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첫 라이딩이 시작되다.
에디터 : 최혜진
6월 22일, 카사블랑카-라밧-살레

첫 번째 주행.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설렘을 어찌 더 황홀하게 표현할 수 있으랴!
이 황홀함을 만끽하기도 전에, 우리는 대범하게(?) 고속도로 1차선으로 진입하며 첫 주행의 끈을 잘랐다.

구불구불한 동네길을 빠져나온 후, 이제 공식적 주행이 시작되었다. 큰 서점 작은 서점 모두 뒤져보았지만, 결국 교통지도를 구할 수 없었기에 미쉘린 모로코 전도와 한국에서 출력해간 구글 지도로 여정을 시작했다.

교통경찰이 알려준 국도 진입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대원들의 정렬상태도 돌아보며, 씩씩하게 전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더 이상 뒤를 돌아 볼 수 없었다. 교통상황이 점차 살벌하게 변해감을 온 몸으로 느꼈다. 차들은 홍수처럼 많아지고, 그 속도 역시 자전거 따위가 얼쩡거리면 안될 것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낮인데도 하늘이 꾸물거렸기에 자칫 이 괴물같이 속도를 내는 커다란 네발들에게 작고 연약한 우리 두발이 받힐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드리웠다. 지체 없이 제일 잘 보이는 1차선으로 진입했고, 대원들에게도 지시했다.

"1차선으로 들어오고 잘 보이게 얼쩡거려!"
모두 들어왔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만큼 나도 최대한으로속력을 내며 긴장했다.

'까딱하다가 사고 나겠네'
이윽고 부대장의 소리가 들려왔다. 뒤 차들의 아우성으로 주행을 못하겠다고. 앞에서 가던 나는 몰랐지만, 길게 줄지어 오는 성가신 다섯 대의 자전거 행렬에게 차량 운전자들은경적(Klaxons)으로 몰매를 때리고 있었나 보다.

교통경찰의 안내를 신뢰한 것이 잘못 됐을까? 상황이 이러하니 고집대로 계속 주행을 감행하기엔 무리였다. 설상가상으로 성난 차량의 돌진을 직접 둘러보니 머리가 패닉(panic)이 되어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었다.
다행히 부대장의 지혜로운 인솔로, 당황했던 마음은 진정되고, 아무런 사고 없이 고속도로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잘 터지지도 않는 핸드폰 GPS를 통해 가까스로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그러나, 국도의 재 출현 역시 묘연해 긴장은 계속 됐다.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길거리 휴게소가 많은 모로코. 고속도로 위여서 그랬을까? 휴게소는커녕 휴식 장소도 마땅찮아 한산한 도로 곁에서 일단 정지.

장소는 마땅찮지만 일단 휴식

주전부리나 해볼까? 막내 승헌

알 함두릴라(Thanks God), 다행히도 얼마 안가 국도로 진입 성공 했고, 액땜을 톡톡히 한 덕분인지 고급 레스토랑을 마주하며 행복한점심 후 비교적 순탄한 주행을 이어간다.

이탈리안 고급 레스토랑 'O Blanc' 조우

폭풍 식사 후, 왼쪽부터 동욱, 진희, 식당 사장님, 혜진, 명준, 승현


첫번째 목적지가 생각보다 심히 가까워서, 이틀째의 도착지인 수도 라밧(Rabat)까지 밟기로 한다.


해안가를 옆에 끼고 하는 일직선 주행은 모로코에 왔음을
페달을 밟고 있는 그 순간의 소중함이
몸 전체를 행복으로 휘감았고,
우여곡절 끝에도 결국 교통지도는 구할 수 없었지만

지도 체크 중

착한 도로 사정으로
일직선을 고수 하는, 구불거리지 않는 도로 덕에,
편안한 라이딩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다.

대서양을 뒤로 하고

야간주행은 웬만하면 피하려 했는데,
부던히 노력했는데.....
결국 감행했다.

대서양, 해를 품다.

후미를 맡아준, 명준이에게 제일 미안하고 이에 더해 안쓰러웠고, 진희는 '그래도' 잘 따라와줘서좋고 (다리가 걱정되는구나), 동욱이는 고속도로에서 보여줬던 듬직함을 어둠과 함께 감춰서 당황스러웠고, 승현이는 절대체력과(department of supreme health)일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던 귀여운 녀석.
다들 샤워하니 '뽀송 뽀송'

후미 명준

서기 진희

부대장 동욱

막내 승현



모로코식 손님 대접, "거실에서 주무세요"

모로코의 대부분의 가정은 긴 소파가 가장자리에 둘러있는 거실이 있다.
도착해서 처음 잠잘 곳으로 이 공간을 제공받았을 때, 살짝 당황스러웠다.
물론벽이 있고, 천장이 있는 공간을 제공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했지만,한국인의 정서로 소파에 손님을 재우려는 상황은 잠시 멈칫 하게 했다.
하지만 이것도 이틀째부터 자연스레 받아들여졌다. 우리의 여정 중 가장 호화로운 공간과 왕족도 부럽지 않을 식사를 제공한 것도 모자라 체계적인 관광가이드까지 마다하지 않던 Imane.
그 이후 우리의 눈은 심히 높아져 기꺼이 우리를 위해 귀찮음과 성가심을 마다 않고 무료 숙식제공을 해주시던 다른 집의 상황을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거지꼴을 마다 않고 다니게 되는 자전거 여행에서 최고의 질을 첫날 맛 보아 버렸으니, 버릇이 잘 못 든 거다.

살레(Sale)에서 우리를 사랑으로 맞아준 모하메드(Mohamed) 덕분에, 늦은 시각에 도착했지만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우리.
왜 그간 지내던 호화로운 밤들이 생각나는 걸까...

'객은 소파에서 재우네, 신기하군.' 이라고 이멘(Imane)네서 읊조렸는데, 여기는 냄새가 충만하네...
그리고... 당장 '쏘우'(영화 'saw')를 찍어도 될 것 같은 무서운 샤워장.
'찬물만 나옴'은 그렇다 치고, 머리 잘린 샤워기를 어찌 대해야 할 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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