캔은 두고 물통 2개와, 안장가방을 장착하는게 최고입니다.  가끔 핸들바 가방을 장착한 자전거도 지나가고, 패니어 단 자전거도 있습니다만, 그것까지는 필요 없고 안장가방은 꼭 가져가세요!

휠은 되도록이면 알루미늄 클린쳐 휠셋을 사용해야 합니다.  간혹 카본 튜블러를 사용하는 라이더들이 있지만, 실란트와 예비 타이어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약간 안쓰럽습니다.  카본 휠을 사용하더라도 대부분 알루미늄 클린쳐 월로 되어 있는 카본휠을 사용합니다.  또한 림높이가 높으면, 돌풍이 자주 부는 알프스의 내리막에서 아주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의류는, 져지 상하의, 그리고 방풍 대책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업힐을 오를 때는 정말 덥고 머리가 타들어가는 고통이지만, 해발 2000m가 넘기 때문에 내리막에서는 정말 춥습니다.  특히 시합이 시작하는 아침 일찍은 매우 추운데, 이 때 내리막을 내려가게 되면 정말 살인적이더군요-_-;;;  성능 죽이는 방풍 자켓 가져가거나, 방풍조끼+팔토시 조합도 좋습니다.  모두 져지 뒷주머니에 넣고 타시면 됩니다.  다리토시도 있으면 괜찮긴 한데 더운 날은 크게 필요하진 않지만, 행여나 날씨가 조금이라도 꾸무적거린다면 긴 장갑과 다리토시도 모두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행동식은 의외로 많이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코스 곳곳에, 딱 필요한 포인트에 보급지점이 있어서 물, 음료수, 과일, 빵, 과자, 행동식 등을 무한으로 챙겨 줍니다.  신청비가 한국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이러한 즐거운 보급 포인트 덕분에 전혀 비싼 느낌 들지 않습니다.  행동식은 첫 50km가량을 날 수 있도록 파워젤 몇개, 바 몇개만 챙기고, 비상 식량으로 끝까지 남겨두는 편이 좋습니다.


7월 2일.  D+8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납니다....는 사실 5시인데 동이 이미 트고 있습니다-_-;;;


얼른 아침을 꾸역꾸역 다져넣고 출발 준비 중.  거사를 위해 실하게 먹어뒀습니다.
어둑어둑한 아침이라 광량이 부족해서 많이 흔들려서 찍힙니다 ㅠㅠ


건너편에서 준비하는 네덜란드 애들.  사진기 들이대면 항상 포즈를 취해줍니다 ㅋㅋ


캠핑장의 샬레 앞에 있는 캐년.  유럽에서 캐년은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에 속합니다.  정말 많이 탑니다.


알프스의 아침은 무지 춥습니다.  방풍자켓 꼭 챙겨가야 합니다.
앞사람도 손 시려워서 겨드랑이에 끼고 가는 중 ㅡ,.ㅡ
캠핑장이 있는 호슈따이에 에서 부르 드와장까지는 대략 7km 정도로, 가볍게 가면 20분이면 도착합니다.


면님도 심심하니 바래다주고 유럽 오빠들 구경하러 간다고 길을 나섭니다.  면님은 마모뜨는 신청하지 않고, 레땁과 라피나렐로만 신청했습니다.

대충 언제 끝날 것 같냐고 물어보길래, "에이 그래도 시합인데 평속 30은 나올꺼에요.  아무리 늦어도 2~3시엔 끝날 꺼에요"
는 개뿔....................................

셀카중

찍힌 결과물ㅋ


스타트 아치가 보입니다.  선두 모터사이클들이 출발 준비중.
스타트하는 아치가 굉장히 좁아서 한번에 여러명이 우르르 지나가기는 힘듭니다.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인데, 그란폰도, 특히 마모뜨에는 대략 5000명 이상이 참가하기 때문에 우르르르 나가다보면 첫번째 업힐에서 병목현상과 아코디언 효과로 뒤에 있는 선수들은 줄줄이 밀려 끌바를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래서 스타트를 좁게 만들면, 적절하게 선수들이 도로에 고르게 퍼지게 되는 것이죠.  그란폰도는 보통 개개인의 기록은 넷타임으로 하지만, 1~3위 시상만은 포디엄으로 하는 듯 합니다.  시상도 보통 몇천명 중 제일 잘탄 3명만 하고 끝납니다-_-


출발 준비하는 스타트 라인.


