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밖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기 위해..
2012-09-13   서동권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더 많은 세상을 보기 위해 휴학을 하고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7개월 간 서브웨이(Subway)에서 열심히 샌드위치를 팔았고, 올 때 부모님께서 주신 돈과 내가 번 돈을 합쳐 여행비를 마련했다.

  유리창 밖으로 세상을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보통 사람들은 여행을 하며 인생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하며 그들의 일상을 보고 자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기에 여행은 여행자에게 인생의 교훈을 준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으로 버스, 기차, 비행기를 이용해서 여행을 하곤 한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통'을 위한 여행이라면 적어도 유리창 안이 아닌 유리창 밖에서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내가 자전거 여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이다. 자유로운 소통. 자전거 여행. 게다가 아직 젊지 않은가. 젊을때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젊으니까 해야하는 것.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기계에 적응된 인간의 틀을 벗어나 내 두 다리로 세상을 누빈 다는 것, 참으로 멋지지 않은가.

마지막 목적지, 벤쿠버에 도착한 날

나는 2012년 6월 6일부터 7월 25일까지 약 50일간 캐나다 최 동부 할리팩스(Halifax)에서 출발해서 동쪽으로 퀘벡시티, 몬트리올, 오타와, 토론토, 나이아가라 폭포를 거쳐 캐나다 미국 국경을 넘어 미국에 입국했다. 그리고 서쪽으로 뉴욕까지 갔고 뉴욕에서 그레이하운드(북미 장거리버스)를 타고 로키산맥의 시작점 벤프에 도착. 로키산맥을 타고 북으로 행진하여 로키산맥의 끝인 쟈스퍼까지 갔다.
쟈스퍼에 도착 후 다시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캐나다 최 서부에 위치한 벤쿠버에 도착함으로서 내 여행은 막을 내렸다.

여행 중에는 기차 1번 (할리팩스에서 퀘벡시티.18시간),
버스 1번 (뉴욕에서 벤프까지.70시간)을 탔고
나머지 약 3300km는 자전거로 이동했다.

내 여행기가 자전거 여행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정보가 됐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체험기를 적는다.

  여행 준비

-자전거: 물가와 세금이 너무 비싼 캐나다에서는 자전거 값도 만만치 않다. 특히 새 자전거는 정말 비싸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중고 자전거이다. 캐나다에서 유명한 중고 사이트는  키지지 (www.kijiji.ca )이다. 이곳에 들어가서 해당 지역을 고르고 bike 메뉴를 클릭하면 중고 자전거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온다.

키지지 중고 거래 사이트

자전거에 무지했던 나는 키지지에 올라온 튼튼해 보이는 캐논데일 MTB F4 2009를 550달러에 구입했다. 내그 구매한 MTB, 그때는 몰랐는데 이건 앞에 가방을 못 단다. 여행용 바이크를 정말 강추한다.


-지도: 로드용 지도는 월마트에서 약 20달러에 구매.
-텐트 및 침낭은 Canadian Tire에서 구매.
-기타 자전거 용품: MEC (Mountain Equipment Co-op)에서 구매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실용성있게 잘 나왔다.
물품구매만 하는데도 돈이 엄청나게 나왔다. 자전거 여행이 쉽지 않다는걸 깨달았다..


처음 짐을 실어보니 이렇게 나왔다.

앞에 페니어를 달 수 없어 뒤에다가 다 실어야했다. 처음 짐을 다 싣고 시범 주행을 했을때는 중심 잡기도 너무 힘들었다. 저 어마어마한 짐들, 대략 40kg정도 된다. 타이어 공기압을 초과해서 넣었는데도 타이어가 눌린다. 이대로라면 뒷바퀴에 펑크가 엄청 날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나는 간다.
사실 출발 전날에는 잠이 안왔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불안에 휩싸여 잠을 못 이룬 출발 전날의 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떨리는 마음과 걱정으로 출발, 하지만 비~!

6월 6일
드디어 출발의 날이다.
캐나다의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하다. 예를 들어 아침에는 비가 오고 점심에는 햇빛이 났다가 저녁에는 눈이 오는 경우도 있다.
출발하기 3일전부터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첫 출발인데 빗속에서 출발하고 싶지 않았다. 좋은 날씨에 출발해도 갈 수 있을까 말까 한데 비라니...
일기예보를 보니 출발 날에는 비가 안오는데 내가 가려고 하는 지역은 비가 계속 온다. 비구름을 건너뛰어 퀘벡시티까지는 기차로 이동하기로 한다.

자전거 여행의 경험이 없는 나는 전날 새벽 3시까지 짐을 풀고 싸고를 반복한다. 그리고 나서도 떨리는 마음과 걱정 때문에 새벽 5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 7시에 기상. 펑크 때우는 법을 알려주었던 룸메이트이자 집주인인 스캇(Scott)과 이별 사진을 찍고 기차역으로 출발한다.

집주인 스캇과 함께

캐나다 기차역(Via rail)에서는 20달러를 추가로 지불하면 자전거를 기차에 실을 수 있다. 박스도 그쪽에서 제공해준다. 바퀴는 안 풀어도 되지만 핸들을 일자로 만들고 페달을 빼야 가능하다. 공구는 제공해주지 않는다. 알아서 챙겨가야한다.

