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5, 걷기도 힘든 맞바람, 식량은 떨어져가는데...
에디터 : 강수정

눌라보평원 한 가운데 있다.

2004년 7월 18일(일)

현재위치 : 보더빌리지(Border Village) + 77km 부근
이동거리 : 77.39km
누적거리 : 1,808km
평균속도 : 11.9km/h
최고속도 : 19km/h
숙박장소 : 도로 옆 캠핑


보더빌리지 로드하우스에 서 있는 로드트레인(Road-Train)

새벽에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려는데 발목이 아팠다.
다음 목적지가 너무 멀어서 하루만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기로 하고 카메라를 들고 보더빌리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보니 발목의 통증이 없어졌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출발하자는 쪽에 의견을 모았다.
짐을 챙겨 나오니 길건너에 세워져 있는 풍력발전기가 우리가 정확한 '맞바람'을 맞을 것임을 무심하게도 보여주고 있었다.
드디어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다. 도로가 부드러웠다. 나무가 거의 없고, 사방이 모두 지평선 뿐이다.
몇일째 비슷한 풍경만 보고 온 것이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하는데 그나마 나무조차 없으니 너무 밋밋하다.


내가 아는 모든 욕을 다하며 무거운 맞바람을 저주했다. 우리는 점심이 되서 완전히 지쳤는데 이동거리는 고작 40km였다.
보더빌리지에서 190km를 더 가야 로드하우스가 하나 있는데 식량때문에 내일은 그곳에 도착해야만 한다. 아니면 물과 식량 모두 떨어지고 만다. 그래서 오늘은 90km 이상은 가기로 했는데, 더 못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치고 짜증나고, 바람의 세기는 더 강해지더니 사람이 서서 앞으로 걸어갈 수가 없을 정도로 불었다. 우린 일단 텐트를 치고 뭔가를 먹고 바람을 피해 잠시 쉬다가 바람이 조금 잔잔해지면 다시 달려보기로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쌀로 밥을 해먹고 텐트에 들어가 기절하듯이 낮잠을 잤다.

다음 로드하우스는 184km나 더 가야하고, 맞바람에 완전히 지쳤다.

오후 4시에 다시 출발했다. 바람은 조금 덜해진듯 하다. 5시가 넘자 해가 진다.
무심하게도 노을은 너무나 멋지게 지는데...
왜 내 마음에는 그걸 즐길 여유가 없어진걸까...
저녁 7시가 되자 몸도 피곤하고 배도 고프다.
랜턴 불빛에 의지해서 달리다가 차가운 맞바람에 완전 지쳐서 우리는 길가 1m정도 떨어진 곳에 텐트를 칠 공간이 하나 있는 걸 찾았다.
이곳은 사방이 지평선이지만 무릎 높이의 가시가 있는 잡목들이 많아서 텐트 칠 자리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허기를 없애고 몸을 녹이며 잠시 쉬다가 저녁 늦게라도 다시 출발하기 위해 텐트의 플라이는 빼고 텐트만 치기로 했다. 나는 가지고 있는 모든 옷을 겹쳐 입었다.
너무나 춥다.
사막의 겨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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