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따라 캠핑 여행, 영월~도담
에디터 : 쇠말패

동쪽에서 흘러드는 조양강(朝陽江)을 영월에서는 동강(東江)이라 하고, 서쪽에서 유입되는 주천강(酒泉江)을 서강(西江)이라고 부른다. 두 강이 영월에서 합류하여 남한강이 된다. 남한강은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로 흘러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두 물이 모여 한 물이 된다. 팔당을 거쳐 서울에 이르면 이미 한강이다. 영월에서 강따라 서울까지 약 350km.

몇 년 전부터 남한강을 따라가는 자전거여행을 꿈꿨다. 지도에 형광색 표시를 하고 일정을 셈하면서 누구와 이 길을 함께 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기대도 생겼었다. 기간은 봄이나 가을이 좋을 듯하였다. 약 5일간 캠핑을 하면서 강물의 흐름을 따라 자전거로 대지를 흐르는 것이다. 흐르는 강물에 자전거와 인생을 띄워놓고 바라보는 게 썩 괜찮을 것 같았다. 4박5일의 쇠말패 낭만여행은 이렇게 꿈을 키웠었다.

U자로 흐르는 강물을 건너 청룡포가 있다.

대원 8명.
흰늑대, 보라매, 산장지기, 오이쨈, 인디고뱅크, 하비, 바람개비 그리고 국민일보의 김남중기자.
모두 자전거 경력이 만만치 않다. 40대 초반 바람개비부터 60대 중반 흰늑대까지 연령차도 20년이 넘고, 직장과 하는 일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다. 그저 자전거여행의 낭만이 좋아서 일상을 버린 사람들이다.

8일 저녁, 무림리에는 속속 대원들이 모여들었다.
영월까지 차량지원을 해 줄 정선아리랑, 바람처럼, 김부장, 트리스탄과 원정대원들은 9일 새벽 5시에 무림리를 떠나 영월로 향했다. 주천강이 U자 형태로 흐르는 청룡포 앞에서 우리는 자전거를 차에서 내려 트레일러를 조립하고 자전거와 연결하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자전거여행이다.
청룡포는 왕이었던 단종이 삼촌 세조로부터 유배되어 살던 곳이다.

동강교를 건너는 대원들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합수부

자동차로 여행을 하면 강을 구경하지만 자전거로 여행을 하면 우리는 강을 느낄 수 있다.
강에서 물비늘을 차고 오른 바람은 냄새가 다르다. 강가에 핀 노랑 현호색은 색깔이 바로 향기로 몸에 파고든다. 강에는 물만 흐르는 게 아니다. 시간이 흐르고, 삶이 흐르고, 낭만을 묶은 뗏목이 흐른다.

영월에서 약 10km를 달려 고씨동굴 앞을 통과한다. 여기서부터는 우리나라의 태표적인 카르스트지형이다. 석회암의 용식으로 갖가지 형태의 바위와 동굴 등이 나타난다.
단양팔경 중에서도 그 자태가 빼어난 도담삼봉, 남한강 물줄기 가운데에 우뚝 솟은 세 개의 석회암 봉우리를 관광하면서 나는 강 건너 도담마을엔 누가 살고 있을까 하고 늘 궁금했었다.
자전거로 도담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험하고 고달팠다. 배를 타지 않으면 건너갈 수 없었던 도담마을에 새길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우리는 한창 공사 중인 현장도로를 뚫고 들어갈 수가 있었다. 행운이었다.


고씨동굴 앞에서






첫날은 여섯 명이었다.
보라매와 김 기자는 내일 만나기로 하였다. 여섯 중에서도 오이쨈님이 초청한 하비님은 오늘이 우리와 첫 라이딩이다. 50대 초반의 여성이라 자전거여행에 필요한 체력과 기술이 미흡할 것 같아 염려가 있었는데 기우를 훨씬 넘었다. 붙임성과 적극성은 오히려 우리가 배울만 하였다. 여행은 사람도 강물처럼 흘러야 마땅하며 그 안에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막영지를 찾느라 도담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산장지기님이 알맞은 장소를 찾아냈다. 모두들 만족하였다. 캠핑에는 풍수지리가 으뜸이다. 그런 곳을 용케도 찾아내는 직감은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 준다.
저녁을 지어 먹었지만 워낙 답답한 곳이라 가게가 없어 미처 반주를 준비하지 못 했다. 술없음의 아쉬움을 달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공사판 길을 힘겹게 오른 다음 도담마을에 닿았다.

반대편에서 보는 도담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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