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트레일 라이딩의 매력에 빠져볼까?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산악자전거를 타다 보면 참으로 많은 라이딩 카테고리에 놀랄 때가 있다. 크로스컨트리(XC)와 다운힐(DH)과 같은 전통적인 레이싱 장르에서부터 올마운틴, 엔듀로처럼 산악자전거의 테크닉을 즐기면서 레이스까지 연결된 라이딩도 있다. 그런가하면 오로지 테크닉에만 집중된 트라이얼과 같은 장르에서 자전거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깨닫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라이딩은 바로 '즐거움(fun)'이란 바탕에서 만들어진 것, 바로 '트레일 라이딩'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트레일 라이딩? 그것에 대해 알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달되지 않은 산악자전거 장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트레일'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았을 때 가장 많은 라이더들의 산악자전거를 타는 방법이 바로 '트레일'이라는 것 또한 아이러니한 내용이다.
필자가 트레일 라이딩에 대해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문구가 'No Race, Just Ride(경쟁하지 않고 라이딩을 즐기자)'이다.
그러니까, 트레일 라이딩은 산에서 즐겁게 자전거를 타기 위한 것이지, 서로 경쟁하고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라이딩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산악 라이딩을 즐기는 상당수의 라이더들이 경쟁적인 레이스보다 즐거운 등산같은 라이딩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래서 가장 많은 라이더들이 참여한 산악 장르가 바로 '트레일 라이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산을 즐기면서 자전거를 타는 것, 그것이 바로 트레일 라이딩의 기본이다.


트레일 라이딩 코스는 다른가?

산악 라이딩은 역시 오르막보다 내리막을 달릴 때 더욱 즐거운 편이다. 그래서 유명한 트레일 코스들은 보통 단순한 오르막과 다소 복잡한 내리막길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유명한 코스는 대부분 기존에 조성된 산길에 인위적인 가공을 덧대어 개발되어지는데, 크게 2가지 방식으로 구분되는 편이다.
하나는 테크닉 위주로 코스를 개발하는 것인데, 하나 하나의 코스를 통과하는 성취감을 느끼며 짧은 코스지만 많은 노력이 필요한 종류의 코스다. 이런 코스는 통과할 수 있는 라이더의 수준에 따라 난이도가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주로 초기부터 개발되어 온 코스여서 '올드스쿨'이라고 부르곤 한다.
다른 하나는 부드럽게 흘러가듯 자전거를 타는 플로우 트레일(flow trail)과 같은 스타일의 코스다. 산악 라이딩의 입문자는 천천히 달리면 안전하게 갈 수 있고, 상급자는 스피드를 이용해 코스를 주파하는 성취감으로 라이딩을 즐기도록 설계된 코스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스타일은 최근에 각광을 받으며, '뉴스쿨'이라고 부르곤 한다.
하지만, 이런 인위적인 코스 뿐만 아니라, 전혀 개척되지 않은 산악 길을 달리거나 단지 멋진 경치를 즐기기 위해 달리는 것 자체도 트레일 라이딩이라고 볼 수 있다.
트레일 라이딩은 특별한 코스에 국한되기 보다 라이더가 코스를 대하는 생각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나 하나의 구간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짜릿한 매력을 가진 올드스쿨 스타일의 코스

물 흐르듯 코스를 달릴 수 있으며, 입문자부터 상급자까지 스피드에 따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플로우 트레일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트레일 라이딩은 특별한 코스에서의 라이딩이 아니라, 그저 산을 즐기는 라이더의 마음가짐이라고 볼 수 있다.


트레일 라이딩을 위한 기본 기술이 필요할까?

'산악자전거를 탈 수 있는 라이더, 누구나 트레일 라이더가 될 수 있다'. 이것이 트레일 라이딩의 기본 전제다.
거창한 기술이 없어도, 작은 바위 하나 넘어가고, 경험하지 못했던 길을 달리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산악 라이딩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몇가지 기술이 뒷받침 된다면 더욱 즐겁고 재미있는 트레일 라이더가 될 수 있다. 그 중에 꼭 익혀두면 좋은 기술 몇가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펌핑 - 부드럽게 산악 지형을 타고 달릴 수 있는 기본 기술
드롭 - 낙차가 있는 지형에서 멋지게 뛰어 내린다면, 트레일 라이딩의 재미는 몇배가 늘어난다.
매뉴얼 - 스피드가 있는 상황에서도 앞바퀴를 쉽게 들 수 있다면 갑작스럽게 변화되는 지형에 더욱 빠른 대처가 가능
바니홉 - 장애물을 부드럽게 뛰어 넘을 수 있다면 즐거움의 한계도 늘어난다.

