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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재완 에디터
사진 : 박창민 편집장, 박재완 에디터 |
용평에서 열리는 UCI MTB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오베아 FMD 레이싱 팀의 다섯 라이더가 한국을 찾았다. 12년 경력의 엔듀로 전설이 있고, 10년 넘게 최상위권을 지켜온 베테랑이 있으며, 부상을 딛고 돌아온 챔피언이 있고,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빠른 속도의 감각을 갈고 닦은 신예가 있으며, 전설들 사이에서 조용히 성장 중인 막내가 있다. 저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가진 다섯 명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출발선에 선다. 오베아 FMD 레이싱이라는 팀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그 다양성에 있다.
오베아 FMD 레이싱 인터뷰. 원본: https://youtu.be/vcnL2uZuFg8?si=rmsdZk9JTDuHn4c2
엔듀로에서 다운힐로, 마틴 매스의 새 챕터
12년간 엔듀로 무대를 지배했던 마틴 매스는 2025년 다운힐 풀 시즌 도전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동기부여의 소진이 솔직한 이유였다. "종목을 전환한 덕분에 레이싱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을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전환은 단순한 종목 변경이 아니라 선수로서의 열정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두 종목을 모두 경험한 그의 눈에 비친 가장 큰 차이는 바이크 세팅에 있다. 엔듀로는 하루 6개에서 7개의 스테이지를 모두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범용 세팅이 핵심이다. 다운힐은 반대다. 단 하나의 코스를 위해 극한까지 정밀하게 튜닝한다. 그리고 코스의 상태, 경사도, 노면의 거칠기에 따라 매 경기 세팅이 완전히 달라진다.
오베아와의 동행은 또 하나의 파격을 만들어냈다.
팀에 다운힐 전용 자전거가 없던 상황에서 2025년 오베아는 전기 산악자전거 와일드의 배터리와 엔진을 제거하고 모터 더미를 장착해 다운힐 자전거로 개조했다. 안도라 대회 21위. 다운힐 전용 설계가 아닌 자전거로 거둔 성과에 마틴 매스 본인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10년의 경쟁력, 올리버 즈와가 믿는 것
스웨덴 국가대표 챔피언 타이틀을 오랫동안 지켜온 올리버 즈와에게 10년 이상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의외로 내면 속에 있었다.
"레이싱은 어떤 면에서 전부 정신력 싸움입니다. 항상 건강하거나 힘이 세거나 좋은 자전거를 탔던 것이 아니었고, 자신을 믿는 마음만으로 해낼 수 있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꾸준함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는 그의 말에는 긴 커리어를 통해 축적된 무게가 실려 있다.
팀 내에서 올리버 즈와의 역할은 베테랑 그 이상이다. 팀 소속 이전부터 다양한 자전거를 직접 구매해 타보며 쌓아온 방대한 경험은 오베아 새 다운힐 자전거 개발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개발 초기부터 자전거의 잠재력을 팀 전체가 함께 느끼며 긴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가 오베아 FMD 팀에 대해 유독 강조하는 것은 유대감이다.
개인 종목임에도 경기장 밖에서도 서로 친구로 지내며 긴밀하게 협력하는 분위기는 다른 팀에서는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라는 그의 말이 팀의 색깔을 잘 보여준다.

타니 시그레이브, 부상 너머에서 만난 새로운 자신
여러 차례의 월드컵 우승. 그러나 타니 시그레이브의 커리어는 부상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마지막 큰 부상이었던 뇌진탕은 더 이상 레이스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할 만큼 심각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터득한 것은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법이었다.
"레이싱과 라이딩은 제가 아는 전부였기 때문에 복귀 자체는 꽤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 스스로를 친절하게 대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지금의 타니 시그레이브는 예전보다 훨씬 계획적이고 자신에게 관대해졌다.
오베아 FMD 이적 후 그녀는 바이크 개발에도 깊이 관여했다. 피비 게일과 함께 기존 프레임의 리어 엔드 유연성 문제를 짚어냈고, 두 선수 모두 미디엄과 라지 사이의 중간 사이즈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해 이는 커스텀 프레임 제작으로 이어졌다.
텔레메트리 데이터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다. 미케닉을 신뢰하고 자신의 감각을 믿으면서, 그 둘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간극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번 용평 대회는 첫 아시아 방문이기도 하다.
오프 시즌 부상으로 기대만큼 준비되지 않았다는 솔직함 뒤에 항상 자신에게 최고를 기대한다는 말이 따라온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고 그 일부가 되어보는 것이 멋진 일이라는 그녀에게서 레이서를 넘어선 사람의 면모가 보인다.

피비 게일, 뉴질랜드에서 찾은 다음 단계
주니어 월드컵 챔피언에서 엘리트 카테고리 톱 텐으로, 피비 게일의 전환은 빠르고 안정적이었다.
그 배경에는 이번 비시즌 처음으로 떠난 뉴질랜드 훈련이 있다. 영국은 기술적인 트랙이 풍부하지만 월드컵 트랙이 점점 지향하는 고속 구간에 대한 경험은 부족하다. 그래서 뉴질랜드에서 충분한 다운힐 주행 시간을 확보하며 고속 감각을 집중적으로 익혔다. 약점을 직접 찾아가서 메운 것이다.
6년째 타니 시그레이브와 같은 팀에서 활동하며 그녀가 쌓아온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주니어 시절부터 세계 정상급 베테랑 곁에서 배울 수 있었던 드문 경험이 지금의 피비 게일을 만들었다. 서로 스타일이 다른 두 선수는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받으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독립적으로 훈련한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강력한 경쟁자와 같은 팀에서 달린다는 것. 선수로서 이보다 이상적인 환경은 드물다.


다라 라이언, 전설들 사이에서 조용히 성장하는 중
FMD 레이싱의 막내 다라 라이언에게 이번 용평 대회는 시즌 첫 경기이자 처음 와보는 장소에서의 첫 레이스다.
"스포츠의 최정상에 있는 선수들과 함께 팀에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어떻게 접근할지 스스로도 파악해 나가는 중이라는 솔직함 속에서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코스 라인을 잘 찾아내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를 내보는 것이다.
팀 동료들 사이에서 그에게 가장 깊이 남은 조언은 마틴 매스에게서 왔다. 웜업 방법, 그리고 이 상황을 즐기면서 재미있는 느낌을 유지하라는 말. 단순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그 한마디가 시즌 첫 경기를 앞둔 막내의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다섯 명의 라이더, 하나의 팀
세대도 다르고 경력도 다르고 종목 배경도 다르다.
그러나 올리버 즈와가 말한 것처럼 이 팀에는 다른 팀에서는 쉽게 찾기 어려운 유대감이 흐른다. 개인 종목에서 함께 개발하고 함께 성장하며 경기장 밖에서도 서로 친구로 지내는 다섯 명. 오베아 FMD 레이싱이 월드컵 무대에서 보여줄 레이싱이 기대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