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을 넘어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
에디터 : 서동권

6월 11일 여행 4일차 <몬트리올 관광>

오늘은 몬트리올 관광이다!! 좋다고 소문난 도시라서 하루 동안 관광을 하기로 결심한다.
어제 호스텔에서 샤워도 하고 침대에서 자고 나니 몸이 완전 개운하다. 이것이 인생의 묘미란 것인가.
카메라, 자전거, 지도 한 장 만 가지고 몬트리올 시내를 구석구석 누빈다,

몬트리올 거리

대도시가 역시 복잡하긴 하다.
교통량이 많아서 천천히 가고 있는데 앞에 주차해있던 차가 갑자기 문을 연다. 깜짝 놀라서 순간 브레이크를 콱 잡아서 자동차 문짝은 안 박았지만 뒷바퀴가 공중으로 뜨면서 내가 넘어졌다.
갑자기 문을 연 여자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옆에 가던 흑인도 놀란다.
괜찮으냐고 물어본다. 괜찮겠냐 너 같으면.. 그래도 웃으면서 쿨하게 괜찮다고 한다.
마침 노트레담 성당 찾고 있는 중이라 그 와중에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니 그렇게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노트레담 성당에 도착 !

노트레담 성당!

노트레담 성당 옆에는 성 바울의 거리가 있다. 성 바울, 성경에 보면 얼마나 위대한 사람으로 나와있는가. 하지만 그의 이름을 딴 거리는 술집이 즐비하다. 참 아이러니하단 생각과 성 바울이 참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 바울 성당

성 바울 성당 앞에서

오후에는 구글에서 미리 찾아 놓은 자전거 샵에 가서 패드달린 바지를 산다. 보드화도 버리고 편해 보이는 운동화도 산다. 돈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정말 필요했다.

이렇게 관광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 한국 마트에 들러서 라면과 냉동을 산다. 라면은 비상식량, 냉동은 오늘 저녁!

저녁을 먹고 구글맵으로 내일 아침 몬트리올을 빠져나가는 길을 찾아본다.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첫번째는 길 이름이 다 불어라 다 비슷해 보이는 거였고 두 번째는 너무 복잡했다.
그래도 사람한테 물어 물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길 찾기를 빨리 마무리 짓고 그 동안 하지 못한 얘기를 여자친구와 나눈다. 그리고 다시 떨리는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
내일은 또 어떤일이 일어날까?

오늘 쓴돈: 점심 맥도날드 5달러, 식료품 20달러, 바지+신발 140달러


6월 12일 여행 5일차 <안녕 몬트리올, 폭우와 첫 번째 펑크, 중국인 부부의 도움>

몬트리올 HI-Hostel은 아침밥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 사온 냉동으로 아침을 먹는다.
여행 시작한지 5일차. 제대로 먹지 않고 다니니 이제 몸에 영양이 좀 딸리는 듯 하다. 잘 안 먹던 아침인데도 그냥 술술 잘 넘어간다.

8시 30분 새로 산 바지와 신발을 신고 캐나다 수도 오타와를 향해 출발!!
이제 좀 자전거 타는 사람처럼 보인다!


역시나 몬트리올을 빠져 나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언덕과 한 블록 한 블록씩 있는 신호등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몬트리올 시내를 빠져나와 148국도를 타는데 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10키로 밖에 안되는데...

드디어 찾았다 148국도 Saint-Martin Quest

이제 길도 찾았겠다 한동안 이 길만 따라 가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자전거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 하나가 풀리면 하나가 엉킨다. 날씨가 우중충 해지기 시작하고 Subway에 들러서 점심을 먹고 나오니 이렇게 비가 온다.


금방 그칠 것 같아서 서브웨이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그칠 것 같지 않다. 몬트리올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내 여행에 있어서 뒤로 Back 하는 일은 없다.  전진만 있다.
어차피 50일 동안 여행에서 비는 당연히 온다. 비가 오면 오는 데로 가는게 맞지 않은가...


사진 0666

이렇게 셋팅을 하고 나서 출발- 두 시간 후에는… 비가 많이 와서 남의 집 지붕 아래서 이렇게 비를 피한다.


소나기처럼 내리는 비를 맞고 가는데 옆에 가던 지프차가 창문을 내린다.

