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캠핑 여행 3박4일-3편
에디터 : 쇠말패


5월 3일, 일요일

비가 내릴 것이라던 날씨는 다행스럽게 구름만 조금 낀 날이 되었다.

웃느라 밤을 새운 탓에 아침에 일어나는 게 고단하였지만 또다시 웃을 수 있다는 기대로 상큼한 아침을 맞았다. 오늘은 석모도를 빠져 나가서 강화도를 거쳐 김포-행주산성-방화대교 아래에서 야영을 할 것이다. 섬에서 섬을 건너 왔으니 섬에서 아침을 맞고 다른 섬에서 점심을 먹을 것이다.

10시쯤에 배를 타고 강화도에 닿았다.

기상하여 식사를 끝내고 짐을 싼 다음 출발할 때까지 보통 두 시간은 보낸다.
이슬에 눅눅해진 텐트는 무게를 더 하였고, 석모도 선착장까지는 가파른 전득이고개를 넘어야 했다. 10시쯤에 배를 타고 강화도에 닿았다.

이교수님 부부는 여기까지다. 두 분이 차를 세워둔 곳이 외포리 여기다. 차를 갖고 온 최서방도 강화지석묘 사적지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머지 일곱 명은 강화도 서쪽 해안선을 거쳐 지석묘를 향해 자전거를 달렸다. 48번 동쪽 도로를 들어서면서 약간의 뒤바람을 받게 되었다. 강화도를 오면서 모질게 싸웠던 바람이 이제는 등을 밀어 주는 것이다.

지석묘(고인돌) 사적지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주차장 뒤쪽 잔디밭에 자전거를 세웠다. 자전거로 마중 나온 최서방의 권고로 오늘의 점심은 자장면을 먹기로 하였다. 행사장에 간이식당이 여럿 있었고 그 중에 자장면집도 있었던 것이다. 산장지기님과 나는 트레일러를 끌고 다닌다고 곱빼기를 시켜 주었다. 이럴 때 먹는 자장면의 맛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강화읍에서 산장지기님 부부와 우리 부부를 남겨두고 모두 차를 타고 가버렸다.
이틀 동안 우리를 울리고 웃기든 사람들이 떠난 것이다. 귀에 지워지지 않을 웃음소리를 기억하면서 네 명으로 단출해진 우리는 김포를 거쳐 행주산성 마을에 저녁 여섯 시에 닿았다. 산장지기님의 추천으로 김포에서 삼겹살을 두 근 샀고, 산성 마을에서 소주와 맥주를 조달했다.

무한도전님이 전화를 했다.
저녁에 야영지로 찾아 오겠다는 것이다. 방화대교 북단에 있는 야영지는 한강 하구에 만들어진 자그마한 섬이다. 일곱 시에 닿았고 텐트를 치고 밥을 만들고 있는데 무한도전님과 오장군님이 자전거를 타고 캠프지를 찾아왔다. 여덟 시에 노마드님도 자전거를 타고 왔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삼겹살에 소주를 나눠 마셨다. 그들의 위문에 야영은 외롭지 않았다.



밤 열 시쯤에 위문단은 자전거를 타고 돌아갔다.
산장지기님이 우리 텐트로 마실을 와서 잠시 정담을 나누고 갔다. 열 시반 쯤에 잠자리에 들었다.
서울이 가까워서인지 밤의 어둠조차 어디에도 숨길 수가 없었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인천에서 트리스탄이 자전거를 타고 왔다.
사과 다섯 개와 빵 다섯 개를 사 갖고 왔다. 막 아침식사를 끝낸 터라 사과 다섯 개는 다섯 명이 나눠 먹기에 좋았다.

아내의 트레일러를 트리스탄이 대신 끌어주면서 우리는 한강 북단 자전거도로를 따라 잠실로 달렸다.
상암축구장 앞에서 첫 번째 화장실을 만나 세수하고 양치질도 하였다. 나흘 내내 갈아 입지 않은 옷과 양말에서는 냄새가 날 것이다. 몇 시간만 참자!

잠수교의 네 개 차선을 두 개로 줄이고 나머지 공간을
자전거와 걸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잠수교를 건넜다.
기분 좋은 일이 벌어져 있었다. 잠수교의 네 개 차선을 두 개로 줄이고 나머지 공간을 자전거와 걸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날듯이 달렸다. 빼앗긴 명예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서울의 교통체계가 바뀌고 있었다. 자동차에서 자전거와 사람 중심으로 말이다. 잘 한 일이다!

잠실선착장에 낮 한 시에 닿았다.
흘린 땀을 채우려고 캔 맥주를 하나씩 하고 편의점에서 자장면을 시켜 점심으로 먹었다.

차를 세워둔 잠실선착장에 낮 한시에 닿았다.

4일 간 쇠말패 친구들과 자전거로 나눈 우정은 나에게 나이를 잊게 하였다.

시작에서 끝까지 함께한 묵묵한 산친구 산장지기님 부부의 우정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모처럼 야영을 함께 한(하룻밤이지만) 아들 창민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선물을 준 셈이다.
이교수님 내외분이 갖고 오셔서 우리에게 나누어 준 천진난만함에도 감사 드린다. 최서방과 처제의 열정은 늘 나를 신나게 해 주었다. 쌍둥이엄마 겨울바람님에게 우리는 위문을 받았다. 뒷일을 챙기는 순호님은 술을 마셔야 말문을 열었다.
무한도전, 오장군 그리고 노마드님의 방문은 몸짓만으로 이미 그 뜻을 나는 알고도 남는다. 가족여행의 일정을 단축하면서까지 마지막 날을 합류해 준 트리스탄의 호감에 나의 자그마한 우정을 보낸다.

친구들아! 고맙다!
자전거는 나의 선택이다.
나의 언어이고 사색이며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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