이쪽으로는 못 들어가게 해 마을을 돌아 뒤로 가봅니다.


앞뒤로 끝없는 사이클리스트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오오오 감격...
저어어어어 위에도, 저어어어 뒤에도 사람이 끊임없이 있습니다.  몇천명의 로드 라이더라는게 실제로 보니 어마어마합니다.


면님이 특별히 스타트로 와서 사진좀 찍어줬습니다.
출발하면서 짐이 될 것 같아 방풍자켓은 벗어서 면님을 드립니다
는 마모트에서 한 가장 큰 실수 중 하나....
꼭 챙기세요.

면님이 찍은 스타트 사진.

사람이 워낙 많고, 스타트 때는 다들 슬렁슬렁 움직이다보니 모두 빠져나가는데만 한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처음에 배번을 보고 스태프들이 어디어디 가라고 가이드 해주면서 배번 순으로 정리를 합니다.

말리아 로자를 입고 계신 영감님.

대부분 방풍자켓을 입고 출발합니다.

끝없이 늘어선 라이더들.


핑킈한 영국팀.  Windy Milla라는 녀석들인데 온몸을 핑크색으로 도배했더군요.  실력도 수준급이었습니다.


클럽 피나렐로 그란폰도 팀.  피나렐로의 고향이 이탈리아의 트레비소 동네 팀인데 정말 무지 잘타는 사람들 많습니다.  여기 소속이었던 피나렐로 사장의 동생인 안드레아 피나렐로가 얼마전 이탈리아의 그란폰도 스테이지 레이스에서 피니시 후 심장 발작으로 고인이 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피나클럽 라이더.
자세히 보시면 거의 모든 라이더가 안장가방이나, 탑튜브 가방 등을 장착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필수입니다.


흔한_네덜란드의_헤드튜브
가끔 어떤 라이더는 제가 댄싱을 해도 시팅을 한 상대방보다 눈높이가 낮더군요 -_-;;;


동호인 팀이 아주 많습니다.
곳곳에 보이는 피나 라이더들과 이따끔 보이는 땡땡이 마모트 져지.


프로투어 팀복도 많이들 입습니다.  누가 해외 동호인들은 프로팀복 안입는다고 했나요?  유럽에서도 샵에 가면 제일 잘팔리는 의류가 프로팀복입니다.


각종 프로팀복.  레오파드-트렉이 제일 인기있는 팀복입니다.  라이딩하다보면 룩셈부르크 내셔널 져지도 있고 같은 동호회가 아닌데도 왠지 모르게 레오파드 트레인이 형성되기도 하고 재밌습니다 ㅋㅋ


영국애들은 대부분 스카이 팀복을 입거나, 라파옷을 입습니다 ㅋㅋ
이분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이번 뚜르의 테마(이자 작년 브리튼 투어의 테마였던) 녹색 밀림 스카이복을 단체로 입고 나왔네요;;;

첫번째로 1등급 업힐인 꼴 듀 글랑동을 넘게 됩니다.  은근히 업다운이 있어서 사람 진을 빼놓습니다.  이후 굉장히 길고 위험한 내리막을 내려간 후, 평지같은 오르막을 25km 가량 탑니다.  이후 1등급인 텔레그라프를 넘고, 살짝 내려간 후,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갈리비에를 오릅니다.  말이 필요 없습니다.  실제로 가서 타면 정말 이런 게 존재할 수 있나 싶습니다.  이후 약 40km의 내리막을 지겹도록 내려오고 나서, 마지막인 가파른 랄프 듀에즈를 오르면 마모뜨는 끝납니다.


출발하면 빠른 속도로 부르드와장을 빠져나갑니다.  최대 속도가 이때 50 찍혔습니다.  출발하자마자 인데도 불구하고 처음 10분동안 평속 37정도가 기록됐네요.


