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6, 캠핑을 하면서 크래커와 땅콩으로 배를 채웠다.
에디터 : 강수정


2004년 7월 19일(월)

현재위치 : 보더빌리지(Border Village) + 167km 부근
이동거리 : 90.23km
누적거리 : 1,898km
평균속도 : 13.0km/h
최고속도 : 20km/h
숙박장소 : 휴게소 캠핑 (남위:31도 33분 00.9초, 동경:130도 37분 05.1초)


어제 저녁에 잠시 쉬고 출발하려고 했는데 눈을 떴더니 아침이었다. 이렇게 허무할수가...
간밤에 플라이도 치지 않고 도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잤더니 로드트레인 소리와 추위에 잠도 푹 못자고 온몸이 욱신거린다. 아침부터 여전히 맞바람이 세게 불고, 짜증만 난다.
새벽 사막의 기온은 섭씨 -5도 정도로 떨어진다. 잠을 자다가 너무 추워 버너에 불을 붙이면 잠시 후 텐트 안 온도가 15도 정도까지 올라가는데, 그러면 1시간 정도 잘 수 있다. 그리고, 추위에 또 잠에서 깨어나기를 밤새 한 것이다.

그레이트 오스트레일리언 바이트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아무리 그래도 볼건 보구 가야지. 다시 오기 싫으니까...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절벽이 이곳인데, 해안절벽 사진은 찍고 가야 한다. 창민씨가 8년 전에 봤던 해안절벽을 드디어 찾았다. 해안절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라고 되어있는 곳이 너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것인지 혼동 되었는데, 일출 무렵 들어간 포인트가 맞았다.
그레이트 오스트레일리안 바이트(Great Australian Bight)라 불리우는 이 해안 절벽은 높이 80~100m 정도로 약 1,500km가 이어져 있다. 땅과 바다가 절벽으로 만나 멋진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해안절벽은 너무 추워서 오래 있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남은 마지막 쌀을 쓰레기통 옆에서 바람을 피해 지어 먹었다.

파크(파크나 휴게소나 시설은 비슷하다)에서 쉬고 있을 때 처음으로 딩고(dingo,호주 야생 개)를 봤다. 야생개라고 하더니 누렁이처럼 생겼는데 조금 날카롭게 생긴 것만 다르다.
처음 봤을 때는 덤빌까봐 무서웠는데 우리가 불러도 무시하며 그냥 지나간다. 버릇 없기는...

끝 없이 계속 이어진 지평선으로 눌라보의 도로는 사라진다.

눌라보(Nullarbor) 로드하우스를 30km 남겨두고 해가 지기 시작했다.
랜턴을 켜고서 달리더라도 오늘은 로드하우스에 도착해서 내일까지 쉬자고 했던 우리의 다짐은 휴게소를 만나고 바뀌었다. 30km면 2시간이면 갈 수 있을테니 내일 아침일찍 출발해서 그곳에서 아침을 사먹기로 했다. 오늘 가서 캠핑 해봐야 돈만 내고 캠핑할테니 차라리 휴게소 숲 속에서 캠핑을 하고 장작불이나 지피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고, 남은 크래커와 땅콩으로 배를 채웠다.
장작불 옆에 앉아 찜질을 하며 은하수를 본다. 배는 고파도 마음은 즐거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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