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조망의 덕유산
2014-02-27   안영환
8월 27일 (한계령 ~ 조침령)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걱정했던 구간이다. 점봉산에서 일출을 볼 생각으로 아산에서 저녁 10시 출발, 한계령에 도착하니 12시30분.
이 구간은 새롭게 제작한 배낭을 테스트 하기로 한 구간으로, 예전 백두대간 때 쓰던 80리터 토네이도 배낭을 자전거를 분해해서 넣을 수 있게 높이며 넓이를 늘려 개조했다.
한계령에 도착하니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일출을 볼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무거운 배낭을 둘러메고 일출 시간에 맞추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며 한발짝씩 내딛는다.
걱정이다. 과연 이 배낭을 메고 점봉산까지 올라갈 수 있을런지...
첫걸음부터 배낭이 여기저기 걸리기 시작하고 미끄러운 암릉을 얼마나 올랐을까 뒤에서 랜턴불이 보인다. 이 이른 새벽에 비동로인 단목령을 일찍 통과하기 위해 서두르는 대간꾼들의 움직임인 듯 하다.


단체산행이라 암릉구간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캄캄한 밤에 헤드랜턴에만 의존하며 험한 암릉을 오르고 또 오른다. 로프가 제대로 걸려 있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배낭무게도 장난이 아니다. 자전거 한대가 전부 들어가 있으니 그 무게는 말로 형용할 수도 없었다.
배낭을 개조해 자전거를 분해해서 넣고 산행하는 것이 처음이라 익숙치도 않았고 어깨며 등짝에 짓누름을 참아내며 오르고 오른다.
뒤에 오는 산우님들이 하나둘씩 추월한다. 추월하며 이리저리 치이는 잡나무 가지를 헤집고 정상 부위에 다다르니 벌겋게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심한 바람과 추위 속에서도 자전거를 조립하겠다는 일념 하에 앞샥과 핸들의 꼬임으로 시간은 지체 됐어도 원만히 조립이 잘됐다.
이렇게 험한 점봉산 정상에 자전거를 우뚝 세워놓고 보니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가슴 속 희열과 기쁨과 눈물이 그간 20회차를 하면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깨끗하고 멋지게 이글거리는 일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게 있어선 꽤나 의미있는 일출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안산과 귀떼기청, 서부능, 끝청, 중청, 대청이 한 눈에 들어오니, 새벽녘 운무와 같이 멋진 조망이구나!!!
앞서거니 뒤서거니했던 산우님들은 일출도 보지않고 대충 인증샷만 찍고 진행하신다.



앞서보내고 좀 더 조망한 뒤 마을 주민들이 올라와 단속한다고 걱정했던 단목령으로 출발!!
여기도 그간 지나왔던 구간들과 별다르지 않다.
잡목에 잡풀에 넝쿨까지, 게다가 급커브에 가로막은 고목과 돌출된 돌~~ㅠㅠ
단목령에 도착하니 앞섰던 산우님들 인증샷 찍으시고 나도 그곳에서 대충 인증 후 진행한다.
식수를 보충하려고 배낭을 내려놓고보니 물통이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없었다.ㅠㅠ
고민 끝에 500여m 뒤로 후퇴해 물통을 찾았다. 왕복 1km를 헛고생한 셈.ㅠㅠ
이 후 구간은 탈 수 있으려나 생각했던 구간인데 역시 내 생각은 빗나갔고 이리저리 걸리는 배낭으로 오히려 곱절이나 힘들게 한 구간을 마무리한다.
다른 대간팀들 하시는 말씀이 어찌 자전거로 대간할 생각을 했냐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9월 3일 (빼재 ~ 육십령)

걱정되서 잠도 제대루 못자고 출발한다.
거리에 대한 부담감과 삿갓산장에 굳건히 지키고 있는 국립공원관리원들과의 신경전을 어떻게 피해야 할 지, 이것저것 많은 걱정 끝에 만발의 준비 후 6시 10분에 출발!!