첫번째 업힐(?)인 알몽(Allemond)의 댐.  둑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갑니다.  여기가 글랑동의 시작인 줄 알았는데...
올라가면 이렇습니다.  다시 평지로 쭈우우우욱
이때 컨디션이 좋아서 앞그룹 잡고 그룹도 끌어보고 으쌰으쌰하면서 재밌게 달려봅니다.
절대 그러지 마세요.  나중에 다 부메랑으로 돌아옵니다-_-

마모뜨와 같은 하드코어 그란폰도는 마지막 업힐까지 절대로 젖산역치를 넘으면 안됩니다.  파워미터를 사용해서 템포라이딩 페이스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거나, 심박계로 최대심박 190가량일 경우 165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 합니다.


텐덤 사이클도 가끔씩 봅니다.
엄청나게 빠릅니다-_-


업힐을 정확히 37분동안 하고 나니 내리막 구간이 시작됩니다.  이때까지 생각합니다.  글랑동 별거 아닌데???
는 그냥 르 히비에(Le Rivier)라는 마을입니다.  아직 글랑동 반도 안왔습니다 ㅠㅠ
잠깐의 매우 위험하고 경사가 센 내리막을 내려오고 나면 다시 업힐 시작입니다.  글랑동은 이런 구간이 2군데나 되기 때문에 속으면 안됩니다.


저게 글랑동인가!!!!!
는 또 중간 댐이 나옵니다.


산속에 있는 댐의 위엄.


뽀또브레똥에서 찍어준 댐을 배경으로 한 모습입니다.  이때까진 의욕이 넘치고 즐겁고 그렇습니다.
뽀또브레똥에서 보여주는 섬네일로 화질이 별로 안좋네요.  원본을 살 수는 있지만 아직은 돈이 없어서...  몇년이 지나도 구입할 수 있으니 나중에 한꺼번에 사야겠습니다.


저게 글랑동인가!!!!!
는 다시 약간의 내리막을 내려갑니다.  아까의 히비에 에서 여기까지 47분 걸립니다-_-;;;
그러고나서 다시 16분동안 오르니 글랑동 꼭대기입니다.
수목한계선인 1500m를 넘고 나니 시야가 매우 트여 있습니다.  글랑동 꼭대기가 1900미터 가량 합니다.


꼴 듀 글랑동 꼭대기.  여기는 음식이 아니라 물만 보급해줍니다.  여기까지 해발 고도차 대략 1100미터, 길이 24km입니다-_-;;;  아까 알몽의 댐에서 여기까지 1시간 40분 걸렸습니다.
여기부터 좀 어이가 없습니다.  아니 이거 그냥 1등급 산악인데 왜 이러지....
그래도 글랑동에서는 모두를 제치면서 라이딩했기 때문에 우쭐해 있습니다.  얘들 이거 별거 아닌데?
는 개뿔.... (To be continued)


글랑동으로 내려가는 방향.  정말 티비에서 보던, 끝없는 내리막이 펼쳐집니다.  가드레일은 당연히(!) 없고, 헤어핀 밑을 보면 저어어어 밑에까지 끝없이 보입니다.  글랑동의 내리막은 상당히 위험해서 회복을 하려던 생각과는 달리, 계속해서 긴장해야 해서 쥐가 날랑말랑 합니다.  특히 초반에는 수목한계선 위에 있어서 시야가 트여 있다가, 숲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내려가면 코너 앞은 안보이고, 헤어핀은 정말 급하고 뭐 그래서 상당히 무섭습니다.

게다가 방풍자켓을 두고 와서 내리막에서 추위로 정신을 잃을 뻔 합니다-_-;;;  정말 춥습니다.

글랑동을 역방향으로 오르면, 1등급 산악보다도 높은 등급외 산악HC급이라고 합니다.  가능한한 빨리 내려오는데 무려 30분동안이나 쉬지 않고 내려왔습니다.

한가지 더, 여기 라이더들은 내리막을 다들 잘탑니다.  저는 춥고 힘들고 무서워서 정신없이 내려오는데, 다른 라이더들(특히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태리 라이더들)은 인코너로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슉슉 내려갑니다.  정말 잘 타더군요. 

