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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사진 : 박창민 편집장 |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사이클링 슈즈 브랜드 시디(SIDI)의 세일즈를 담당하는 안드레아 잠피리온 매니저와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브랜드의 역사, 제품 철학, 그리고 시장 동향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주어졌다.
특히, 새로운 경영진과 함께 혁신을 예고하고 있는 시디는, 전통적인 모델의 명성을 이어가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접목해 미래를 향해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럽과 아시아, 다른 듯 닮은 시장
유럽에서는 최근 그래블 자전거가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시아, 특히 한국과 같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로드 사이클링이 주류를 이룹니다. 이처럼 지역별로 인기 있는 사이클링 유형에 차이가 있어, 각 시장의 특성에 맞는 제품과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죠. 또한, 중국 시장의 경우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사용할 수 없어 별도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인과 아시아인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시아의 문화를 매우 좋아하는데,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아시아 시장을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신발의 '핏(fit)'을 예로 들며, 시디는 아시아인의 발 모양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거 시디 슈즈는 오직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춰 매우 좁은 '레귤러 핏'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 넓고 편안한 '메가 핏(Mega Fit)'과 여성 전용 '우먼 핏(Women Fit)'을 출시하며 변화를 시도했죠.
특히, '밀레니엄 핏(Millennium Fit)'은 기존 제품보다 발가락 부분에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여 착용감을 개선하였고, 새로운 시디 슈즈의 표준이 될 것입니다.
핏의 변화로 새로운 트렌드 및 아시아 시장에 대응하기 시작한 시디
창의성과 혁신의 역사: 시디의 시작
시디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군용 부츠 공장이 해체된 후, 창립자인 디노 시뇨리(Dino Signori)는 1960년에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스키 부츠를 만들었지만, 이후 사이클링이 인기를 얻으면서 세계 최초로 사이클링 슈즈를 개발하게 되었다. 그리고, 모터사이클링 슈즈까지 확장하게 된 것이죠.
사이클링과 모터사이클링은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시디는 두 분야의 기술을 서로 교환하며 발전시켰습니다. 모터사이클 부츠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특수 아웃솔 기술은 이제 사이클링 슈즈에도 적용되어 내구성과 접지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데 활용되기도 합니다.
모터사이클 슈즈로도 유명한 시디
다이얼 시스템의 선구자, 그리고 진화
시디는 1987년부터 다이얼 클로징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브랜드는 보통 외부에서 다이얼 시스템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과 달리, 시디는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하고 생산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시디의 다이얼 시스템은 내구성이 강한 '다이니마(dyneema)' 실을 사용해 쉽게 끊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나사(NASA)가 시디의 다이얼 시스템을 선택하며, 그 기술력을 증명했습니다. 또한 시디는 풍동 실험을 통해 더 작고 얇은 다이얼 시스템이 공기 저항을 줄여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새로운 다이얼 시스템을 개발하여 이번 시즌에 발표하였습니다.
1987년부터 다이얼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왔다.
이번 시즌, 더 작아지고 가벼워진 새로운 다이얼 시스템 발표
디자인 혁신과 미래를 위한 투자
1990년대 시디의 신발은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제품들은 매우 단순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2022년 회사가 이탈리아 투자 회사에 인수되면서 생긴 변화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경영진은 1990년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그 결과 수십 년 간 빛을 보지 못했던 프로젝트들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로고가 새롭게 변경되면서, 더욱 세련되고 온/오프로드를 모두 커버하는 사이클링 슈즈로서의 포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신 트렌드에 맞는 스타일로 변화된 시디의 디자인
시디 와이어 3 슈즈에 새로운 로고가 적용되었다.
불황 속 성장의 비결: 모터사이클 부문과의 시너지
최근 몇 년간 사이클링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디는 2023년과 2024년에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사이클링 부문(48%)과 모터사이클 부문(52%)이 균형 잡힌 매출을 보이며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투자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디의 노력이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디는 여전히 로드 사이클링 부문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그래블과 산악자전거(MTB) 시장에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래블 슈즈는 퍼포먼스 중심의 제품과 '샌드위치와 맥주'를 즐기는 레저용 제품으로 나누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려 합니다.
변화 속에서 성능에 집중한 신제품
시디의 최상위 모델인 샷(Shot)과 와이어(Wire)의 세번째 세대인 샷 3와 와이어 3가 새롭게 발표되었습니다. 이 제품들은 앞으로도 시디의 기술력을 대표할 예정이며, 시디는 사용자들이 어떤 신발이 최고 성능의 제품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최상위 모델들의 이름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시디의 스테디셀러인 '지니어스 11(GENIUS 11)'은 11번째 세대를 맞이하며, 새로운 디자인과 핏을 적용하여 그 인기를 이어갈 것입니다. 특히, 여성 전용 모델을 추가해 더욱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이는 시디의 새로운 전략, 즉 클래식 모델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핏으로 업데이트하면서도 전통적인 이름을 유지하는 전략의 좋은 예시입니다.
또, XC부터 그래블까지 활용이 가능한 새로운 레이스 슈즈 아론(AERON)을 발표하며, 로드 뿐 아니라 산악 분야까지 최고의 슈즈 브랜드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최상급 로드 레이스 슈즈 샷 3
지니어스의 11번째 세대가 발표되며, 스테디셀러의 명성을 이어간다.
새로운 XC 레이스 슈즈 아론
세대교체를 위한 과감한 마케팅 전략
과거 시디는 최고의 선수들과 협력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지만 최근에는 이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시디는 이제 유명 선수들 뿐만 아니라 젊고 유망한 선수들에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이삭 델 토로(Isaac del Toro)와 안토니오 티베리(Antonio Tiberi) 같은 젊은 인재들과 계약을 맺은 것에 있습니다.
이삭 델 토로 선수는 지난 2025 지로 디 이탈리아에서 중후반까지 핑크저지를 입으며, 무서운 신예의 등장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는 새로운 경영진의 전략의 일환으로, 40~50대 기존 팬층을 넘어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함이며, 시디를 더 젊고 현대적인 브랜드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디에는 여전히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습니다. 시디가 수십 년 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성공적인 역사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디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발계의 페라리'와 같은 인식을 심어주어 왔죠.
하지만, 현재 시디의 주요 고객층이 40~50대이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인 밀레니얼과 Z세대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젊은 선수들을 후원하고, 그들이 스포츠를 통해 느끼는 열정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시디의 매력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삭 델 토로 선수는 시디 샷 3 슈즈를 신고 지로 중후반까지 핑크저지를 입었다.
안드레아 잠피리온 매니저는 새로운 경영진과 제품, 전략을 통해 사이클링 시장, 특히 유럽 시장에서 다시 한번 정상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로드 사이클링뿐만 아니라 산악자전거(MTB)와 그래블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워나가면서, 전통과 혁신을 모두 아우르는 브랜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관련 웹사이트
지엘앤코 : https://www.glnco.co.kr/product/product_list.html?comcode=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