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만든 복근, 그리고 휴대폰과의 이별
에디터 : 최혜진
점차 알제리 국경 쪽으로 가고 있다. 오늘의 도착지는 Oujda이다.
약 12시 30분경 도착. 너무 늦은 시각이어서일까? 한 눈에 봐도 정말 큰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적당한 가격의 적당한 숙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호텔을 찾아서 두리번거리며 길을 묻는데, 훤칠한 청년이 도움을 준다.



역시 모로코인들은 어딜 가든 친절의 극치를 달린다니까! 훗날 우리 팀원들은 이 청년을 '사모'라고 부르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 친구 역시 모하메드. 이제 막 의과대학에 들어가서 파릇파릇한 신입생 시간을 보내는 중이란다. 오오~ 장차 의사 되실 분이 이렇게 훤칠하고 훈훈하게 생겨도 되는 건지, 눈에 하트를 겨우 감추고 있는데, 연극배우를 꿈꾸다가 집안의 반대로 전향했다고 한다. 역시! 의사보다는 배우가 잘 어울린다 얘~!
각설하고, 우리는 숙소를 찾아야겠기에 그 친구 도움을 좀 빌렸다. 불어 혹은 영어가 되는 숙소는 그 가격을 심히 높게 불렀고, 약간은 허름한 숙소에서는 불어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 아름다운 청년은 기꺼이 친구들과 함께 우리 숙소 찾는 것을 도왔지만, 여관 주인장들로부터 들려오는 답은 '도리도리'였다.
하는 수 없이 비싸더라도 잠은 자야겠기에 호텔로 방향을 돌리려는데, 어디론가 이곳 저곳 전화를 걸더니 방법을 찾았단다.

훤칠한 사모청년은 안타깝게도 실물사진이 없어 묘사로 만족하시길..


"내 친구 집을 통째로 빌려줄 수 있다는데, 어때?" (덧, 모로코는 집 전체 렌트가 무척 일반적이다)
약간 미심쩍은 표정을 보이니, 저도 함께 가겠단다.
'흠.. 그래?' 그래도 완전히 안심은 안되니 대사관에 물어봐야겠다. 다행히도 주한 모로코 대사관 참사관님이 바로 전화를 받아주어 그의 신원파악에 들어갔다. 한참을 아랍어로 대화하더니 참사관님 왈,
"그 친구를 따라가도 좋아요. 내가 당신네 팀이 국가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고 했으니, 그는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호텔 찾는 것을 권장합니다"
뭐야, 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일단 가기로 한다. 여차하면 빠져 나오지 뭐. 그 친구들은 자전거가 없으니, 다 함께 털레털레 걷고 있는데, 남자 대원들이 몸을 사린다.



"누나, 가요. 뭔가 느낌이 이상해."
우리끼리 소근거리다가 대강 핑계를 대고 그 무리들과 헤어진다. 위의 문제 정답-사모의 뜻은 사기꾼 모하메드.
"읭? 왜에.. 우리 훈남님이 나쁜 사람일 리 없잖아?!!!"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은 고이 접어두고, '안전이 최고니까'를 마음에 새기며 유유히 나온다.
이왕 이렇게 된 것, 호화로운 호텔에 짐을 풀고 거울 앞에 선다. 이여어~~ 몸매 좋~은데?! 최혜진도 이런 몸매를 갖는 날이 올 줄이야! 배 위에 희미한 왕(王)자를 보며 으쓱한다. 스스로의 탄탄한 몸매에 한껏 도취되어 이를 기록하려 핸드폰을 꺼낸다.
응. 꺼낸다. 응? 어디 갔어? 아니야.. 있잖아.. 맨날 숨고 그래! 내 친히 명하오니, 네 화려하고 장엄한 PRADA의 자태를 나타내어라! 
헉... 없어...
아놔..
할부금 이제 3개월 냈는데...

경찰서에 낸 휴대폰 안녕~ 서류

사모, 난 너를 사모가 아니라고 끝까지 지켜주겠어.. 비록 이번 여행 경비에 버금가는 나의 소중한 프라다가 너와 만나는 시점 그 당시에 사라졌다만서도, 그저 우연인 거야..  그렇게 친절을 베풀었는데 감히 너를 사모라고 어찌 부를 수 있겠니.
다만, 우리 대원들의 괜찮은 촉으로 그날 호텔에서 묵었던 것은 아주 만족하고 있어. 이 자리를 빌어서 명준,동욱,승현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끝까지 내 안목을 믿어준 진희 역시 격하게 사랑한다. 그리고, 잘생긴 모하메드씨 배우든 의사든 아님 믿고 싶지 않은 사기꾼일지라도... 행복하게 사십시오.. 혹시 그대가 내 폰을 가지고 있다면, 안에 있는 사진은 좀 보내주오. 단지 출중한 외모를 가지고 있기에 형사처벌은 않겠소.. 안녕! 잠시 잠깐 내 눈의 정화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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