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민 선수, 레이싱이 삶의 원동력이 된다.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도로독주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했던 최형민 선수는 이제 금산인삼첼로 팀의 대표적인 라이더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운명처럼 시작된 사이클 선수로서의 생활, 그리고 아쉽게 마친 2014 TDK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시안게임 독주 금메달, 2013 TDK 산악왕, 2014 TDK 개인종합 2위 등의 화려한 기록, 하지만 항상 우승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최형민 선수를 만났다.

고1, 운명처럼 시작하게 된 자전거

운동을 좋아했던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운동선수로서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중학생 시절부터 수영 선수가 되기 위해 춘천으로 이사를 가면서까지 해 왔지만, 어린 나이에 슬럼프에 빠져 힘들어하던 시절이었죠.
그러던 차에 작은아버지(최희동 금산인삼첼로팀 감독)의 권유로 자전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다른 선수들보다 늦은 시작이라 처음에 막막했습니다. 첫 시합에서는 1~2km 정도 가서 넘어져 시합도 마치지 못했었죠.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압박감도 생기고, 형들을 따라서 시합을 다니다보니 실력도 빠르게 늘어나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대학도 진학하고 지금은 대학원을 다니고 있으니, 자전거를 통해 제 삶은 성공적으로 바뀐 셈이죠.
아마도 처음 자전거를 시작했던 시기가 가장 어려웠던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그때는 이게 아니면 안 되겠다는 강박감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하면서 극복을 했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대학교 생활이 어려웠는데, 따로 운동부가 없다보니 수업을 마치고 혼자 운동을 하고 하는 것들이 가장 어려웠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승에 대한 성취감이 자전거 레이싱의 매력

선수들은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저도 경쟁심이 강한 편이어서 누군가를 이겼을 때의 성취감이 자전거 레이싱의 정말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로드 레이싱은 선두권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누가 우승할 지 모르는 대회이기도 합니다. 1등은 한번 해 봐야 쭉쭉 그 맛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선수들 끼리의 이야기하곤 하죠. 우승에 대한 요령도 생기고 실력을 넘어서 우승에 대한 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예상치 않은 부담감

예상치 않던 금메달이었습니다.
워낙 어렸던 시기(21살)였고, 미리 준비한 대회가 아니라 염정환 선수의 부상으로 대신 출전하게 된 것이니까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치도 않았죠.
그런데, 시합을 시작하고나니 정말 잘 달리고 있었고 경기가 잘 풀리는 것이었죠. 중간 체크포인트에서 감독님이 1등이라고 해서 '왜 내가 1등이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역대 아시안게임 도로독주 금메달은 처음이었고,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것이어서 금메달 딴 이후로 촬영 기자들이 오지도 않았었습니다. 우승 후 너무 좋아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꿈만 같고 내가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이후로 선수로서의 생활이 완전히 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계기로 또 하나의 슬럼프가 오기도 했죠.
그 정도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보니 어디를 가나 '금메달리스트'라는 기대 때문에 그 자체가 너무 큰 부담감이었습니다.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저에 대한 기대가 많았고, 경기를 잘 못 뛰면 '저 선수 건방져졌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때가 21살이었는데 그 후로 2년 정도는 그런 이유로 슬럼프 아닌 슬럼프로 정말 힘들었던 것 같네요.

2013 TDK에서 산악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모습.
마지막 구간 우승, 개인종합 우승, 스프린트 종합 우승 선수들과 함께 한 기념 사진.

투르 드 코리아(TDK)의 구간 우승이 목표 중 하나.

