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리브 마케팅, 피비 리우 대표를 만나다.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세계적인 자전거 기업 자이언트(GIANT)와 세계 최대의 여성 자전거 브랜드 리브(LIV)의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피비 리우(Phoebe Liu) 대표가 지난 달 제주도 자전거 투어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리브의 마케팅을 담당하던 시기에 자전거 업계의 여성 라이더들로 꾸며진 로드 투어 팀 뮬란(木蘭)을 만들고, 여전히 뮬란 라이더들과 매년 투어를 떠나는 그녀가 올해는 제주도에 온 것이다.
그녀들과 동반 라이딩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필자는, 라이딩 3일 째(전체 4일 일정) 아침, 피비 리우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자전거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마켓

최근 마케팅 트렌드는 소비자부터 유통 및 생산자까지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자전거 산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변화를 겪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자전거 산업의 마케팅 중심에는 라이더들에게 자전거를 통한 경험과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자전거는 다른 산업과 다른 특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라는 것은 친숙해지지 않는다면 잘 이해하지 못하다가, 경험을 통해 친숙해지면 더 좋아하게 되는 특성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전거에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제품들이 온라인 마켓으로 이동하고 있고, 자전거 또한 온라인 마켓으로 많은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자전거 대리점은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경험'을 전달하고 자전거가 가진 온도를 직접 소비자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자전거를 직접 만져보고 경험할 때 느끼는 것을 우리는 제품이 가진 '온도'라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면서, 우리는 그 소비자가 어떤 자전거를 원하는 지, 어떻게 생활에 적용하게 될 지를 알게 되고, 그에 적합한 제품을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뮬란 팀의 9번째 투어로 찾은 제주


나라에 따른 마켓 차이는 인프라 차이

각 지역마다 마케팅을 다르게 진행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은 그곳에 적용되는 제품의 차이보다 그 나라와 그 지역이 가진 인프라의 차이가 크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타이완은 이미 자전거를 타기에 아주 좋은 나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이완의 경우는 정부에서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길 원하고, 그래서 라이더들은 더욱 편리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자이언트라는 자전거 회사의 역량을 넘어 정부 차원의 책임과 역량이 필요한 것이죠.
이런 면에서 볼 때 한국이나 일본 등은 각 나라의 인프라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고, 이것이 지역 마켓의 차이를 만들게 됩니다.
다른 나라 담당자들이 '우리 나라의 마켓은 타이완과는 달라요'라고 말할 때, 그곳에서 직접 자전거를 타면 그 차이에 대해 이해하게 됩니다. 이것은 '제품'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정부에서 지원하는 '자전거 인프라'에 대한 차이라는 것이죠.
저는 한국 정부에 자전거 라이더들에 대한 이해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제주도만 하더라도 정말 아름다운 섬이고, 자전거를 타면서 경치에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멋진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경험하게 된다면 정말 멋진 일이죠.
자전거를 더욱 편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게 될 것이고, 더욱 많은 경험을 얻어 갈 수 있습니다.


짧은 동영상이 주는 영향력

최근에는 동영상 컨텐츠가 마케팅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로 보입니다. 동영상은 소비자들에게 짧은 시간에 영감을 주는데 큰 영향력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짧은 영상으로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 짧은 수록 더 좋은 것 같은데, 10~30초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더 많은 영상을 만드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2010년, 여성 라이더 모임 '뮬란'을 만들다.

뮬란(木蘭)은 2010년 제가 중국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만들어졌습니다. 여성을 위한 브랜드 리브(Liv)를 런칭해야 했고, 그 당시 모든 임원들은 저를 제외하고 남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회의 중 쭉 둘러본 후 '피비, 당신이 여자니까 리브 런칭을 담당해 줘야 겠어요'라고 시작된 것이죠.
저는 '네, 그렇게 하죠.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자전거 업계의 여성들도 자전거를 타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요.

