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4~09/15
겨울 자전거 여행, 병원에 가다.
2011-04-13   쇠말패

2011년 01월 17일  月  맑음  신남-삼척-동해-옥계-정동진   70km
 
아무래도 병원엘 가야겠다.
대원들의 의견도 그랬고 나도 더는 미룰 수 없을만큼 통증을 느꼈다. 아침을 먹자마자 취재차량을 타고 삼척의료원으로 갔다. 정형외과에 등록을 하고 병원 복도에서 잠시 대기를 한다. 뼈라도 다쳐서 더 이상 자전거를 못 타게 권고를 하면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영 지워지지 않는다. 이 여행을 내가 원하던대로 계속하고 싶은 것이다. 나를 맞은 의사는 인상이 좋은 나이든 분이었다. 함께 간 김PD가 미리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묵었던 신남분교, 교실에서 바라본 풍경.
멀리 바다를 보며 뛰어 놀았을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친절했던 삼척의료원

원장님은 차분하고 알아듣기 쉽게 내 엑스레이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했다. "관절은 좋습니다. 관절 주변의 인대와 근육이 문제입니다. 노화와 추위와 무리가 합해서 생긴 병입니다. 넘어졌을 때에 좀 쉬셨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무리를 한 것이 병을 키웠습니다. 나이에 비해 너무 무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추운 날에는 더 나쁘지요. 그렇다고 무조건 쉬라고 권해도 그러지 않을 분이라는 게 뻔 합니다. 의사로서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진통제를 이틀 치 처방 하겠습니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조심해서 자전거를 타시기 바랍니다."
나는 진통제를 3일 분으로 늘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병의 내용을 훤히 알고나니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었다. 오늘 하루는 쉬고 내일부터 다시 자전거를  타야겠다.
 
산장지기님을 비롯한 대원들은 신남을 출발하여 삼척을 거쳐 북으로 북으로 운행을 계속하였다.
동해안도로 중에서도 악명이 높은 길이다. 연이어지는 고갯길을 넘고 넘어야하는 길이다. 나는 취재차량을 타고 앉아서 오만 생각을 다 한다.




나는 아는 사람들에게 취미생활을 권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반복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다보면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이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취미를 통해서 그런 상처들이 많이 치유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취미란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말한다. 내가 그 일을 하면서 즐겁다면 그건 취미다. 재미있고 능숙해지면 자부심과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는 게 취미다. 학식이나 돈이 부족하여도 내가 남들보다 어느 한 가지 재미있게 더 잘하는 일이 있다는 자부심은 아무리 어려운 형편에서도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정신줄이다. 직장에서 취미처럼 일을 하는 사람은 성공한다. 일이 재미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취미로 등산과 자전거타기와 스키타기를 꼽는다. 다 몸으로 부대끼는 놀이이다.
등산이 재미있어서 암벽타기와 빙벽타기, 고산등반을 했다.
자전거타기가 좋아서 도로와 산길을 갔고 드디어 사막으로 긴 여행도 경험하였다.
스키타기가 좋아서 스키장은 물론 눈 덮힌 산으로도 다녔다. 스키를 타다가 추락하여 어깨뼈가 부러졌을 때에도 기분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런 취미적 경험은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돈을 벌어 생계를 꾸리는 일은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일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어느 때가 되면 그 일마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지게 된다. 노인들의 고민이다. 퇴직을 하고도 살아 있어야할 세월이 20~30년은 되는데 말이다. 할 일이 없으면 살 이유가 마뜩치 않다. 그래서 우울해지거나 실속없는 삶을 살게 된다. 더러는 자살도 한다.
퇴직 후의 삶이 인생의 멋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취미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몸을 움직여서 하는 취미는 더 권할만 하다. 노화를 늦출 수 있고 자신감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취미 중에서도 몸으로 하는 자전거타기는 여행을 겸할 수 있어서 더 좋다.
이번 겨울여행에 참가한 60대는 나를 포함하여 산장지기님과 오이쨈님이다. 50대의 인디고뱅크님 그리고 40대의 자작나무님 모두 자전거타기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젊은이든 나이든 사람이든 지금부터라도 취미를 시작하면 좋겠다.
취미는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꿈꾸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희망이 있다면 어느 때이던 인생은 아름답고 충만할 것이다.

밤재를 오르는 모습

밤재휴게소에서 간식을 먹으며

저녁무렵, 옥계를 지나 정동진으로 빠지는 지방도를 탄다.
밤재를 힘겹게 올랐다. 밤재휴게소에서 만난 70대의 사장님은 추위에 자전거여행을 하는 우리 일행을 보고 안쓰러워 한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칼바람이 부는 밖으로 나가 자전거를 타야하는 이 미친 짓이 더 안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밤을 헤치며 쏜살같이 내리막하고 나니 정동진이다.
야경이 그만이다. 이미 관광명소가 된 정동진이다. 배가 산 위에 올라와 있었다. 정동진을 지나 1km를 더 가면 바다쪽으로 솔밭이 있다.
밤재휴게소 사장님이 일러준 야영터이다. 그럴 듯한 곳이다. 그러나, 더 반가운 것은 오이쨈님의 딸과 사위가 음식을 잔뜩 준비해 온 것이다. 닭백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푸짐한 음식과 약주를 나누었다.

