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잔타 석굴 관광
에디터 : 최용석

1월 27일

오늘은 아잔타 석굴군을 관광하는 날이다. 아잔타 석굴군은 인도에서 타즈마할 만큼이나 대표적인 유적지로써,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사원이라고 한다. 말발굽 모양의 굽이치는 계곡에 돌산을 깎아서 30여 개의 석굴로 이루어진 석굴군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각각의 석굴이 만들어진 시기는 제 각각이지만, 가파른 경사면에 일렬로 늘어선 석굴들의 모습이 한눈에 보면 장관을 이룬다. 우리는 먼저 말발굽 모양의 계곡 사면이 보이는 뷰 포인트에서 아잔타 석굴군을 한눈에 바라보았다. 돌산을 깎고 깎아서 지금의 장관을 만들어낸 인간의 능력에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뷰포인트(View Point)에서 바라본 아잔타 석굴군

너무 넓은 석굴군을 구경하다 보니까 다들 지친 듯

아잔타 석굴은 수세기동안 산속에 묻혀 있었는데 영국의 한 관리에 의해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동료들과 사냥을 하러 깊은 산속까지 들어갔다가 지금 우리가 서있는 뷰포인트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아잔타 석굴은 세상에 알려졌고, 지금은 인도를 대표하는 불교 관광지가 된 것이다.
내려가서 석굴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사원 외부의 웅장함과는 달리 내부는 손상이 많이 되어 있었다. 불교가 흥했을 때 석굴군이 만들어지고, 쇠퇴하자 이 거대한 석굴군을 시기하는 수많은 세력에 의해서 손상이 되었으리라. 또한 이 석굴군을 보기 위해 찾아온 수많은 관광객에 의해서 호기심의 힘으로 다시 한번 손상되었으리라. 석굴 내부는 대부분 석화보존을 위해서 최소한의 빛을 사용하고 있었다. 후레쉬를 준비해 가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는다.
석굴들을 가볍게 둘러보는데 3시간이 걸렸다. 너무 많아서 중요한 석굴들만 자세히 보고 다른 것들은 잠시 들어갔다 나왔을 뿐. 조금 지치기는 하지만 굉장한 볼거리임은 분명하다.

석굴 내부, 몇번 석굴이었는지는 기억이...

뭔가 어색하지만, 설정은 재미있네요.

숙소로 돌아와서 식사를 하고, 다시 자전거 수리에 들어간다. 각자 자전거를 정비하고, 마지막으로 성광이 자전거의 스포크까지 손보느라 애먹었다. 금새 해가 져 버린다.
우연히 같은 숙소에 묵게 된 한국분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게 됐다. 호텔 근처에서 유일하게 있는 Non Veg. 식당(고기 파는식당)으로 가서 염소고기와 닭고기를 양껏 시키고 맥주도 한잔씩 했다. 이분은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물품 무역을 한다고 하신다.
"장사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거야. 돈은 없어지지만 사람을 얻으면 성공은 자연히 따라오는 거지."
50세가 조금 넘어 보였고, 인자한 얼굴로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주셨다.
"나는 어디 가면 한국인보다 인도인이 더 좋다고 얘기한다. 이건 진심이야. 한국인들을 만나면 돈 좀 있다고 인도인들을 무시하곤 하는데, 졸부도 이런 졸부가 없을걸. 이럴 때면 정말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지곤 한다. 너희들은 절대 인도인들을 무시하지 말고, 진심으로 대했으면 좋겠다. 이 친구들은 정말 정이 많은 친구들이야."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받았는데 1400Rs 정도의 돈이 나왔다. 평소 아무리 많이 먹어도 500Rs 이상은 안 나온다. 게다가 이런 길거리 식당에서..
맥주 몇 병 마신 것까지 계산해도, 견적이 안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이들과 진심으로 싸워야겠군.....'

주인을 불러서 우리가 먹은 음식을 계산서에서 하나하나 지워 나갔다. 굳이 힌디로 써서 우리에게 제시한 계산서의 목록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지워나가니 내 주위로 몰려든 주인을 포함한 직원, 그들의 친구들까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계산서가 엉망이다.
먹지도 않은 음식을 계산서에 써 놓고, 수량을 제 멋대로 바꿔 놨다. 
우선 먹지 않은 음식은 계산에서 빼버렸지만, 식당 어디에도 음식 가격표가 없어서 음식의 가격을 확인 할 수가 없었다. 가격을 주인 마음대로 써버리면 확인할 길이 없지 않은가. 항상 음식을 먹기 전에는 가격을 물어보고 계산을 해가면서 주문을 했었는데, 방심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바가지를 쓴 것이다.
결국 1100Rs를 계산하고 식당을 나와야 했다. 식사비를 아저씨께서 계산하셔서 더 미안하기도 하다.

"인도인들을 무시하지 말고 진심으로 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어디 가서 사기는 당하면 안되지! 잘 했어!"
성함도 모르고, 사시는 곳도 모르지만 식사 한끼의 인연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잔타를 배경으로 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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