레땁은 전 코스 도로통제가 되어 차량이 없는 반면에, 마모뜨를 비롯한 다른 그란폰도들은 차량이 전면통제되지 않아 어느정도 차가 있습니다.  내리막에서 반대편으로 올라오는 차도 있고, 시합 진행 방향으로 함께 달리는 차도 있고(주로 동호회 서포트차량) 해서 조심히 내려가야 합니다.  대부분 차가 반대편에서 올라올 때 빵빵거리면서 신호를 주면서 오긴 합니다만, 제가 본 이태리 라이더들, 특히 클럽 피나렐로 사람들은 차가 있건 없건 그냥 스치듯이 지나가더군요 -0-


글랑동을 다 내려오면 이런 시골길을 잠깐 따라갑니다.


국도에 합류해 살짝 오르막인 평지를 갑니다.  여기서도 다들 열심히 달리고 지지고 그래서 상당히 힘듭니다.  나중에는 따라만 가는데도 힘듭니다.  슬슬 걱정이 됩니다.  '완주 할 수 있겠지?'

텔레그라프 입구인 생 미셸 드 모리엔느까지 약 22km에, 270m를 올라가는 살짝 업힐입니다.  물론 평지와 섞여 있어 순간 경사도는 좀 되는 구간이 많습니다.  이 구간은 평속 32로 달렸네요.

그렇습니다 힘을 너무 뺐습니다-_-;;;  이 구간에서 힘이 남는다고 절대로 오버하면 안됩니다.  앞으로의 시련을 모른 채 라이딩 하다간 정말 집에 가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텔레그라프 정상.  텔레그라프를 오르면서부터 맛이 갔습니다.  이후로는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텔레그라프는 12km의 업힐로 평균 경사도가 7% 가량 되어 경사도가 꽤 있습니다.  처음에는 올라 가겠는데 중반부터 완전히 퍼져서 파워가 제대로 나오질 않습니다.  결국 딱 1시간 걸려서 텔레그라프를 올라갑니다.  여기부터 파워가 형편없어집니다.  초반에 보급소를 하나 제꼈더니, 꽉 채웠던 물도 다 떨어지고, 행동식도 다 떨어집니다. 
보급소를 보면 무조건!!!!!!! 무조건!!!!!!!!!!!!!!!!!!!!
멈춰서 보급 받고 가야 합니다.  시간을 아낀다고 지나가단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됩니다.


텔레그라프에서 갈리비에(라고 생각했던 것)을 바라본 모습.

텔레그라프에서 5km(고도표에서 큰 업힐 전에 꼴랑 내려오는게 그겁니다)를 내려오면 발로와르Valloire라는 마을이 나옵니다.  갈리비에 밑에 있는 상당히 번화한 마을로, 여기부터 갈리비에 정상까지 18km에 평균 경사도가 6.7%가량 합니다.

고도표를 보면 텔레그라프에서 발로와르까지 금방 같지만, 5km로 의외로 깁니다.  (5km 정도는 고도표에 표현이 잘 안됩니다....) 이 때 방풍자켓이 없어서 너무 추웠는데, 내려가다보니 누군가 떨어뜨린 방풍 조끼가 있었습니다.  날리니의 XL였지만, 옳다구나 하고 얼른 주워서 입고 내려왔습니다.  떨어뜨린 XL 녀석 복받을꺼야....


발로와르를 지나서 한참 갔는데도 있다고 표시되어 있던 보급소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한참 업힐을 올라가는데 이제 갈리비에 시작이라고 해서 화가 좀 납니다.....  일단 가라앉히고 마지막으로 남은 비상식량인 크라상을 꺼내 먹습니다.

근데 먹고 한코너 도니깐 보급소가 있습니다.
ㅠㅠ


마모뜨의 보급소.  너도나도 몰려가 게걸스럽게 먹어댑니다.


보급소에는 바나나, 오렌지, 건포도, 아브리코(살구 말린거) 등등 각종 과일이 듬뿍.
마들렌 빵, 바게뜨 빵, 잠봉(돼지 뒷다리 햄), 브리 치즈도 있습니다.

일단 되는대로 무조건 입에 쑤셔 넣습니다.  특히 오렌지를 많이 먹었는데, 대부분 스페인산인 유럽의 오렌지는 정말 한국에서 먹는 플로리다산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아주 맛있습니다.  오렌지 주스도 정말 맛납니다.

