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산 휴양림으로 떠나는 캠핑여행
에디터 : 쇠말패


황사먼지를 마시며 달렸다.
억센 북서풍은 비와 황사먼지를 먼 데서부터 날아왔다. 바람에서 고비사막 냄새가 났다. 비 내리는 하늘에 먼지까지 누렇게 낀 봄날은 자전거 여행에는 최악이었지만 자전거 캠핑에 마음이 꽂힌 사람들에게 날씨는 관심 밖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이렇게 있다는 것 만으로 우리는 행복했다.
다행이라면 동쪽으로 가고 있는 우리의 뒤에서 서풍이 불어 주었다는 것이다.

3월 세째 주 토요일, 20일 11시에 한강구리공원에서 일행이 모였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을 14시에 양수역에서 2차로 만나 우리는 중미산을 오르기로 했다.
트레일러를 끌고 온 사람이 여섯, 산장지기님, 노마드님, 쌍둥이아빠, 정선아리랑, 바람개비와 흰늑대, 그리고 마찌님, 겨울바람, 바람처럼님, 불근늑대. 열 명이 한강 자전거 길을 거슬러 가다가 팔당대교에서부터는 양평으로가던 구 도로를 따라 갔다. 새로 난 도로는 길이 넓고 직선으로 만들어져 차량이 그리로 몰리는 덕에 구 도로는 한산하였다. 댐을 넘고 호수가 멀리 보이는 곳에서 점심으로 해장국을 먹었다.
낮 2시 반, 양수역에서 파스텔님과 학생을 열심히 가르치고 온 자작나무와 트리스탄이 합류하여 일행은 13명이 되었다.


양수부터는 꾸준하게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가파른 고개를 셋이나 오르고 나니 중미산자연휴양림이 나타났다. 우리가 야영할 곳이다. 체크인을 하고 제2야영장에 도착하였다. 마루처럼 만들어 놓은 데크를 하나씩 골라 천막을 쳤다.
야영장은 계곡물이 흐르는 아늑한 곳이었지만 오늘의 바람은 피할 길이 없다. 간간히 눈도 내렸다. 영하2~3도 정도이지만 바람이 세차다 보니 체감은 훨씬 더 춥다.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고 삼겹살과 돼지껍질을 굽고..... 신선주를 마셨다. 추울 때에는 술이 가슴을 데워줄 것이다.

자전거캠핑에는 보통 1~2인용 천막을 사용한다.
무게와 부피를 줄인 것이다. 저녁을 먹고나서 노마드님 2인용 천막에 열두 명이 모여앉아 수다를 떨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몸을 부대끼며 말과 마음을 나누는 이 놀이를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으나 어쨌던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놀이였다. 30대로부터 60대의 남여가 이렇게 모여 앉아 낄낄될 수 있는 건 가족관계보다 더 끈끈한 뭔가가 있을 법하다.

나그네로 사는 이 이틀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
나그네에게는 길이 집이다. 먹고 자는 것을 길에서 하다 보니 길이 곧 집이다. 그 길에 자전거를 끌고 나선 쇠말패는 한 집에 사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혈연이 없는 쇠말패가족의 정이 뭐길래? 


숲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워낙 좋아서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
졸 졸 졸, 물흐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누군가 커피를 끓이고 있었다. 나무사이에서 들리는 새소리와 함께 마시는 아침 커피는 삶을 증거하는 극초 단위의 전율이다. 아! 아침이다.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으로 시작되었다.
북한강까지 1시간 가량의 다운힐. 그리고 양수 쪽으로 가는 강변도로를 탔다. 마주 달리는 여러 팀의 자전거무리를 만났다.
두물머리. 북한강과 남한강이 서로 만나 한강으로 불어나는 곳이다. 산장지기님의 안내로 두물머리를 들렸다. 날씨가 좋아진 덕에 댐에 갖힌 호수가 평화로워 보였다.
두물머리에서 나오다가 햇살 좋은 데를 골라 앉아 즉석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으로 먹었다. 나그네의 풍자가 넘치고 넘쳤다.




팔당-구리에 닿았다.
구리에 사는 산장지기, 마찌님 내외분이 저녁을 샀다. 청어진 동태찜은 세 번째인데 참 맛있다. 뒤풀이도 산장지기님 댁에서 가졌다. 벽에 걸린 마찌님의 수채화가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명품 오디오로 들었던 브라더스포의 옛 노래도 귀를 맑게 해 주었다. 이만한 뒤풀이도 없을 것이다.

내공 깊은 쇠말패의 자전거캠팽은 이번에도 만점짜리였다.


20일 11:17~19:22,  49.3km
 - 한강구리공원-팔당-양수리-부용리-수능리-정배리-중미산자연휴양림
21일 09:02~16:30,  51.4km
 - 중미산-정배리-문호리-양수리-두물머리-능내리-팔당-한강구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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