가을날씨를 만끽하며 빼재를 출발했고 일반등산객들이 빼봉 갈미봉 대봉 묫봉 귀봉을 거쳐 백암봉 삼거리까지 7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다행인 것은 일부 구간을 빼고는 등산로 넓이가 넓어서 자전거를 메고 가는데 방해되는 구간이 적다는 게 크나큰 보탬이 됐고 구름은 있으나 조망은 일품이었다.
지나온 덕암봉,합천가야산,지리주능선,사방의 조망이 너무좋았다. 4시간 만에 덕암봉 주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구간도적고 구간구간 돌뿌리 나무뿌리와 경사도의 업다운이 장난이 아니었다.


백암봉까지의 단축한 시간때문에 많이 여유로울 수 있었고 덕유산에서 유일하게 탈 수 있는 구간은 동업령이 전부였다.
동업령 안내판 위에 카메라가 포착되어 유심히 살펴보니 노인봉 카메라와는 다른 카메라였다. 동업령을 지나서도 암릉에 잦은 업다운이 괴롭힘의 연속이었고 왼쪽 어깨에 자전거를 메고 심한 경사도를 오르내리기란 걸림의 연속이며, 다운은 오른쪽 어깨에 앞 타이어가 앞 쪽을 향해야 수월한데 경사도가 심하여 이 또한 쉽지는않다.
무룡산을 지나 걱정했던 삿갓재 대피소. 일단 자전거를 메고 뛰는 방법을 선택했다.
숲속에 감춰두고 라면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삿갓재대피소에 들러본다. 아뿔사 굳게 닫힌 주인 없는 대피소.




시간은 13시. 18km 중 나머지 14km는 속도를 낼래야 낼 수 없는구간이다.
삿갓봉의 업힐... 이젠 자전거를 어깨에 올려 놓기가 겁난다.
12.6kg의 자전거의 무게가 양쪽 어깨를 넘나들며 고통을준다. 남덕유의 업힐도 힘들기 그지없는데다가 국공들이 삽을 메고 쓰레기봉투를 들고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먼저 자연스럽게 선수치고 수고하신다고 인사를 건낸다.
그 중 한 분이 시비를 걸려는데 다른 분이 말을 막고 조심히 가라고 해주신다.
깍듯이 인사하고 걱정과 염려로 잠까지 설쳤던 구간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남덕유에 오르니 장관이다. 360'의 파노라마. 지금껏 가장 멋진 조망이었다. 남덕유의 조망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운이 장난 아니다. 보통낙차가 1m이상 씩을 자전거를 메고 가야하는 나로 하여금 고뇌를 준다.
장수덕유의 업힐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걸리고 급경사의 철계단에 암담했지만 장수덕유의 조망도 일품이다. 장수덕유에서의 다운은 평생 잊지 못 할 것이다. 등산로 훼손이 심각하게 이루어져있다. 보수도 않고 파인 곳에 물이 고여 점점 유실되어가는 듯 했다.
4대강 자전거길에 그만큼 투자할 일이 아니라 이런 등산로 정비에나 씌였음 하는 바램을 가져보기도 한다. 할미봉 업힐도 예전과는 전혀 다른 업힐이었다. 다운이 너덜지대다. 할미봉을 오르는 내내 노면불량으로 몇곱은 더 힘들었다. 할미봉의 암릉도 전혀 기억이 없는 구간으로 처음 가보는 듯 했다.



할미봉 정상석을 보는 순간 빨간 정상석 글씨가 섬뜩해 보이기도 했다.
멋진 조망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보며 하산길을 서둘러본다.
허나 서두를 일이 아니다. 너덜지대를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막판은 조금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어둡기 전에 하산할 수가 있었다.
이로써 트랙거리 32km를 12시간40분만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늘 그렇듯이 대간 중 가장 힘든 구간이기도 했고 국공들의 감시를 어떻게 통과할 지 걱정도 많이 한 구간이었다.
조망 또한 어느 산에 견줄 바가 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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