나오면서 바게뜨, 바나나 등 싸갈 수 있는건 일단 져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출발합니다.  숙련된 그란폰도 라이더들은 앞에 있는 화장지에 음식을 돌돌 말아서 많이들 싸간다던데, 저는 그냥 정신 없어서 대충 쑤셔 넣고 갑니다.


다시 출발.


경사도가 약간 낮은 구간입니다.  이미 몸은 만신창이.


는 한참 왔는데 아직도 15km 남았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헛웃음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 더 가니 이런 아스트랄한 지형도 나옵니다.  저기가 꼭대기겠거니 했는데
이 큰 산이 다 안보일때까지 한참을 지나가야 합니다.


또 한참 오니 대략 8km 남은 곳.  정말 시속 6~8로 꾸역꾸역 오릅니다.  시속 8km로 가는데 표지판에 8km 남았다고 써 있으면?  그냥 한시간동안 더 타란 말이죠^^


http://flv.valloire.net/valloire/pano/index-valloire-ete4.htm

대략 7km 남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다 본 모습.  위의 링크는 같은 곳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여기서는 갈리비에 시작인 발로와르도, 갈리비에 꼭대기인 송전탑도 보이지 않는 마의 구간입니다.
나중에 레땁 때 낙타형이 여기서 쥐가 팍 올라서 누워 있던 그자리 그대로입니다ㅋㅋㅋㅋㅋ 그 모습을 찍지 못한게 이번 유럽 여행에서 가장 큰 후회랄까요....


3km 남았을 때.  저기 골짜기가 꼭대기 입니다.
산에 걸친 지그재그 선 보이시나요?  이제 꼭대기까지 앞의 산을 지그재그로 끊임없이 올라야 합니다. 갈리비에에 오면 정신적으로 정말 힘든 점이, 앞을 내다보면 끊임없는 지그재그에 사람들이 가득 차서 꾸역꾸역 오르는 그 모습을 본다는 겁니다.  '나도 저거 올라야 되는구나...'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경사도는 점점 세져서, 마지막 2km의 경사도가 갈리비에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고작 3km 남았는데 보이는 헤어핀에 대한 분노를 그림판으로 한번 표현해 봤습니다.


첫번째 헤어핀에서 지금껏 올라온 길을 바라본 모습.


뽀또브레똥에서 찍어준 갈리비에 업힐 사진.  정말 온몸으로 자전거를 당기면서 나아갔더니, 시합이 끝나고 삼두가 얼얼했습니다-_-;;;이런 업힐 타면 웨이트 따로 안해도 상체가 딱 프로투어급으로 형성되겠더군요.

꼭대기!!!!!

여기도 보급소가 있어서 꾸역꾸역 먹습니다.  발로와르에서 먹었던 오렌지가 너무 맛있어서 여기서도 꼭 먹고 물통에도 짜넣어서 오렌지 주스 마셔야지 라는 마음으로 갈리비에를 버텼는데, 와보니 오렌지는 이미 떨어지고 없다고 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발로와르에서 갈리비에 정상까지는 보급소에서 쉰 시간을 제외하면 딱 2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까지 겪은 가장 큰 난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하나가 더 남았으니....


갈리비에 정상에서 앞으로 내려가야 할 방향.
여기는 해발고도 2610m로 정말 무지무지 춥습니다.  기압도 낮아 숨쉬기도 꽤나 벅차고, 정말 너무 추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 얼른 (아까 주운) 조끼를 입고 내려갑니다.

(퍼온 사진)

다른 곳에서 펀 갈리비에 내려가는 방향입니다.  갈리비에 내리막 초반은 정말 무섭고, 위험합니다.  도로도 포장이 상당히 거칠게 되어 있어 자전거와 몸이 엄청나게 떨리는 수준입니다.
공기압을 컴포트하게 넣어 둔 25c 타이어가 정말 빛을 발하는 구간이었습니다.


뽀또브레똥이 찍은 내리막 사진.  텔레그라프 내리막에서 주은 방풍조끼를 입고 있습니다.

이후 갈리비에에서 부르드와장까지는 내리막입니다.  첫 10km는 상당히 위험한 헤어핀이 계속되는 구간입니다.  그렇습니다.  10km동안 위에 있는 가드레일 없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입니다.

