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난그란폰도, 로드 라이더라면 이번 생에 이건 꼭 가야지!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사진 : 박창민 편집장, 윤난그란폰도 제공

약 10년 전, 미국인 친구로부터 '윤난그란폰도(Granfondo Yunnan), 윈난그란폰도)에 대한 소식을 처음 접했다. 동호인 로드 대회지만, 스테이지 형식으로 진행되며, 뛰어난 운영 방식 때문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 몇 차례 윤난그란폰도의 소식을 접하면서, 필자에게는 '가장 참여하고 싶은 그란폰도' 중에 1순위에 꼽혔다. 그럼에도, 팬데믹과 바쁜 일정 탓에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이번 시즌, 윤난그란폰도 운영진과 잘 알고 있는 중국의 클럽100(CLUB 100) 친구들을 통해, 드디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2025 윤난그란폰도 참가 영상. 원본: https://youtu.be/cxCzIgUDuJM?si=gedZG6vm5neHQIBe


동호인을 위한 5개 스테이지 레이스


윤난그란폰도의 가장 독특한 부분은 아무래도 5개 스테이지로 열리는 레이스 기반의 그란폰도라는 점이 될 것이다. 중국의 윤난(사실, '윈난'이라는 발음이 더 정확하다)이라는 지역에서 5개의 다른 도시를 이동하며 스테이지가 진행되기 때문에, 마치, 프로 대회의 스테이지 레이스에 참여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는 첫 번째 도시인 망시(Mangshi)에서 듀오 타임트라이얼(DTT)과 스테이지 1이 진행되었고, 텅총(Tengchong), 펑칭(Fengqing), 푸얼(Pu'er), 시솽바나(Xishuangbanna) 등의 도시로 이동해 4개의 스테이지 레이스가 차례로 진행되었다.
전체적인 일정은 9일이 걸렸지만, 그 기간 동안 6개의 라이딩 이벤트를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동호인으로서 잊지 못할 경험이 될 수 있었다.

프롤로그로 열린 DTT는 2인 1조, 250팀 제한으로, 첫 스테이지의 전날 열렸다.

모든 스테이지는 장거리와 단거리 코스로 구분되어 참가 신청할 수 있다.

장거리 코스는 우리나라에서 난이도 높은 그란폰도 수준이다.

각 스테이지는 도시를 이동하면서 열리기 때문에, 각기 다른 경치와 코스를 경험한다.

참가자는 2000명 제한이며, 장거리 전체 스테이지 참가자가 1500명 정도 된다.

스테이지 2까지는 매일 대회가 열리고, 그 다음부터는 하루씩 도시를 이동하며 휴식이 주어진다.

전체적인 운영은 라이딩 후 다음날 이동하면서 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 첫 스테이지는 거리가 116km(장거리)로 짧기 때문에, 오전에 대회를 마치고 오후에 다음 도시로 이동하여, 다음날 바로 스테이지 2가 진행되었다.
그래서, 5개의 스테이지를 기본으로, 중간에 3번의 도시 이동이 포함되기 때문에, 총 8일 간의 대회가 된다. 하지만, 스테이지 1의 전날 참가 등록 및 타임트라이얼(선택 가능)이 진행되어, 전체 일정은 9일이다.
우리나라로서는 하루 전에 비행으로 이동해야 해서, 전체 11일 간의 일정으로 대회를 소화할 수 있었다.

대회 등록은 스테이지 1의 시작 2일 전부터 운영된다.

참가자의 이름이 적혀 있고, 필자의 이름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참가자는 필자 외에 단거리 여자 경기에 참가한 라이더 1명을 발견했다.

2인 1조 타임트라이얼로 열린 프롤로그

첫 스테이지는 살짝 더운 날씨 속에 진행되었다.

이번 시즌은 예년과 다르게 비가 많이 내려, 더위와 추위를 동시에 경험해야 했다.

해발 2400m 이상 올라서 기온은 9도까지 떨어진 스테이지 3

스테이지 레이스이기 때문에, 종합 선두 남여 라이더는 가장 앞에서 출발한다.

보급소가 30km 내외로 하나씩 운영된다.

경쟁이 아닌 나름의 즐거움을 위해 라이딩을 하는 라이더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지역 주민들이 나와서 참가자들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는 것도 좋았다.

도시의 이동은 트럭과 버스를 이용한다. 각자가 이용할 트럭과 버스 번호를 확인해서 탑승할 수 있다.

약 1500명의 라이더가 도시를 이동하는 것 자체도 엄청난 일이다.

각 도시에서 다른 풍경을 만나는 것은 윤난그란폰도의 매력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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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구간 차량 통제의 매력


윤난그란폰도의 가장 큰 매력을 이야기한다면, 전 구간 차량 통제의 운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운영하는 대회는 엘리트 레이스에서 볼 수 있고, 소규모의 마스터즈 등급의 레이스에서나 가능한 경우다.
차량 통제의 스케일도 차선 하나 정도가 아니라 전체 도로를 통제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자동차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라이딩에 집중할 수 있고, 더 여유 있게 자리를 확보하여 추월을 하거나 속도를 잠시 줄이는 것이 더욱 안전하게 진행된다.

도로 양방향 차로를 모두 통제하여 운영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중앙분리대가 있을 경우는 한쪽 차로를 통제한다.

