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주행, 그리고 괄리오르 관광
에디터 : 최용석

1월 11일 돌푸르(Dolpur)-괄리오르(Gwalior) (70km)

10시까지 늘어지게 잤다. 혜진이도 마법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어제 라면 요리 성공에 힘입어 아침식사도 라면으로!
세계 어느 나라든지 면 요리가 있기때문에, 라면 스프만 있으면 어디서든 라면을 끓일 수 있을 것 같다. 호텔의 주방을 빌려 쾌적한 환경 속에서 아침 준비를 끝냈다.
혜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12시가 되어서 출발한다. 초반에는 도로 주변으로 황량한 구릉지대만이 보이더니 어느새 유채꽃밭이 다시 펼쳐진다. 그리고 밀, 콩과 같은 작물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스모그의 방해를 안 받고 주변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럴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전거 고장. 내 자전거의 뒷바퀴가 또 펑크가 났다. 사람들을 모두 보내고 성민이와 펑크를 때운다. 대장이라고 매일 자전거 수리를 대원들에게 맡기기만 해서 그런 것인가. 오랜만에 직접 펑크를 때우려 하니 쉽지 않다. 결국 30분 가량을 헌 튜브에 투자했지만 실패하고 새 튜브로 갈아 끼웠다.

한적한 도로 위에서 끊임없는 페달링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하더니 지평선에 가까워 간다. 야간주행 확정.
시간을 지체하면 야간주행이 늘어나기 때문에, 신속하게 식사를 끝내는 방법으로 다바(도로의 간이 음식점)에서 토마토를 40개 정도 산 뒤 토막토막 잘라내고, 설탕을 얹어서 허기를 달랬다.
이때부터 두 시간 가량을 쉬지 않고 주행했다. NH3 도로를 벗어나서 도시로 들어가는 길이 거친 비포장 도로에, 차들도 많아서 모두 고생했다. 더욱이 인도에서의 첫 야간주행이어서 후미의 성민이와 내 뒤를 따라오던 혜진이가 많이 긴장한 듯 하다. 가로등 하나 없는 비포장 시골길을 야간에 달리는 것이 나 역시 큰 부담이 되었다. 다행히 별일 없이 주행을 마치고 숙소를 구했지만, 불빛 하나 없이, 왠지 모를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인도의 밤 주행은 앞으로 피하고 싶다.

자전거 수리


1월 12일 고요한 괄리오르 성.

정환이가 감기몸살에 걸려서 오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인도의 겨울은 일교차가 커서 감기에 걸리기 쉽다. 특히 우리는 자전거를 타면서 흘린 땀을 쉬는 시간에 식히고 다시 땀을 흘리는 일을 반복했기 때문에, 감기에 쉽게 노출되었다.
삼일 전에는 나, 이틀 전에는 혜진, 어제는 정환이까지.. 시환이 형은 무릎통증을 아직도 호소하고, 성민이는 습관성 탈골로 어깨통증이 있다. 자전거 여행 좀 하려다가 모두 골병 드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오늘은 주행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괄리오르 성 관광을 간다. 괄리오르 성은 지상 100m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바위산에 건설된, 연장 3km에 달하는 거대한 성이다.
일단 괄리오르에 들어가면 어디서든 성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적에게 쉬이 노출되는 우를 범하고 있는 성이지만, 높은 바위산 위로 견고하게 지어진 이 성을 눈앞에 두었을 지라도 쉽게 침입하기는 힘들었으리라.




우리에겐 평생 동안 쉽게 접할 수 없는 거대한 유적지이지만, 인도인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생활터전이었다. 관광객을 상대로 먹을 것을 파는 상인, 팝콘이나 땅콩 등을 신문지에 싸서 파는 꼬마아이들, 성 안에 위치한 신디아 스쿨이라는 고급스러운 사립학교와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들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인도를 어디서든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보존이 잘 되지 않아서 성 외벽 곳곳이 무너지고, 내부가 다소 훼손되어 폐허와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사방으로 시야가 확보되어 끝없는 도시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하늘과 함께 내 눈으로 들어오는 성의 모습은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관광객도 많지 않아서 조용히 산책하기에는 안성맞춤.
각자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서 걷다가 다 함께 노래도 부르고, 아무도 없는 성의 외벽에서 드넓은 도시를 내려다 보며 소리도 지른다. 걷다 지쳐서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성벽의 난간에 앉아 담소도 나눴다. 달콤한 휴식의 시간. 바쁜 일정 속에서의 여유는 언제나 달콤하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계란탕과 볶음밥. 모두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재미 들렸다. 어디를 가도 우리는 절대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복음밥을 만들고 있는 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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