이후 20km가 약간은 넓은 국도로 내리막을 내려갑니다.  코너가 급하지 않고 길이 좋아 속도 내기가 좋지만, 바람이 너무나도 심해 속도가 60이상으로는 잘 안납니다.

이후 17km 가량은 약간의 오르막이 섞이고, 평지와 급경사의 내리막이 반복되는 코스입니다.  코스 전체에 걸쳐 가끔 터널이 있는데, 터널 내부에 라이트가 전혀 없어서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암흑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제서야 마모트를 접수할 때 기념품으로 라이트를 줬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이 라이트를 달고 나온 몇몇 경험있는 라이더들 덕분에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레땁때는 이 터널에서 사고가 나서 사람이 헬기로 실려가고 20분간 터널에서 서 있다가 걸어서 나오고...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대략 부르드와장까지 47km가 내리막입니다.  갈리비에 정상에서 부르드와장까지 한시간 10분동안 내리막을 내려왔습니다-_-;;;;;;   이것이 알프스 스케일...
거꾸로 올라가면 47km 업힐 가능합니다.

부르드와장에 도착하면 마지막 보급소가 있고, 그 앞에 알프듀에즈가 바로 시작됩니다.
이제부터 사진은 없습니다. 
이미 모든걸 불태워서 사진기 꺼낼 정신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21개의 헤어핀이 남았습니다.
알프듀에즈는 첫번째 코너까지가 매우 길고, 이 구간의 경사가 가장 센 편입니다.  이걸 꾸역꾸역 올라가면, 21개 코너중 하나 정복했다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알프듀에즈의 길이는 14km, 표고차는 약 1100미터에, 평균경사도는 8%로, 지금까지 업힐 중 가장 경사도가 세고 힘듭니다.  마지막 2km는 경사도가 5%에서 평지가 반복되면서 상당히 낮아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알프듀에즈 체감 경사는 13~14%가량 됩니다.

처음 글랑동에서 쓴 힘, 여기서 부메랑으로 모두 돌아옵니다.  추월하는 사람들 중에는 처음에 추월하면서 봤던 사람들도 많습니다.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를 추월했는지, 정말 얼마나 많은 여성 라이더들과 할아버지 라이더들이 저를 추월했는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ㅋㅋㅋㅋ  저를 그렇게 많이 추월하는데도 앞뒤로 정말 끊임없이 라이더들이 있습니다.  가장 황당한게 트리플 크랭크를 사용하는 패니어를 주렁주렁 달고 올라가는 투어링 자전거한테 추월당했을 때....  아..................

계속해서 올라가다보면, 코너마다 사람들이 우르르 쉬고 몰려 있습니다.  더 올라가다 보면, 토하는 사람도 있고, 엉엉 우는 여성 라이더도 있고, 잘 올라가다가 갑자기 클릿도 못빼고 푹 쓰러져서 정신을 잃은 할아버지도 봤습니다.  아예 포기하고 자전거를 두고 일광욕 하려고 누운 사람도 많습니다.

정말 생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꾸역꾸역 올라가다보니 온갖 걱정이 떠오릅니다.  지용이는 잘 갔을까.  지용이는 내가 갈리비에 정상에서 너덜거릴때 이미 끝났을꺼야.  면님한테 늦어도 3시쯤 끝날꺼라 했는데 벌써 5시네.  아 큰일이다.  지용이는 끝났으면 오래 기다렸을텐데 그냥 캠핑장으로 갔으려나. 옆차선에는 뭐이리 사람들이 많이 내려와.  벌써 끝내다니 정말 부럽다 엉엉. 등등등

무엇보다
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콜라
콜라가 너무 마시고 싶습니다.  콜라 마시고 싶어서 울 뻔한거 처음입니다 ㅠㅠ


어제 본 마모뜨 상.
는 아직 3km 남았단다.....
아아 날 그냥 가져요 마모뜨 ㅠㅠ

이쯤되서 내려오는 지용이를 발견합니다.  대략 2시간 전에 도착했다고 합니다(5시간은 먼저 도착한줄 알았는데...).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고 옆에서 좀 타다가 주차장 샛길로 빠집니다.  "형 도저히 이거 다시 탈 자신이 없어요!!!!!!!ㅠㅠ"


뽀또브레똥이 찍어준 알프듀에즈 사진.  지금 보니 완전히 맛이 갔네요.  그냥 죽네요 죽어 ㅋㅋㅋㅋㅋㅋㅋ
ㅠㅠ

대망의 피니시를 합니다.  피니시하고나서 정신을 추스리고 앞에서 리커버리 드링크를 나눠주길래 말없이 제 물통을 건내줍니다.  아저씨가 눈빛교환을 하더니 물통을 가득 채워 줍니다ㅠㅠ 아아 위아더 월드.....