무릎을 따뜻하게 하라는 대원들의 압력?과 권고에 따라 모텔에서 잤다.

어둠을 가르며 내리막하는 대원들


2011년 01월 18일  火  맑음 정동진-강능-주문진-양양
 
동해안의 그림같은 해안도로도 좋지만 나는 함께 달리는 길동무들이 더 좋다.
어디를 여행하느냐 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반 여행도 그렇지만, 이번 여행처럼이 어렵고 힘든 도전을 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하기 쉽다. 한계를 넘는 추위와 끊임없는 페달링 앞에서는 누구나 극단적인 이기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이기를 나무랄 수도 없다. 저체온으로 인한 동상의 위험에 노출되고도 자신보다 친구를 더 배려할 수 있는 의지는 아무에게도 없다. 만약 있다고 하더래도 위험하다.
다른 대원들의 이기를 이해하여 주는 게 오히려 더 큰 배려가 된다. 이기이든 용기이든 스스로 살아 남는 행위야말로 극한상황에서의 윤리이다. 다른 대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바로 그들을 도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나는 우정이라 부른다.
스스로 살아남아 있고, 남을 구조해야할 일이 없으면 팀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대원들이 모여서 탐험여행을 하게 되면 여행의 99%가 낭만이 아닐 수 없다. 고통과 어러움을 기쁨과 희망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먼길을 갈 수 있다.


아침마다 가장 먼저 일어나 스토브에 불을 붙이고 밥솥을 올리는 산장지기님, 60대의 미남이다. 몇 달 전에 삼일회계법인의 상무직에서 퇴임하였다. 체력이 남다른 덕에 지금도 백두대간을 펄펄 날아 다닌다.
산장지기님과 동갑인 오이쨈님은 해학과 낭만이 몸에 벤 사람이다. 누구를 만나도 5분 안에 그에게 웃어주지 않은 사람이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편이 되게 하는 오이쨈님의 화술은 우리 팀의 낭만엔진이다. 두 달 전에 한국방송공사에서 퇴임하였다.
인천에서 의류사업을 하고 있는 늙은 해병 인디고뱅크님, 50대의 혜안을 가졌다. 이번 여행에서 총무를 맡았다. 살림살이의 오묘함에 모두들 만족해 하고 있다.
막내 자작나무님, 국어교사이다. 그림을 잘 그리고 음악에도 끼가 많다. 힘든 일을 마다 하지 않으며 때때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준다.
나의 길 복이 이만하다. 어찌 여행이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동진 앞 바다

정동진에는 배가 산에 올라 있다.



경포대에서 대원들과 다시 자전거로 합류하였다.
나를 걱정해 주고 기다려 준 대원들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어서 더 열심히 페달을 밝았다. 진통제 덕분인지 날카로운 통증은 무디어지고 묵직함같은 게 있긴 하지만 왼쪽 관절은 이상 없이 작동 되었다.

주문진 어시장은 언제나 북적거린다.
생선을 파는 난전에서 흥정을 한다. 생선에 밝은 인디고뱅크님이 이 고기 저 고기 넣어서 들통에 가득 담은 다음 값을 치르고 그 걸 횟집에 넘기면 거기서 자리와 양념, 야채와 함께 푸짐한 회가 나온다. 나중에는 매운탕이 나오고 밥을 먹게 해준다. 맛있고 넉넉하게 회를 점심으로 먹었다. 산장지기님이 회를 샀다.
기운이 솟았다.

파도가 바위에 얼어 붙었다.

경포대에서

주문진 어시장에서

달리고 달려서 어두워진 다음에야 양양에 닿았다.
버스터미널 부근 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다. 내일 해발 1000m가 넘는 구룡령을 오르기 위한 준비로 오늘은 민박을 하기로 한 날이다. 식당 2층에 모텔이 있었다. 모처럼 샤워를 하고 몸을 뜨뜻한 온돌에 누인다.

몇 십 년만이라 했다.
강추위가 이렇게 보름이 넘도록 풀리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도 영동지방에 눈이 내리지 않은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날은 하루도 흐린 날이 없었다. 추운 날에 눈까지 내려 쌓였다면 더 어려웠을 것이다.
취재 나온 김PD는 눈보라가 없어서 그림이 되지 않는다고 푸념이지만 어쩌겠는가 날이 그런 걸!

38선휴게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벌인 즉석 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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