산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모든 라이더는 '트레일 라이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산악 라이딩 기술을 몇가지 익혀둔다면 더욱 재미있는 트레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와같은 갭점프 테크닉이 아니더라도, 펌핑, 드롭, 매뉴얼, 바니홉 등의 기술을 차근차근 익혀가면, 하나의 기술이 늘어날 때마다 트레일은 몇배 더 즐겁게 된다.


그러면 어떤 자전거가 트레일 라이딩에 적합할까?

트레일 라이딩을 위한 '트레일 바이크'가 각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다. 그 자전거들의 특징을 본다면 대략 120~150mm 서스펜션 트래블을 가진 듀얼서스펜션 바이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비슷한 트래블의 올마운틴 바이크보다 가볍고 업힐에 유리한 지오메트리가 설계되어 있다.
사실, '트레일 바이크'라는 라인업이 생겨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산악자전거가 다운힐의 감성으로 태동되었지만, 실제 크게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크로스컨트리 때문이었다. 1990년 중후반까지도 크로스컨트리는 하드테일로 개발되고, 듀얼서스펜션 바이크는 다운힐과 프리라이딩이라는 장르로 그 개발 촛점이 맞추어졌다.
그후, 다운힐의 스타 라이더들이 출현하며, 다운힐 자전거의 개발이 2000년 전후를 기점으로 크게 발전하였고, 서스펜션 기술은 다운힐이라는 장르에 본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술력의 발전은 더욱 가볍고 효율적인 듀얼서스페션 바이크 개발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그때부터 자전거의 기술력은 매우 높게 적용되었지만 레이싱을 위한 제품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의 산악자전거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런 자전거의 대표적인 모델 중에 하나가 '스페셜라이즈드 스텀점퍼 FSR'인데, 레이싱을 위한 자전거가 아님에도 최고의 기술력을 사용하여 '즐겁게' 산악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성을 보여준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발전된 트레일 바이크라는 라인업은 해외에서는 매우 발달되어 산악자전거를 주로 취급하는 브랜드에서는 1개 이상의 트레일 바이크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트레일 라이딩을 위해 반드시 '트레일 바이크'를 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즐거움'을 위한 산악 라이딩이 주제이다 보니 하드테일 XC 바이크부터 올마운틴 바이크까지 다양하게 트레일 라이딩에 적용되고 있다. 그래도, 레이스보다 즐거운 라이딩 자체에 집중하여 산을 즐기려다 보면 '왜 트레일 바이크가 필요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트레일 바이크는 XC의 경량과 올마운틴의 서스펜션 기술이 합쳐져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트레일 바이크는 보통 120~140mm 정도의 서스펜션 트래블을 갖춘 듀얼서스펜션 바이크가 일반적이다.


트레일 바이크의 휠 사이즈

산악자전거의 휠 사이즈는 26인치로 시작하여, 29인치가 나오고, 27.5인치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하지만, 26인치는 이제 더 이상 신제품을 만나기 어려운 '옛것'이 되었고, 그 대신 650b+(27.5+) 사이즈가 새롭게 등장하며, 또 다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렇듯 3가지 휠 사이즈는 각 특징에 맞게 각 라인업에 적용되며 개발되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트레일 바이크'에서 이 3가지 사이즈 휠을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레일 라이딩이라는 것이 경쟁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 않다보니, 스피드와 부드러운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들은 29인치를 찾고, 민첩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라이더들은 27.5인치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650b+ 사이즈가 나타나며 '재미있는 라이딩'이라는 주제에 걸맞는 트레일 바이크가 새롭게 출시된 것이다.

트레일 바이크는 29인치, 27.5인치에 이어 650b+ 사이즈가 출시되어, 하드테일까지 트레일 바이크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스페셜라이즈드 스텀점퍼 FSR 라인업은 3가지 휠 사이즈가 모두 출시되며, 라이더들이 스타일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 트레일 라이딩은 그저 재미있게 타면 되는 것이다.

트레일 바이크, 트레일 라이딩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보았지만, 역시 결론적으로 '트레일 라이딩'이란 그저 재미있게 산악자전거를 타면 된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함께 타고 달리다보면 우리는 새삼 서로 '경쟁'이라는 구도 아래에서 오로지 퍼포먼스 만을 즐기는 라이더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얼마나 빠르게 산을 올랐는지', '얼마나 빠르게 다운힐을 내려왔는지', '누구는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는지' 등, 우리는 자전거를 '잘 타는' 라이더들끼리 모이는 것에 더욱 친숙해진 느낌이다.
때로는, 산의 정취를 느끼고, 계절마다 변하는 산의 색을 경험하고, 함께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그렇게 산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것이 재미있게 되는 것, 필자는 그런 것을 '트레일 라이딩'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저 재미있게 자전거를 타는 것, '트레일 라이딩'의 매력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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