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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목적지 뭄바이에 도착
2011-02-17   최용석

2월 2일 뿌네(Pune)-코폴리(Kopoli) : 95km

자는 순간에도 요가수행

드디어 내일이면 최종목적지에 도착. 이른 아침 가볍게 눈을 뜨고 출발준비를 서두른다. 나와 같은 마음일까. 모두들 표정이 밝아보인다. 그런데 유독 꼼지락거리는 1인.
"박성광!! 어디 안좋아?"
성광이 몸 상태가 안좋다. 감기몸살을 동반한 폭풍 설사. 전형적인 물갈이 증상이다. 홀로 뒤늦은 물갈이를 하는 듯.
"갈 수 있겠어?"
"일단 출발해 봐요~"
"지금 어설프게 덤비면 일 더 커진다~ 니 몸은 니가 잘 아니까 판단해라."
"갈수 있습니다. 가요^^"

성광이는 아프다

혜진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한 컷

뿌네 도심을 빠져 나가는데 곳곳에 아름다운 인도 아가씨들이 눈에 띈다. 훤칠한 키에 볼륨있는 몸매, 긴 생머리에 뻔자비를 입고 있다. 복잡한 도심에서 이렇게 한 눈 팔아 보기는 처음이다. 앞으로 뿌네는 내 기억속에서 미녀들의 도시로 기억되리라.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로나발라를 기점으로 끝없는 낙하주행에 돌입했다. 20km를 쉴새없이 내리 꽂았다. 몸이 앞으로 쏠릴정도로 가파른 내리막에 긴장감과 함께 희열을 느낀다. 나는 지금 정말 빠르다!!!!
그런데 너~무 빨라서 브레이크를 잡아도 제동거리를 확보하기 힘들 정도다. 속도계를 보니 순식간에 시속 40km가 넘어간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높은 곳으로 올라왔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데칸고원의 완만한 경사를 몇일에 걸쳐 올라왔던 것이 지금의 급경사로 바뀐 것 같다. 신나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코폴리에 도착했다.
큰 규모의 도시가 아니어서 호텔을 찾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성광이는 녹초가 되었다. 방에 들어가자 마자 성광이는 넉다운.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성광이는 씻을 힘도, 옷을 갈아입을 힘도 없어 보인다.
"병원 안가도 되겠어?"
"괜찮아요. 오늘 쉬면 괜찮을 거에요."
성광이를 위해서 혜진이가 호텔 주방을 빌려 죽까지 끓여 줬지만 입맛이 없다며 먹질 못한다. 성광이는 인도 약국에서 구입한 약을 먹고 일찍에 잠자리에 든다. 아픈 몸을 이끌고 하루종일 달렸을 생각을 하니, 안쓰럽다.  

최종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내일은 우리 일정이 끝나는 날이다. 일정을 하루 앞둔 오늘이 되기까지......
37일간의 하루하루가 내 머릿속에서 또렷하게 기억난다. 내가 힘들때면 옆에 있는 친구들이 나의 짐을 덜어 줬고, 모두가 힘들때면 인도의 친구들이 웃음을 주었다. 도로변의 아름다운 자연 하나하나까지도 우리에겐 행복 전도사였다. 고마운 시간이었다. 부디 내일도 사고 없이 최종 목적지인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GATEWAY of INDIA)에 도착해서, 우리의 아름다운 추억에 쉼표를 찍길 바란다.



2월 3일

주행 마지막이 될 뻔한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어두운 새벽에 출발 준비로 분주하다. 입맛이 없다며 식사를 거르고 준비하던 성광이가, 기상 한 시간 만에 급격한 체력저하를 보인다. 밤새 충전한 체력을 한 시간 만에 다 써 버린것 같다.
결국 모두 출발 준비가 끝난 상황에서 오늘의 주행은 취소다. 일어나자마자 성광이에게 컨디션을 물어봤었지만 그때도 성광이의 대답은
"괜찮은것 같아요. 가요^^"
였지만 결국은 다시 침대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 자식.. 차라리 처음부터 못 가겠다고 할 것이지..'
'성광이의 상태를 내가 먼저 판단했어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나는 성광이가 아니거늘..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이 자식, 미안한 마음이 앞서서 스스로에 대한 판단을 미뤄놓고서. 강행하려 했던 것이 아니던가.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는 사이가 되었거늘,,,,
하지만 어떻게든지 해보려는 마음이 대견하기도 하다. 

사탕수수와 라임, 생각을 섞어서 만든...

사탕수수 쥬스

어쨌든, 오늘의 마지막 주행 일정은 전면 취소. 코폴리에서 하루 동안 자유롭게 휴식을 갖기로 한다. 호텔 주인아저씨인 바라뜨지의 도움을 받아서 편하게 병원을 다녀올 수 있었다. 허름한 병원이었지만 친절하게 진료해 주었다.
"모든 것이 복통에서 시작한 것이니 음식에 주의하세요. 과일, 밥, 달(콩죽)만 먹고, 빵이나 우유 등은 먹지 마세요. 식후에 약 챙겨드시고요~"
바라뜨지가 병원에 동행해 주어서 약처방과 시장보는 일을 편하게 끝낼 수 있었다. 이동하는 내내 자신의 차 SANTRO(현대)에 우리를 태우고서, 한국은 대단한 나라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자신의 아들 같다며 힘차게 내 등을 토닥(?)여 주시던 바라뜨지를 잊지 못할 것이다.