"너 혹시 캐나다 횡단하고 있어?"
"응 그런 식이지."
"와 너 정말 Cool하다 !! 뭐 필요한거 없어? 먹을 거? 잠잘 곳? 아니면 돈 필요해? 말만해."

순간 돈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러면 안될 것 같았고, 방금 여정을 시작해서 괜찮다. 너무 고맙다라고 말했다.
정말 고마웠다. 그렇게 신경 써주기 쉽지 않을텐데.
힘을 내서 다시 달려본다. 빗길 라이딩이 위험하긴 하지만 땀도 안 나고 시원해서 달리기 참 좋다는 궁극의 긍정적 마인드까지 생겼다.

잠시 쉬기 위해 큰 나무를 하나 찾아서 자전거를 기대놓고 담배를 하나 핀다.
저기 옆에서 어떤 할머니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그 모습이 마치 빨리 내 구역에서 나가라는 것 같아서 짐을 챙겨서 다시 떠날려는 찰나에 할머니가 비를 맞으며 걸어오신다.

"자전거 여행 중이니?"
"네. 죄송해요 지금 떠날려고 했어요."
"아니야 여기서 이렇게 비 맞지 말고 이쪽으로 와서 쉬고 가."
"괜찮습니다 이제 정말 떠날려구요."
"그래도 조금만 쉬고 가."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머니의 발코니로 갔고 할머니는 과자와 음료수를 주신다.
맛있게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흘렀다. 비가 오니 날이 빨리 저문다. 나도 이제 잘 곳을 찾아봐야한다.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드리고 다시 떠난다.

조금은 무서워 보이지만 착하신 할머니

그렇게 빗길을 달리는데 속도계가 조금 이상하다. 아니 아까부터 이상했던 것 같다. 얘가 비를 맞으니 맛이 간 모양이다. 그냥 꺼져있다.
상관없다. 비가 오니 지도도 못 펼쳐보니 나침반과 표지판으로 무조건 동쪽으로만 향한다.

오후 5시가 다 되어 간다. 그리고 조그마한 타운이 나타난다. 이 타운만 벗어나고 잘 곳을 찾아보자고 생각한다. 타운 시내를 조금 빠르게 지나가는데 비가 와서인지 시야가 많이 흐려져 있었다. 바로 내 눈앞에 하얀 돌들이 보인다.
뭐지? 피하자!
앞 바퀴는 피했다. 하지만 뒷 바퀴는 못 피했다. 갑자기 퓨시시하는 바람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타이어 바람 빠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그냥 가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퓨시시하는 소리와 함께 1초 2초 3초.. 뒷바퀴 바람이 다 빠져버렸다. 뒷 바퀴가 순식간에 너덜너덜 해졌다.
어의가 없어서 아까 그 돌이 뭔가 보러 가니 엄청 큰 유리조각이었다.

왜 하필 이런 때에... 정말 모든게 다 원망스러웠다.
아직 실제로 펑크를 떼워 본 적이 한번도 없었고 게다가 비까지 오니 패치가 튜브에 안 붙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래도 조금 커 보이는 타운이니 자전거 샵이 있겠지. 거기로 가면 이거 금방 고쳐주겠지!'
옆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서 자전거 고치는 곳이 이 근처에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니 난 급해 죽겠는데 한참을 생각하다가 알려준다.

여기서 하나 알아야 할 점은 금방 도착한다. 몇 블록만 가면 있다 라는 말은 십중팔구 거짓말이다.
금방 도착한다 = 차로 가면 금방 도착한다.
몇 블록만 가면 있다 = 차로 가니까 몇 블록처럼 느껴져서 그렇게 말하는 거지.

자전거 휠이 상할까봐 왠만한 짐은 내 백팩에 다 구겨 넣고 백팩은 맨다. 그리고 자전거 뒷바퀴를 살짝 들어 총총걸음으로 자전거 샵을 찾으러 간다.
자전거 샵은 금방 안나타난다.
혹시 길을 잘못 들었나 해서 옆에 편의점에 들어가 물어보기로 한다.