이와 같은 차량 통제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지만, 사실 필자도 아직 대규모 그란폰도에서 이런 통제된 도로 라이딩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출발 전까지 실감이 잘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테이지 1의 라이딩을 진행하면서, '이건 무조건 한번은 와야 할 그란폰도다'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첫 스테이지에서 1600여명의 장거리 코스 라이더와 함께 라이딩을 하면서도, 너무나 쾌적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는데, 도로를 충분히 활용하기 때문에 라이더들 간의 공간적인 여유가 충분히 많았기 때문이다.

좁은 산길에서도 자동차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달리 수 있다.

다운힐에도 모든 도로를 활용할 수 있어서 더욱 안전했다.


동남아 분위기의 날씨


윤난은 중국의 남쪽에 위치한다. 중국 서쪽이 히말라야 산맥으로 인구가 적다 보니, 느낌 상은 남서쪽에 위치한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주변에는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태국 등이 가까이 있는데, 윤난의 도시들도 태국이나 라오스의 분위기 뿐 아니라 날씨도 동남아와 비슷했다.
11월에 개최되는 윤난그란폰도는 이 지역의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다. 기온은 25도 내외로 따뜻하고 해발이 높은 산악 지역으로 가면 15도 정도까지 떨어지며, 단풍을 볼 수 있는 계절이 된다. 또한, 평균적으로 11월은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서, 쾌적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계절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조금 이상 기후로 비가 많이 내리며, 가장 해발이 높은 2500m 산악 지역에서는 9도까지 기온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레인 재킷 하나로 버틸 수 있을 만한 기온이기는 했다.

라오스 분위기의 시솽바나에서 열린 스테이지 5

첫 스테이지가 열린 망시는 태국을 연상케 한다.

스테이지 4가 열린 푸얼은 차(tea)의 원조이면서, 커피로도 유명하다.

11월에도 25도를 넘는 낮 기온의 라이딩이 가능한 윤난

각기 다른 지역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윤난그란폰도의 즐거움이었다.

저렴한 가격과 좋은 재료 덕분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던 훠궈

머랭을 이용한 탕 요리

푸얼에서 마시는 다채로운 차의 세계


장거리/단거리 옵션으로 도전 가능


윤난그란폰도의 스테이지는 장거리와 단거리로 선택하여 참여할 수 있다. 장거리 코스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그란폰도 중에 난이도 높은 수준에 해당되고, 단거리 코스는 메디오폰도 수준으로 생각하면 된다.

선택의 기준은 개인적으로 다르겠지만, 거의 1주일 동안 5개의 그란폰도를 뛰어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될 되었다면 후반 스테이지에서 매우 힘들 수 있다.
설악그란폰도 난이도를 기준으로 본다면, 10시간 내외에 완주할 수 있다면 장거리 코스에 도전할 만하고, 겨우 12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상황이라면, 장거리 코스가 조금 어려울 수 있다.
트레이닝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단거리 코스를 선택하여, 라이딩과 그 후의 여유를 충분히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노란색이 장거리, 빨간색이 단거리 코스를 표시한다.

안장 뒤에 붙인 번호판이 노란색이면 장거리, 빨간색이면 단거리 라이더를 의미한다.


이번 생에 가야 할 최고의 대회로 추천!


필자는 라이딩 이벤트를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총 13개 나라에서 다양한 라이딩 경험을 쌓아 왔다. 각 나라 별로 각기 다른 개성과 멋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윤난그란폰도의 경험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가치를 전해 주었다.
뛰어난 대회 운영부터 각기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최고 수준의 그란폰도를 단 8일 만에 5개를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또, 완주 후에 받는 메달은 완성도와 디테일이 놀랍도록 높아서, 모든 메달을 모으는 것 만으로도 꽤 큰 즐거움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는 3번 이상 이 대회를 참가한 친구들도 있었는데,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올 것이라고 했다. 필자도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가고 싶은 대회 중 하나가 되었다.

잊지 못할 경험을 선물해준 윤난그란폰도

각 스테이지마다 다른 놀라운 디테일의 완주 메달을 받을 수 있다.

선수용 레이스칩과 푸짐한 기념품

다른 나라의 많은 친구들을 다시 만날 기회이기도 했다.


바이크매거진 윤난그란폰도 투어 준비 중


윤난그란폰도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회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개인으로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번 대회도 운영진과 클럽100(CLUB 100)의 도움으로 참가를 할 수 있었다.
대회 신청도 불과 10~20분 만에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고, 대회 운영의 대부분이 지역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국제 대회지만 영어를 이용한 소통도 쉽게 되지 않는다. 필자도 여러번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국 친구들의 도움으로 해결했었다.
이번 시즌 참가자들 중에 한국인은 필자 외에 단거리 코스로 출전한 여자 라이더가 한 명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이 대회를 참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바이크매거진은 중국의 클럽100과 함께 윤난그란폰도 투어를 2026년부터 준비하고 있다. 로드 라이더에게 가장 추천하는 이벤트 중 하나로 꼽는 윤난그란폰도를 조금 더 원활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2026년 윤난그란폰도는 11월 초에 열릴 예정이며, 전체 투어 기간은 왕복 비행을 포함하여 11일 간의 일정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관련 웹사이트
윤난 그란폰도: https://www.granfondoyunnan.com/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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