파인애플의 달인과 함께(파인애플을 예술로 깎는다)

오렌지에 갖은 양념을 뿌려 먹는 인도인들의 입맛이란...

코폴리 역에서

성광이는 아팠지만, 덕분에 동네 구경 실컷~



2월 4일 코폴리(Kopoli)-뭄바이(Mumbai) : 94km

어제 하루 종일 복통과 몸살기운으로 힘들어하던 성광이가 한결 나아진 모습이다. 하지만  하루의 휴식으로 완쾌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니던가. 더 지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출발한다. 대신 주행 중, 휴식시간을 많이 주고 다 함께 격려해 주었다. 마지막 주행 만큼은 모두 멋지게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 성광이도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아픈 몸을 이끌고 힘차게 달린다.

남쪽으로 내려오니 제법 그럴듯한 수박들이 보인다.

수박 먹고 신난 아이들!

자전거 위에서의 시간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뭄바이 도심에 들어서자 체증이 급격히 증가한다. 다시 만난 아비규환의 도로다. 하지만 이 소란만 넘어선다면 우리는 결승점에 들어가게 된다. 우리는 어떠한 장애물이 앞에 있어도 뚫고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나마스떼, 뭄바이!"

인도 경제의 중심지이자 제 2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뭄바이. 우리는 이곳에 오기 위해서 7번의 주 경계를 지났으며, 야무나 강을 넘고, 데칸 고원을 넘었다. 고요한 야무나 강변과 향기로운 유채꽃내음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간다. 나의 인도 친구들인 바블루, 쑤니, 바라뜨지, 까란과 이샤.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지, 어쩌면 영영 못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인연이지만 인도에서의 자전거여행을 떠올릴 때면 언제나 내 머릿속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벌써 많은 일들을 잊었지만, 아직은 많은 것들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 만큼은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 현실로..
현재 우리는 소름 끼치는 교통체증을 뚫고서 목적지인 Gateway of India로 향하고 있다. 이제는 모두 전사가 되었다. 인도의 교통체증은 더 이상 우리의 적수가 아니다.
"하하하!!"
목적지 도착의 설렘과 함께 자아도취에 빠지려는 순간이었다. 
"쨍그랑!"
곧이어 성광이가 내 옆에 자전거를 세운다.
"형, 택시 사이드미러를 깨버렸어요."
'이 자식, 보고 하나는 잘 하는구만'

도시의 아이들에게 '삥' 뜯길 뻔했다. 도시 아이들은 무섭다.

이제 최종 목적지가 코 앞, 정신을 빼앗아 가는 교통혼잡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분명히 우리는 모두 전사가 되었다. 하지만 성광이는 아프다. 아픈 전사여...
'택시 사이드미러.. 많이 비싸지는 않겠지.. 보상금 흥정하려면 골치 아프겠구만..'
코 앞에 있던 목적지가 순간 한없이 멀어져 간다.
'역시, 뭔가 너무 쉽게 끝난다고 했지..'

자전거를 도로변에 세워놓고 사고현장으로 이동하려는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사고차량이 도주한다.
'어! 뺑소니다!! 가 아니라, 제는 어디 가는 거지? 그보다도.. 젠 뭐지??'
유유히 멀어져가는 노란 택시 한대. 이런 일은 어떻게 설명 해야 되는가.
'돈 많은 부자인가 마음의 부자인가'
미안하고, 민망하고, 고맙다. 덕분에 다시 목적지가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곧이어.. 드디어!  3시, Gateway of India 도착!!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인도 만리행이 이렇게 결을 맺었다. 힘들 것이라 혀를 내두르고, 죽을지도 모른다며 충고했지만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자전거와 함께 서있다. 순간의 벅차오름, 뒤이어 평온함이 나를 감싸 안는다. 

뭄바이,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언제 봐도 심장이 뜨거워지는 사진이다.

자전거를 타고 광장을 한 바퀴 돌고서, 외곽의 계단에 자리 잡고 조용히 주위를 감상한다.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Gateway of India, 오른편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타즈호텔. 수많은 인도 관광객과 이들의 주위를 얼쩡거리는 가난한 아이들. 마살라 오이, 짜이,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상인들과 총을 들고서 테러에 대비하고 있는 군인들까지. 우리의 시작이 인도였던 것처럼 끝 또한 인도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지 처음에는 모두 신기하고 흥미로웠던 광경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기만 하다는 것. 신기하게도 이곳 사람들 역시 더 이상 우리를 신기하게 보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싸지도 않고, 힐끔힐끔 쳐다 보지도 않는다. 어느새 우리도 이들에게 스며들어 버린 것일까.

여행이 끝난 지금, 굉장한 흥분에 휩싸이지도 않았고, 예상한 만큼의 큰 성취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대원들 모두 담담한 모습이다. 오히려 어느 정도 허무함까지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우리 모두 행복했습니다. 만리행 파이팅!


여행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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