'어떻게 여성 라이더들을 불러 모을 수 있죠? 어디에 그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는데요'라고 반문을 하니, '업체들에게 연락해서 참가자들을 받으세요'라고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관련 업체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대부분 '자전거를 타는 여자는 없어요'라는 답변들 뿐이었죠. 저는 '1명이면 됩니다'라며 참가자들을 모집했고, 마침내 25명의 멤버가 모이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멤버들이 기어 변속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잘 몰랐었습니다. 물론, 자전거를 어떻게 타는 지도 잘 몰랐고요. 하지만, 우리는 서로 응원하며 여성 라이더들을 홍보했고, 그래서 정말 뮬란 라이더들을 사랑합니다.
멤버들은 자전거 업계에서 체인링, 체인, 페달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잘 몰랐던 사람들었죠.


여성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스포츠

뮬란 팀과 함께 여성 라이더들이 활동하며 업계에서는 여성에게 필요한 자전거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 더욱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리브'가 있기 전에는 여성 라이더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 지 조차 몰랐고, 이제는 '리브'가 여성 라이더들의 요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8~9년 전 뮬란 멤버들의 사진을 보게 되면,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자전거 뿐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여성들은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봅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감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되고, 건강도 좋아지게 되니까요.
매년 새로운 멤버들이 뮬란에 가입하는데, 매년 변화되는 모습들에 놀라게 됩니다. 우리의 퍼포먼스, 라이딩 스피드, 팀의 형태 등이 멋지게 변하고 있고, 그들을 볼 때 정말 기쁩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자전거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직접 경험해야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된다.


가능성을 가진 제주, 정부의 적극적 지원 필요

이곳에 와서 몇일동안 제주도의 해변을 따라서 멋진 경치를 보고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곳의 자전거 도로에 대해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지 압니다. 정부의 담당자들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그 자전거 도로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자전거 라이더는 걷는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걷는 사람들은 언제라도 쉽게 설 수 있지만, 자전거를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장애물이 있다든지, 갑작스런 코너가 있다든지, 자전거 도로에 세워진 기둥 또는 가로등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매우 위험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직접 타보기 전까지는 그것을 잘 알지 못합니다.

타이완에서 자이언트는 정부와 매우 긴밀하게 협조를 하며 자전거 도로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항상 정부에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우리가 직접 타보지 않고서야 그런 정보를 알 수 없기에 직접 라이딩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 담당자들도 직접 자전거를 타지 않고서야 어떻게 하청업체들에게 정확한 요구를 전달할 수 있겠습니까? 직접 타보고 경험하면 어떤 것이 필요한 지 알게 되는 것이죠.
일본의 경우는 시마나미 해도 담당자와 모리야마 시장이 직접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 인프라 개선에 나섰습니다. 모리야마 시의 비와이치 호수 자전거 코스는 2016년 이전만 하더라도 10위 정도의 인기를 가진 자전거 코스였는데, 시장이 직접 자전거를 타면서 지난 해 인기 2위의 자전거 코스로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직접 자전거를 타면서 라이더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게 된 것이죠.

이런 점에서 볼 때, 제주도 정부 담당자들도 직접 자전거를 타고 인프라 개발에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이 멋진 자연환경과 함께 최고의 자전거 코스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는 "최고 담당자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야 실무를 담당한 사람들에게 업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이딩이 첫번째입니다. 보기에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경험하면 수많은 장애물과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전거는 제품을 넘어 경험으로 성취감을 얻는다

자이언트는 단순히 제품의 개발에 있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라이더들을 옹호하고, 자이언트 어드벤처와 같은 투자를 통해 자전거를 더욱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전거는 판매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라이더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와 지원을 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자이언트가 추구하는 철학입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만들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국 라이더들도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도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어떤 것을 원하는 지 알아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도 자전거를 직접 타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은 정말 멋진 풍경과 환경을 갖춘 곳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련 웹사이트
자이언트코리아 : https://www.giant-bicycles.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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