콜라가 너무 마시고 싶지만, 내려가서 입구에 있는 보급소에서 먹기로 하고 완주증을 받습니다.  완주 메달은 20유로 내고 사는 형식인데, 돈이 안아깝습니다.  일단 사는거다!!!!!

완주 시간은 10시간이 걸렸습니다.  평속 30은 개뿔....  평속 17 나왔네요.  지용이는 8시간 조금 넘겨서 들어와 금메달을 받지만 (브르베 도르Brevet d'Or), 저는 동메달 주네요 ㅠㅠ(브르베 드 브홍즈Brevet de Bronze)

알프듀에즈는 딱 1시간 58분 걸려서 올라왔습니다.  나중에 타보니 워밍업 잘 하고 올라오면 1시간이 안걸릴텐데, 갈리비에를 넘고나면 알프듀에즈가 그 알프듀에즈가 아니게 됩니다....  판타니는 도대체 이걸 어떻게 37분만에 오른거야......

평균 케이던스는 37에 평속 6.4km.  그냥 꾸적대고 억지로 올랐네요 ㅋㅋㅋㅋ 덕분에 알프듀에즈를 오르며 무릎의 연골이 다 나간 느낌이어서, 한국에 돌아와서 한달이 지난 아직까지 정말 아픕니다ㅠㅠ.  막판에는 그냥 댄싱으로 올라왔는데, 힘이 전혀 안실리고, 그저 몸무게만 실어서 페달아 니가 밟히겠지 하는 그런 댄싱으로 올라와서 케이던스가 더 떨어졌습니다.  정말 끌바도 하고 싶고, 쉬었다 가고도 싶고 미치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끌바할 순 없어! 하고 그냥 꾸역꾸역 갔습니다.  쉬었다 가면 더 늦을 것 같아 계속 갔더니 몸이 만신창이가 됐네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냥 쉬었다 가는게 더 빠를 뻔 했습니다-_-

완주했으니깐 피니시라인 앞에서 사진도 찍습니다.  아직도 사람들이 꾸역꾸역 들어옵니다-_-;;;


좀 쉬어서 얼굴이 펴진 지용이.


좀전에 도착해서 아직도 고통속에 허우적


미간의 주름으로 심연에 가라앉은 고통을 표현해 봤습니다.

먼저 온 지용이가 이미 주변 정찰을 하고 왔는데, 파스타 파티 티켓을 들고 오지 않아 파스타를 못먹는다는 소식을 알려줍니다.  어제 짐을 챙기는데, 티켓이라고 안 써있고 그냥 파스타 파티 즐기세요 여러분! 이라고 써 있길래 '이건 뭐야 홍보물인가'하고 두고 온게 화근입니다.  일단 안되는 건 안되는거니깐 포기하고 얼른 내려가서 콜라 먹자고 징징대 봅니다.  대략 6시 경에 피니시를 해서, 시간이 늦었으니 얼른 가봅니다.

다음날 알프듀에즈 힐클라임 대회인 그랑페 드 랄프(Grimpee de l'Alpe)를 신청해서 자전거의 칩은 내일 대회 이후 반납하라고 하지만, 도저히 내일 이걸 또 올라올 자신이 없습니다.  "내일 안타!" 하고 칩 그냥 줘버리고 옵니다-_-;;;  지용이랑 서로 이런저런 얘기 하는데 주제는 뭐 뻔합니다.  '갈리비에에서 숨질뻔' '초반에 신나서 무턱대고 파워를 뿜어내다가 망조가 서렸다' '알프듀에즈 21개의 헤어핀에서 꾸역꾸역' 등등등...  얘기 들어보니 아 나만 그런거 아니구나 하고 안심했습니다 ㅋㅋ

타고나니 정말 머리에 한방 크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정도 일줄이야.....