박스 속으로 쏘옥~


도너츠 두개 들고 퀘벡시티로 출발~~

기차 안은 푸근하고 좋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표를 살 때 자리를 미리 정해주지만 이곳에서는 먼저 가서 앉는 사람이 임자이다.
18시간의 상당히 긴 여정이지만 전날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기차에 앉자마자 잠에 빠진다.
일어나고 자고를 반복, 다음날인 6월 7일 아침 6시에 퀘벡시티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기차역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무시하고 다시 자전거를 조립하기 시작한다. 내가봐도 뭔가 허술하다.

퀘벡에 도착

퀘벡의 공용어는 불어이다. 모든 표지판,간판은 다 불어로 되어있다. 대도시 사람들은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데 대도시를 벗어나면 영어는 무용지물이다.

하루 쉬었다 출발할 생각으로 미리 퀘벡시티 하이호스텔(HI-hostel)을 예약해놨다. 지도를 보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호스텔에 도착. 휴식을 취한 후 내 백마(White horse)를 타고 관광에 나선다.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듣고 모두다 미쳤다고 한다.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아직 시작도 못했으니. 잘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잠을 잔다. 내일 출발 예상 시간은 9시 이다.

6월 8일
아침에 일어나 호스텔에서 제공해주는 조식을 먹었다. 원래 아침은 잘 안 먹는 스타일인데 왠지 앞으로 배가 많이 고파질 것 같아서 계속 먹었다.
아직 짐 싣는게 익숙하지 않아 호스텔에서 만난 한국인 형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겨우 짐을 다 싣는다.
출발 직전, 너무 떨린다.


자전거 용품 준비에 돈을 너무 많이 써서 패드가 달린 바지와 신발은 엄두를 못냈다. 그냥 긍정적인 마음으로 엉덩이 아프면 후시딘 바르고 바지 더러우면 빨고서 말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출발 전 호스텔 직원에게 물어 138번 국도 타는 길을 알아놓았다. 138번 국도를 타고 300km만 가면 몬트리올이 나온다.
어렵사리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138번 국도를 찾았고 열심히 달리기 시작한다. 뒤에 짐이 아직 몸에 익숙치 않아 자전거를 타는데 온 정신을 다 쏟아 부어야 한다.
138번 국도를 타고 가는데 이런 표지판이 나온다.

공사 중, 돌아가시오.

138번 국도 우회하라는 소리가 나온다. 순간 패닉이 된다. 어찌할 바를 몰라 담배를 두 개나 피었다. 달리 방도가 없다. 우회하라 그럼 우회 해야지. 하지만 우회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뒤 이어 나오는 경치에 나는 내가 자전거 여행을 선택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똑딱이 카메라의 한계인가보다. 이게 아닌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붙잡고 138번 국도가 어딨냐고 물어봤다. 그 중 절반이 영어를 잘 못해 손짓 발짓으로 길을 물어 보았다. 다행히 다시 138번 국도에 들어섰고 마음이 좀 안심이 되니 배가 고프다. 비상식량인 달걀을 꺼내 먹는다.

비상식량, 삶은 달걀

저 달걀 통은 캐네디언 타이어에서 10달러에 산 것인데 여행 초기에는 날씨가 그렇게 덥지 않았다. 저렇게 삶은 달걀을 넣어두면 2일 정도는 비상식량으로 먹을 수 있었다. 가격과 영양 면에서 만점이다.
여행하는 동안 정말 많은 달걀을 먹었다. 아직도 입에서 달걀이 나올 것 같다..

중간에 맥도날드에 들러서 점심을 먹는다. 맥도날드는 프리 와이파이를 쓸 수 있어서 나 같은 자전거 여행자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이다. 항상 에너지가 딸리니 고지방 고 콜레스테롤은 땡큐 베리 감사.

오후 4시 정도 되어 이제 잘 곳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캠핑장이 하나 나타났다. 들어갈까 아니면 조금 더 갈까를 고민하던 중 조금 더 가기로 한다. 엄청 큰 언덕을 넘고 조금 쉬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자전거 여행자 2명이 온다. 냅다 불러서 캠핑장이 어디있냐고 물으니 앞으로 50키로는 더 가야한다고 한다.
그건 못하겠다.
그 친구들과 함께 내가 지나쳐왔던 캠핑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서양애들은 역시 다른가보다. 죽어라 밟아서 쫓아가는데 따라갈 수가 없다.

캠핑장 가격은 35불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 앞으로 이런 식이라면 여행 절반도 하기 전에 여행자금 부족에 시달릴 것이 분명했다. 그날 저녁 텐트에서 자면서 내일부터는 절대 캠핑장에 오지 말자고 다짐한다.


캠핑장에 같이 간 자전거 여행자들

나를 구해준 저 두 친구는 캐나다 3대 대학에 해당하는 몬트리올 맥길 대학을 졸업해 갓 변호사가 된 사람들이다. 곧 로펌에 입사하는데 입사하기 전 캐나다 횡단을 할 거라고 한다. 방향은 나하고 정 반대이다.
연락처라도 받아둘걸, 그러지 못해서 이 친구들이 여행을 잘 마쳤는지 항상 궁금하다.

밤에 잠이 잘 안 왔다. 과연 내가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까?
도대체 몇 일 동안 잠이 잘 안 오는지 모르겠다. 몸만 아프지 않고 자전거만 두 동강 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간다는 다짐으로 잠이 든다.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두려움 속으로 용기 내어 터벅 터벅 들어가면 그 안에서 빛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주행 시간: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
주행 거리 : 75km
쓴돈: 캠핑비 + 맥도날드 = 약 45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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