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생산의 전진기지, 천진을 가다
에디터 : 김수기 기자

천진(톈진)은 북경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의 행정구역 중 큰 지역을 의미하는 23개성과 4개 직할시, 5개의 자치구에서 직할시에 해당한다. 천진은 바다와 맞닿아 있어 수출에 유리해 공업단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한국의 대기업이 많이 진출한 곳이기도 하다.
천진은 청나라 말기의 저명한 애국 무술인 곽원갑이 태어난 곳이며, 중국의 자전거 산업이 시작된 곳이다. 1936년 일본인이 'Changho Works'를 천진에 설립해 자전거를 생산하기 시작해, 1950년 7월 5일 롤리(Raleigh)의 클래식 자전거를 본딴 '플라잉 피전(Flying Pigeon)' 자전거가 출시됐다. 플라잉 피전은 지금까지 큰 변화없이 계속 생산되고 있을 정도로 중국 인민자전거로 인기를 모았다.

예전 중국인에게 3개의 머스트해브(must have) 아이템이 있었는데, 재봉틀과 시계 그리고 자전거였고, 플라잉 피전이 그 아이템 중에 하나였다. 중국이 자전거 대국(zixingche da guo)이라고 불릴 만큼 자전거는 필수품으로 여겨졌고, 인민의 발이 되어준 자전거는 천진에서 생산된 것이다.

천진에서 만들어진 중국 인민자전거 브랜드인 '플라잉 피전(Flying Pigeon)'은 천진이 자전거 생산의 메카로 자리잡게 한 기반이다.


생활형 자전거 생산의 중심 도시

천진이 플라잉 피전을 시작으로 생활자전거 생산의 중심지가 되고, 타이완의 자전거 업체가 주도한 남방지역(심천 등)의 공장에서 고급 알루미늄과 카본 프레임이 주로 생산되고 있다.
천진이 자전거 생산의 중심지가 된 이유로 역사적인 이유도 있지만 항구가 가깝고, 부품공장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류비용과 인건비, 생산환경을 따져봐도 대량생산에 적합한 곳이 천진인 것이다. 물류 일정만 맞는다면 일주일이면 국내에 입고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부품업체에서 춘절을 앞두고 달력을 돌렸고, 타이어 업체의 선물인 재털이 도자기는 림처럼 타이어 비드가 들어갈 홈까지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천진에 부품공장이 얼마나 밀집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마의 모기업인 GDTIME은 전형적인 천진 자전거공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GDTIME은 스마트자전거의 블랙캣 브랜드 외 자전거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밑에 소개할 아이마의 공장보다 시설이나 크기에서 부족하지만 중소 규모의 다른 공장보다 좋은 환경에 속한다.


퇴근 무렵의 중국 근로자의 모습. 스쿠터와 유사한 모양의 페달 달린 전기자전거와 전기스쿠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천진은 산이나 언덕이 없어 배터리 용량이나 모터 출력이 좋을 필요없고, 30~40만원대의 전기자전거가 잘 팔린다.

공장 인근에 슈퍼가 없어 공장 입구에 차려진 포장마차에 저녁이나 야식을 사러오는 근로자들이 많다.


천진 아이마(AIMA) 공장, 고급 자전거 생산을 준비하다.

천진이 공업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고, 실제로 수많은 공장이 돌아감에 따라 천진의 하늘은 늘 뿌옇다.
중국정부는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공해가 많이 발생하는 공장을 줄이고 있고,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지역을 찾아 천진을 빠져나가고 있어 천진은 공업도시로서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를 해결할 돌파구로 중국정부는 자전거를 선택했다.
천진에는 연간 천만대 자전거를 생산하는 후시다(Fushida)와 연간 400만대 전기자전거를 만드는 아이마(Aima) 등 굵직한 자전거 공장이 있으며, 국내 자전거 브랜드의 고급 제품을 제외하면 천진에서 모두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아이마(爱玛, 사랑 애-차돌 마,www.made-in-china.com)는 전기자전거 외에도 최근에 완공한 일반 자전거 생산공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 시설을 이용해 고급 자전거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자전거는 아이마와 3년 전부터 거래를 해왔고, 최근 런칭한 블랙캣(Black Cat)도 아이마 공장에서 조립되고 있다.

천진 아이마 스포츠 공장.

아이마는 연간 400만대의 전기자전거를 생산하고 있으며, 김수현과 주걸륜이라는 모델로 전기자전거 1위 업체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400만대라고 한다면 한국에 1년동안 수입되는 모든 자전거의 거의 2배가 된다.

아이마는 자체 자전거 브랜드를 만들었고, EXO를 모델로 내세워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酷飞车: 쿨하고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 아이마에서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칭하는 단어.

창고 앞의 바닥에 난 수많은 트레일러 바퀴자국으로 엄청난 물동량이 움직인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마의 자체 검사실 입구에 있는 신발을 비닐로 씌우는 기계를 보면서 허투루 운영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유럽 EN, 일본 공업표준(JIS), 한국의 KS 등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품질검사 항목표.

프레임의 피로누적 강도 시험은 물론 각 부품의 강도와 내한, 내열, 염수 내식성 등의 시험을 시행하고, 거기에 포장 박스의 내구성까지도 확인한다.

아이마 자체 프레임 및 부품 검사실.
동영상 주소: https://vimeo.com/120437886


스마트자전거 블랙캣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다.

자전거 조립공장은 자동차 조립공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자전거 조립과정을 간단하게 알아보면, 프레임 전처리 - 프레임 도색 - 부품 조립 - 포장 - 검수의 순으로 이뤄진다. 간단한 과정일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처리 수준이나 횟수에 따라 제품의 질이 달라진다. 이런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저가자전거와 고급자전거의 품질과 가격에서 차이가 생긴다.
 