편의점에 들어가니 아니 이런... 이런 외진 타운에 아시아 사람이 있다.
우선 영어로 이 근처 자전거 샵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자기들끼리 중국어로 어딨지 어딨지 상의를 한다. 아 중국인이구나 !
그때부터 중국어로 상황 설명을 하기 시작하고 아저씨께서 갑자기 내 차 있으니 "내 차로 데려다줄게!"라고 하신다.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상황이 급박했기에 그렇게 하기로 한다. 산지 한 달 밖에 안된 승용차에 내 자전거를 구겨 넣으니 자동차에 자국이 나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의 짐은 자동차 시트를 정말 민망할 정도로 흥건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아저씨는 괜찮다고 하시고 자전거 샵으로 갔다. 차로 가니 금방이다.

자전거 샵에 도착하니 5시 31분...
문 닫았다고 한다.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자기 애기 데리러 가야 한다고 나가 달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아저씨 자동차 시트를 적시며 가게로 돌아온다.
이렇게 됐으니 내가 그냥 고쳐야지!! 이때 한가지를 깨달았다.
"이것들이 나를 더욱 강해지게 만드는구나."

아저씨가 괜찮다고 하셔서 아저씨 가게에서 자전거를 고치기 시작한다. 아저씨도 옆에서 열심히 도와주신다. 왔다 갔다 하는 손님들의 동선을 가로 막고 있어서 아저씨게 너무 민망했다.
헤어드라이기로 튜브를 말리고 물에 젖은 패치도 말린다. 유리조각이 난도질한 부분을 찾고 유리조각도 빼 낸다. 타이어에 박힌 유리도 빼낸다.
그렇게 자전거 펑크 떼우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미니 펌프로 바람을 넣는데 이건 정말 인내심의 한계이다. 

첫 번째 펑크

아저씨 아주머니께 너무 감사해서 뭐라고 사야겠다 생각한다.
이것저것 그냥 막 주섬주섬 다 고른다.

"얼마에요?"
"괜찮아 그냥 다 가져가."
"아니에요 오늘 이렇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럴수는 없죠, 받으세요~"
"아니야. 도울 수 있을 때 도우는게 사람의 도리지."
"네..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같이 사진을 찍고 나는 가게를 떠난다.

나를 도와주는 중국인 부부

이미 7시가 넘었고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비는 계속 온다. 거리에 사람도 없다.
소방서가 있어서 그쪽으로 가보았지만 비를 가릴만한 곳이 없다. 사람도 없다.
정말 막막했다. 그렇게 타운을 배회하던 중 그냥 집 문을 두드려 도움을 청해보기로 한다.

다시 한번 느낌이 있는 집을 찾는다. 저거? 이거? 저거? 이거? 고르고 빼기를 반복하다 드디어 한 집을 찾았다.

똑똑똑..
똑똑똑…

왜 안나오지? 사람이 없나?
그리고 뒤를 돌아서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ㅠ_ㅠ 하나님 고맙습니다.

다시 뒤를 돌아서서 샤방하게 웃으며 내 상황을 설명하는데.. 아.. 하나님 오늘 얼마나 저를 강하게 만드실려고 이러십니까. 영어를 할 줄 몰랐다.
나도 당황 그 아주머니도 당황,, 불어로 뭐라고 하더니 집으로 사라진다. 내 잠자리도 같이 사라진다. 하지만 다시 남편이 나타난다. 남편은 영어를 조금 해서 남편에게 상황설명을 하니 와이프한테 물어본다고 한다.

그리고 OK !
너무 기분 좋아서 사진 한방 찍자고 했다.

이사람도 무서워 보이는데 알고보면 착한 사람

드디어 오늘 잘 곳을 구했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시간은 이미 8시..

모기와 싸우며 텐트를 치고 수돗가에서 대충 씻는다. 하루 종일 비가 오니 방수커버도 소용이 없구나. 텐트도 젖어있고 다 젖어있다. 그래도 모기를 피해 언능 텐트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서 스토브를 켜서 텐트를 좀 말리니 괜찮아진다.
저녁은 밥과 라면이다.

이렇게 다이나믹한 오늘 하루가 마무리 되는구나.
내일은 오타와로 들어가야겠다. 오타와에는 아버지 친구 아들 진우형이 기다리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든든하다.

비가 계속 오는구나...
있다가 새벽쯤 되면 물이 아래서 위로 올라오겠지. 내일은 비야 멈추어다오.
그래도 누울 자리가 있으니 편하구나.

주행시간:아침 8시30~ 저녁 8시
주행거리: 알수없음.
쓴돈 : 점심 서브웨이 1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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