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평야와 철새
에디터 : 쇠말패

625사변, 한국전쟁 막바지에 철원평야는 피아간에 한 평이라도 땅을 더 차지하려는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
백마고지를 빼앗으면 평야를 수십만 평 더 찾을 수 있었다. 한반도 38선 이북에 이만한 곡창이 없기 때문이었다. 쌀 밭이 소실점까지 이어진 곳이다. 북한은 전쟁에서 이 땅을 잃었다.

철원평야

가을에 벼를 베고 나면 낱알이 떨어진다.
철새 기러기는 먹이를 찾아 이 곳 평야에 날아 온다. 두루미도 있고 독수리도 찾아 온다. 우리의 가을-겨울 동안 더 추운 곳에서 찾아온 새들이 이 곳에서 한 철을 나고 간다. 지금, 양지리 토교호수에는 밤마다 수만 마리의 기러기가 모여 잠을 잔다.

철원평야에는 두 개 노선의 열차가 다녔던 곳이기도 하다.
경원선과 금강산을 오가던 전기로 가는 협궤열차가 있었다. 경원선은 서울에서 연천을 거쳐 신탄리까지 지금도 운행을 하고 있다. 협궤열차는 철로도 걷혀지고 중간중간 교량의 흔적만 남아 있다.

자전거로 8일, 일요일에 다녀 왔다.
낮부터 개일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아침까지 천둥을 치며 내리는 비는 선뜻 나서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나는 산행이나 자전거 라이딩에 날씨불문이라는 약속을 지키는 편이다.
9시 반에 무섭게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11명이 모였다. 다섯 명이 오지 못했다.
한반도의 기상은 동진한다. 가을 환절기에는 대체로 동남진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하였지만 중부지방부터 개일 것이라는 게 내 경험으로 얻은 예측이다. 무림리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 나니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도피안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양지리를 거쳐 정연리-전선휴게소까지 갔다.
약 20km가 평지다.




이길리에서 민통선 출입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오늘은 초병이 시원하게 통과를 시켜주었다.
전선휴게소에는 낮 두 시가 다 되어서 도착하였다. 메기매운탕이 일품이다. 나는 어쩜 이 매운탕이 먹고 싶어서 자주 오는지도 모르겠다. 식사 후에는 끊어진 철길 다리 위에서 한탄강을 내려다 보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돌아 오는 길에 들린 토교호수에는 기러기 수 만 마리가 물 위에 떠 있었다. 오가는 기러기 패밀리들의 비상이 높았다. 나도 날았다.

구름을 헤치고 햇살이 후광처럼 쏟아져내렸다.
빛을 가슴이 안고 달렸다. 라이딩이 끝나고 무림리에서 멧돼지 바베큐를 먹었다. 바람처럼님이 한 달 전부터 부탁해 두었던 멧돼지가 오늘에 맞춰진 것이다.

처음 라이딩에 참가한 윤구의 후배 이동진의 이야기를 들었다.
밤 11시가 되어서 헤어졌다.
쇠말패, 그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한 많은 한탄강

메기 매운탕이 맛있는 전선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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