벌써 5년 간 TDK를 나가면서 구간 우승을 한번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목표 중에 하나가 TDK 구간 우승입니다.
대회 중 항상 기회는 오는데, 오르막과 독주에 강한 저는 스프린트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강한 편이 아니다보니 마지막 경쟁에서 항상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산악 코스 피니쉬 구간도 만들어지고 있으니 기회가 더 생길 수 있겠죠.
그리고, 스테이지 대회 중에는 종합우승으로 TDK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아쉬운 2014 투르 드 코리아

(2014 투르 드 코리아 7번째 스테이지에서 구간 우승과 종합 우승의 기회가 모두 왔었던 최형민 선수는 마지막에 코스를 잠시 이탈하며 2위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 구간(7번째 구간)은 처음 업힐 시작부터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많이 타 봤던 코스여서 누구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었죠.
종합우승을 했던 휴 카씨 선수가 먼저 어택을 했는데, 잠시 참고 있다가 제 사정거리에서 어택을 감행했고 그 선수를 잡은 후 함께 견재하면서 가고 있었습니다.
둘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고, 제가 조금 앞서 가고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코스 화살표가 왼쪽으로 가라는 표지판처럼 보이는 것이었죠. 그래서 왼쪽으로 갔는데, 정말 왜 그렇게 보였는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구간 우승을 넘어 종합 우승까지 가능했었던 구간이어서 정말 아쉬움이 남습니다.

2014 TDK, 아쉬운 7번째 구간을 뒤로 하고, 개인종합 2위를 차지했다.

스피드보다는 산악 코스가 더 좋다.

벨기에 코스는 저에게 시합으로는 좀 어울리지 않는 편입니다. 훈련에는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 평지의 크리테리움 코스여서 체중이 적은 저에게는 그 스피드와 스프린트 경쟁에서 어려운 코스죠.
오히려, 스위스의 산악 코스처럼 언덕이 많은 코스가 저에게는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자전거는 강성이나 무게같은 수치보다, 반응감이 좋은 자전거를 좋아합니다. 컨트롤과 페달링에 잘 반응하는 자전거가, 승차감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나와 호흡이 잘 맞는 편입니다.

더욱 많고 다양한 엘리트 경기가 국내에도 열렸으면

국내 자전거 엘리트 시합은 선수가 50~60명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데, 규모가 더욱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주력인 도로독주가 1년에 한번 밖에 열리지 않는데, 더 많은 시합과 국제 경기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죠.
엘리트 선수들이 선수를 포기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연습만 하다가 질려서 그만두게 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시합이 적다보니 연습만 하게 되고 연습 자체에 질리게 되어 선수 생활에 회의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죠.
연습은 성취감이 적은 반면 대회의 우승은 성취감이 커서 선수로서의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데, 대회가 적다보니 시합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좌절도 더욱 크고, 우승에 대한 성취감을 느낄 기회도 그만큼 적어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고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홍콩 등의 꾸준한 투자를 통해 아시아 정상 실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더욱 많은 경기가 열린다면, 선수로서의 성취감과 만족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경기를 통한 성취감, 그것이 선수 생활을 지속시킨다.

올해 아시안게임을 잘 못했습니다.
역대 이렇게 많이 연습을 하고 힘들게 한 적이 처음인데, 그래서 오히려 지치고 힘들다보니 성적도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시안게임 후 전국체육대회를 준비하며, 매일 고된 훈련 탓에 너무 힘든 상황에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마저도 했었고, 단체 추발에서 완주도 하기 어려울 만큼 지친 상황까지 왔었습니다.
그때, 감독님께서 3일 정도를 쉬게 만드는 특단의 조치를 하셨죠.
그렇게 쉬면서 저는 괜찮아졌는지 몰랐는데, 시합을 뛰니까 몸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느꼈고,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고, 그 쾌감을 통해 다시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좀 단순한 것 같습니다.
잘 안 풀리면 지치고 힘들다가도, 한번 우승을 하면 그 쾌감으로 이 생활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니 말입니다.


경기 후 회복은 잠이 보약

저의 경우는 회복을 위해서 잠을 자는 게 좋습니다. 잠을 충분히 자야지 회복되는 것 같은데, 마사지 받고 자고, 저녁 먹고 다시 자고, 그렇게 푹 쉬고 나면 피로가 확실히 회복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과 경쟁했던 많은 선수들이 유럽 프로팀에 입단하였다며 부럽다는 이야기를 하는 최형민 선수,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열정도 많은 20대 라이더에게 더 많은 기회와 도전이 주어지기를 바라며 이날의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
오죽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의 현실 속에 자전거 만큼은 세계 어디에 가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스포츠가 되기를 오늘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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