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자전거 겨울 여행, 해맞이
에디터 : 쇠말패

2011년 01월 15일  金   맑음 
해맞이공원-축산-병곡-후포-평해-월송정-구산해수욕장    47km



구름 한 점 없는 바다에서 태양이 떠 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난생 처음이다. 좋은 날 착한 곳에 있었던 덕이다. 영덕해맞이공원 창포말등대가 명당인 것이다. 오이쨈님이 소리쳤다.

"해가 떠요!"
카메라를 들고 테라스의 난간에 기대었다. 조심스럽게 셔터를 눌렀다. 불경스런 내 몸짓으로 태양이 다시 물에 잠길가 봐서다.
물이 물 위에서 타는 듯이 빛났고, 태양은 붉은 물살 꼬리를 끌어 올리며 바다에서 솟아 올랐다. 가슴이 벅찼다. 북받치는 기쁨의 내압이 내 몸의 세포 하나 하나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 같았다.
지평선과 산능선에 떠 오르는 태양은 수 없이 경험하였지만 바다에서 이렇게 말끔하게 뜨는 태양은 처음인 것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쌓은 공덕이 이만 못 한 데도 섭리는 나에게 큰 은덕을 보여준 것이다. 겨울여행에 참가한 네 친구들에게도 감사해야겠다.

이 여행이 끝까지 아름답기를!



겨울여행에 대한 자부심과 설렘이 우리를 신나게 해 주었다.
오늘의 해맞이 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성공한 것이라는 자부심과 구룡령을 넘어갈 앞날에 대한 설렘으로 오늘 하루가 즐겁고 기쁜 것이다.  옆에서는 자작나무님이 빠른 손놀림으로 풍경을 화첩에 드로잉하고 있었다. 인디고뱅크님과 산장지기님 그리고 오이쨈님도 사진찍기에 바쁘다. 여행에서 얻는 덤, 해맞이가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강구에서 병곡까지 이어지는 20번지방도는 자전거여행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길이다.
적당하게 고개를 오르내릴 수 있고 귀에서 파도소리가 멀어지지 않는 길이다. 길에서 누구를 만나도 모두 천사로 보이는 그런 길이다. 이어지는 해수욕장의 풍경도 좋았다. 명사20리 고래볼해수욕장의 모래해변에는 노곤함을 달래는 갈매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길을 막는 북풍의 훼방을 이기지 못한 김에 핑게를 대면서라도 풍광을 구경하고 싶은 길이다.
우리만 달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갈매기를 사열하는 인디고뱅크님


누군가 장난삼아 만든 것 같은 바다로 가는 길을 발견하였다.
해학이 넘치는 오이쨈님이 자전거를 달려 바다에 빠진다. 인디고뱅크님과 자작나무님도 뒤 따른다. 놀란 갈매기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모래바람은 해변을 에워싼다. 이 장면은 동해안 겨울여행의 정수라 할만하다. 우리는 어린 아이가 되었다.

병곡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시 7번국도를 만났다. 길은 후포에 이어 평해를 거친다. 평해를 지나 5km를 더 가다가 월송정에 들렸다. 해송에 둘러싸인 정자의 단아한 기품이 그만인 곳이다. 정자에 오르면 바다와 솔숲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마실 수 있다.

일출과 바다와 바람과 길과 동행하는 친구들에게 반하여 나는 아무 곳에서나 머물고 싶었다.
날이 어우워져 야영지를 찾고 있는데 울진에 살고있는 공공칠님이 차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찾아왔다. 자전거타기를 좋아하는 그는 나의 블로그 이웃이다. 블로그에서 만난 인연으로 대면까지 하게 된 것이다.
울진군의 상세한 지도를 갖고 오셨다. 아들들에게 우리를 만나게 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내일 죽변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오셔서 우리의 길을 안내해 주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월송정


끼니마다 후식으로 먹은 누룽지와 숭늉은 인디고뱅크의 작품이다.

구산해수욕장 솔밭에 텐트를 쳤다.
한파경보가 내려졌다. 더 추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저녁을 지어 먹으면서 작은 모닥불을 피워 손을 녹였다.

북풍이 뼛속까지 사무쳤다.
하지만, 참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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