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따라 캠핑 여행, 도담~제천
에디터 : 쇠말패

강은 낮은 곳으로 가는 구도의 길이다.
낮은 곳이 바다다. 더 낮은 곳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모든 게 덧없다."는 깨달음을 배운다. 강은 종교의 성지보다 더 성스러운 순례의 길이다. 낮은 곳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낮추어 사는 일이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일이란 걸 강에서 배우는 것이다. 인연의 그물에도 강이 흐르고 참회의 눈물에도 강이 흐른다.



도담마을을 벗어나는 길

도담마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사판 길을 이용해야 했다.
대형 덤프트럭이 간신히 오르내리는 가파른 흙길을 따라 임시로 놓은 부교를 건너야 했다. 그나마 이 길이 있어서 배를 타야하는 수고를 덜었다.  어렵사리 강을 건너 국도에 이르렀다. 그 때, 갑자기 오이쨈님의 트레일러가 자전거에서 떨어져 나갔다. 트레일러와 연결된 뒷바퀴 구동축을 고정하는 QR레버의 샤프트가 부러진 것이다. 단양을 2km 남겨둔 지점이다. 끈으로 트레일러를 자전거에 임시로 붙잡아매고 용접을 할 수 있는 데를 찾아나섰다. 지나가는 경찰차를 세워 용접소를 물었더니 500m를 더 가면 자동차정비공장이 있다고 하였다. 지나는 길에 작은 카센타라도 나타나면 용접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몇 군데는 용접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신창종합카센타를 만났다. 얼굴이 선해 보이는 사장님이 용접을 해 주시겠다고 하여 모두 그자리에 멈췄다. 구동축을 고정시키는 QR레바의 샤프트는 직경이 4mm밖에 안되는 쇠막대이지만 몇 가지 섬세하고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강도가 높은 합금을 사용한다. 첫 번째 용접에 실패하고 다시 특수강철 용접을 하느라 오전을 보내게 되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애써 준 표근성 사장님(011-481-3387) 덕에 오이쨈님이 다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표 사장님도 자전거 매니아이라서 자전거 수리에 마음을 써 준 것이다.
아쉬운데로 마무리는 되었지만 운행에는 조심을 해야할 상태이다.

자전거 수리를 도우주신 표근성 사장님

카센타에서 자전거 수리를 기다리는 와중에 보라매가 합류하였다.
어제 늦게 영월에 도착하여 고씨동굴 앞에서 야영을 하고 부지런히 우리 뒤를 쫓아가는 중이란다. 고장이 아니었다면 저녁에나 만났을 것이다. 김남중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청풍호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5번국도를 남으로 내려오다가 단성에서 우회전하여 36번국도를 갈아 타자마자 식당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옥순대교를 건너기 전에 김남중 기자를 만났다. 일행은 모두 8명으로 늘어났다. 지금부터는 충주호를 북쪽으로 충주까지 따라가는 길이다.


옥선교를 건너서

옥선봉과 유람선

옥선교에서 바라보는 옥선봉은 눈길을 끌었다.
물이 담긴 호수는 행복해 보였다. 행복은 전염이 강하다. 행복에 중독된 대원들은 하나, 둘 행복전사로 자란다.
하비님에게 내가 물었다. "실실해요?" 느닷없는 질문에 하비님이 되묻는다. "실실이 뭐예요?" 오이쨈님이 설명을 한다. "실실이란 자전거를 타면 그냥 좋아서 웃음이 실실 나는 상태를 말해요. 쇠말패 전용어입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에 이름을 붙이자고 한 것이 "실실"이다. 4월에 지리산을 넘으면서 겪었던 행복감에 이 말이 생겨났던 것이다. "실실해요!"

인디고님이 핸들바에 매달았던 똑딱이 카메라가 줄이 끊어지며 잃어버렸다.
청풍호 북쪽 길 위에서다. 트레일러를 풀고 부지런히 뒤돌아간 인디고님이 한참 후에 나타나 카메라를 찾지 못하였다고 하여, 산장지기, 오이쨈, 김기자까지 다시 찾으러 가서 기여코 카메라를 찾아왔다. 그러느라 또 3~40분이 흐르고......
그러면서도 실실하였다. 미친 것이다.


청풍교 남단

오늘 캠프는 제천시 금성면인데 드라마 "신기전" 촬영지 바로 옆이다.
50여 호 마을이 있었던 곳이다. 충주호가 물을 채우면서 수몰을 면하려고 떠난 사람들이 살던 곳이다. 돌담의 흔적이 남아있는 밭 자리에 천막을 치고 캠프를 마련하였다.
오늘 저녁은 준비된 신선주가 있었다. 삼겹살 구이에 소주와 맥주를 말아서 만든 신선주가 전 대원을 실실하게 했다.
우리는 행복사단이다. 행복폭탄을 만들어라! 신선주에 행복 다이나마이트를 비벼 넣어라!

사위는 풍경을 감추고 사그러져 갔다.
풍경 뒤로 별이 떴다. 얼마만에 보는 별인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위의 기사는 개인적인 용도 및 비상업적인 용도의 '퍼가기'를 허용하며, 상업적인 용도의 발췌 및 사진 사용은 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