용접이 완료된 프레임이 쌓여있는 창고동은 약 200미터 길이이고, 이런 작업동이 4개가 있다.
프레임 제작과정도 살펴볼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블랙캣의 프레임은 다른 곳에서 생산되어 아이마에 납품된다.

도색하기 전 약품으로 녹을 제거하고, 페인트가 잘 도포되도록 피막처리를 한다.

전처리 과정을 마치고 건조된 프레임과 부품을 도색 라인으로 보내기 위해 행어에 걸고 있다. 

가운데 분무기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제품에 페인트를 뿌린다.
액체정전도장 방식으로 전기를 이용해 분무기에 마이너스, 제품에 플러스 직류고전압을 걸어 페인트 흡착력이 높다.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복잡한 형태의 자전거를 완벽하게 도색할 수 없어 수작업으로 마무리한다.

도색을 건조시키고, 데칼 작업이 이뤄진다.

블랙캣은 클리어 도장 전에 데칼을 붙이고, 클리어 도장을 덮어 씌우기 때문에 로고나 그래픽 디자인이 긁힘에 강하다.

도색이 완료되면 검사를 통해 불량을 걸러내고, 정상품은 연결통로를 이용해 옆 조립동으로 이동된다.

도색 라인에서 완성된 프레임과 부품이 조립을 기다리고 있다.


조립하기 전 프레임 보호 필름을 붙인다. 골판지 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블랙캣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박스에서 바로 꺼내 전시해도 괜찮은 투명 필름을 사용한다.

조립 라인 한쪽에는 핸들바에 레버, 케이블, 그립 등을 사전에 조립한다. 조립된 핸들바는 조립 라인의 중간 쯤에 투입된다.

사용설명서, 페달 등의 부속품이 들어가는 박스.

휠은 완성휠이 납품되는 것이 아니고 직접 빌딩을 한다.

40mm 림까지는 기계를 통해 조립이 가능하며, 그 이상이 되면 수작업으로 작업해야 한다.

기계가 놓치는 휠밸런스를 마지막에 사람의 손으로 조절한다.

완성된 휠에 타이어를 끼우고 나서 조립 라인의 거의 마지막 순서로 보내진다.

헤드셋, 비비 등이 메인 조립라인 앞쪽에서 조립된다.
조립 컨베이어 벨트는 자전거마다 다르지만 50~70미터 정도 되고, 작업자 당 20초~3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

조립 라인 바로 옆에서 포크에 브레이크를 장착하고, 프레임에 끼운다.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부품의 수를 줄이는 것인데, 스페이서 링을 하나라도 덜 넣게 되면 그만큼 이익이 난다. 
블랙캣은 라이더가 원하는 포지션을 찾을 수 있도록 스페이서 링이 많이 채워진다.

조립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작업자가 컨베이어 벨트를 세운다. 머리 위쪽에 있는 비상등이 켜지면서 책임자와 담당자가 문제점을 해결한다.

원래 접착 본드를 이용해 박스를 기계로 포장하지만 기계 예열에 시간이 걸려 수작업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포장이 완료된 자전거 박스에서 무작위로 골라 품질검사를 실시한다.

스마트자전거 블랙캣 생산 과정.
동영상 주소: https://vimeo.com/120438035

일본에 수출되는 자전거는 박스포장을 하지 않고, 핸들바만 90도로 돌린 상태로 최소한의 포장으로 컨테이너에 실린다. 컨테이너에 실을 수 있는 자전거의 숫자가 적어지지만, 일본은 일명 '박스 까대기' 작업자의 인건비가 높기 때문이다.


고급화를 꾀하는 천진

스마트자전거의 블랙캣은 하루 생산수량이 많지 않고 거싯이 들어간 부위의 용접과 도장이 까다로워 공정에 인력과 노력이 더 들어간다. 알루미늄과 크로몰리 프레임에 곡선을 넣고, 카본 프레임처럼 매끈하게 만드는 스마트자전거의 노력에 아이마가 기꺼이 동참하면서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위한 고급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카본과 고급 알루미늄 자전거는 심천(홍콩 인근) 등지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으며, 천진은 생활자전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중국 자전거 생산의 메카인 천진도 고급화와 전문화를 꾀하고 있다. 천진 내의 자전거공장의 품질이 평준화되면서 치열한 단가 싸움보다는 남방지역의 부가가치가 높은 물량을 노리는 것이다.

블랙캣의 제작 단계별 모습.

일반 용접 후에 용접 표면을 매끈하게 만드는 스무드웰딩은 이제 흔한 기술이다.

거싯을 붙이고 다시 용접면을 손본 다음, 퍼티 작업을 진행한다. 거싯과 퍼티 작업은 스마트자전거에서 각고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다.

도색된 퍼티를 숙련공이 사포질로 표면을 매끈하게 만든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며 표면 처리가 매끈하지 못하면 도색한 후에 확연히 티가 난다.

곡선으로 처리된 부분이 거싯과 퍼티로 마감된 곳이며, 매트한 질감의 페인트가 더해져 스타일리쉬한 느낌을 준다.

탑튜브의 'obra de artesania'는 'craft work', '수공품'을 뜻하고, 핸드메이드를 의미한다.
아이마는 블랙캣의 생산수량이 많지 않으면서 까다롭지만 여타 공장과의 차별화, 고급화를 위해 스마트자전거와 협력해 생산하고 있다. 저가 자전거의 생산을 주력하던 천진이 수준을 높여 부가가치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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