일단 스케일에서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자전거 타면 시합 때 가장 큰 산이 표고차 600m 정도 됐는데, 이건 뭐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지금껏 너무 짧게 탔나, 너무 가볍게 탔나 질책도 되고 자극도 되고, 비록 제가 실력이 뛰어나진 않습니다만, 자전거를 잘못 타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역시 큰물에서 놀아야 하는건가...싶기도 했고, 자연환경과 동호인 풀, 레벨 등 부럽고 부러웠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도 이러한 하루짜리 장거리 그란폰도가 많이 생겨서 업힐 피니시도 생기고, 프로와 아마가 뒤섞여 레이스하는 그런 장이 마련되었으면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지금껏 뚜르드 프랑스의 난이도는 이제 별로다, 지로가 짱이다, 등등 뚜르 드 프랑스 코스에 대한 불만을 좀 들어왔는데, 충분히 하드코어 합니다.  뚜르는 난이도가 비교적 낮다.... 이말 들으면 이제 화가 나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난이도는 코스 뿐만 아니라 경쟁자의 실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만, 뚜르의 알프스, 정말 충분히 어마어마하게 힘듭니다.  이러한 코스를 계속해서 타는 프로투어 선수들은 그냥 불사신 정도로 보이는 경지.  물론 후에 이탈리아의 산악코스를 가보고 또 다시 놀랐지만, 개인적으로 지로디탈리아의 산악 코스는 그냥 너무 하드코어하게 만들어져 선수들을 흥밋거리로 전락하게 하는 수준이 아닌가...싶을 정도입니다.  코스가 힘들어도 적당히 힘들어야 서로간의 전략싸움도 있게 마련인데 지로는 그냥... 극기훈련 같은 인상.  데이빗 밀러도 지로의 총괄이었던 안젤로 초메냔(Angelo Zomegnan)을 두고 '자전거로 코스 한번도 안타본 신문기자가 만든 미친 코스'라고 비난한 적이 있었죠-_-;;;

알프듀에즈를 내려갑니다.  내려가는데 끝난 라이더들도 많이 내려가고, 아직도 끊임없이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이제 이까짓 내리막 그냥 슝슝 내려갑니다...는 내려오면서 차들과 올라오는 라이더들로 인해 속도를 제대로 못낸 것도 있지만, 20분이 걸렸네요.

내려오는데 재미있는 광경을 봤습니다.  뭔가 알프 듀에즈에서 일하는 듯한 여자분이 생활용 자전거를 타고 빠른 속도로 내리막을 로드들과 함께 내려가고 있더군요.  게다가 앞에 차가 있으면 딸랑딸랑~ 울리면서 인코너로 빠르게 추월-_-;;; 헤어핀에서 감속없이 카운터스티어링으로 생활차를 확 눕히고 코너링;;;;  마침 시간도 적절한 퇴근 시간이길래 뭔가 알프듀에즈로 출퇴근하는 듯한 레전드를 보는 듯 했습니다.

한참 내리막을 내려온 후 호슈따이에까지 시속 20정도로 기어갑니다.  자전거 타는게 이제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ㅠㅠ 캠핑장에 대략 7시 반쯤 도착해 씻고 저녁을 파스타와 피자로 해결합니다.  피자는 캠핑장 리셉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사옵니다.  이미 캠핑장에는 피로에 쓰러진 네덜란드 라이더들이 많이 보입니다.  얼른 저녁을 먹고 기억을 잊기 전에 일기를 쓰고 잠깐 wko를 확인해 오늘 라이딩을 보고 바로 잠을 자러 갔습니다.  무려 TSS 400점 넘는 라이딩으로 파워미터를 사용한 이후 가장 피로도가 큰 라이딩이었네요.  머리가 어질어질해져서 얼른 쿰나라로 가...가버렷!!!

그렇게 마모뜨는 끝났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위의 기사는 개인적인 용도 및 비상업적인 용도의 '퍼가기'를 허용하며, 상업적인 용도의 발췌 및 사진 사용은 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